‘김연아와 결별’ IB스포츠, 여왕에 불경한 죄?

피겨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스무 살의 독립’을 감행했다. 축구스타 박지성(29·맨체스터UTD)에 이어 본인의 이름을 건 스포츠 마케팅 전문 기업 ‘올댓스포츠’를 설립한 것이다. ‘영혼의 동반자’ 격인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김연아는 주주로 회사를 꾸려간다. 그런데 일명 ‘김연아 주식회사’와 전소속사 IB스포츠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최대 ‘물주’인 김연아를 잃은 IB스포츠는 그를 잡을 각종 회유책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올댓스포츠를 상대로 법정공방까지 불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IB스포츠가 각종 언론플레이를 구실로 ‘김연아 흔들기’에 혈안이 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스무 살 연아의 독립이 껄끄러운 이유는 뭘까.
김연아가 지난달 30일자로 소속사 IB스포츠와 결별했다. 2007년 4월 계약을 맺은지 정확히 3년 만이다. IB스포츠와 계약이 만료된 김연아는 새 소속사를 찾는 대신 직접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설립했다.
김연아의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지안은 지난 4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대표이사 겸 주주이고, 김연아 본인이 주주로 참여한 신설법인 ㈜올댓스포츠(AT Sports)를 4월 20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향후 활동과 관련한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서 그가 출연하는 아이스쇼 개최, 스포츠꿈나무 육성 등 사업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연아, 번 돈 다 못 가져가
3년 간 뒷바라지 해준 IB스포츠와의 재계약이 불발된 표면적인 이유는 “김연아만을 위한 맞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B스포츠의 사업영역이 방대해 전담 관리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는 얘기다. IB스포츠는 현재 김연아 외에도 정대세(축구), 추성훈(격투기), 김요한(배구), 박인비(골프) 등 21명의 스포츠스타를 관리하고 있다,
김연아의 독립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복잡한 속사정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직접적이고 민감한 이유는 바로 수익배분에 대한 문제다. 2007년 계약 체결 당시 김연아와 IB스포츠는 각각 75:25의 비율로 수익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김연아가 IB스포츠로부터 받은 수입은 각각 11억원, 45억원, 55억원 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9억원에 달하는 아이스쇼 흥행 뿐 아니라 막대한 광고출연료와 후원금을 따낸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액수다.
IB스포츠는 지난 3년 간 김연아의 라이선스 권리 등을 포함해 막대한 수입과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셈이다. 회사 전체 매출의 15%가 김연아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김연아의 계약종료가 지난달 30일로 임박하자 IB스포츠는 김연아 측에 수익배분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의 90%를 김연아 몫으로 돌리고 아이스쇼의 수익 역시 절반을 떼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런 IB스포츠의 제안을 거절하고 독립을 선택했다. 그 결과 모친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로부터 전담 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벌어들인 수익 역시 고스란히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김연아의 독립을 부채질한 것은 수익배분 문제만이 아니었다. 빙상팬을 비롯한 각계는 이번 사태가 IB스포츠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고 꼬집고 있다. ‘국가적 영웅’인 김연아를 전담 관리하면서도 그에 준하는 대우에는 무심했다는 것이다.
IB스포츠 구멍 난 ‘여왕 관리’
일예로 김연아의 공식 홈페이지 개설이 지연되고 그나마 완성된 웹사이트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김연아의 팬들은 IB스포츠에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일본 팬이 유포한 김연아에 대한 악의적 비방성 동영상이 유튜브를 강타한 상황에도 소속사의 반응은 미지근할 뿐이었다.
결국 소속선수를 이용한 수익성에는 눈을 빛내면서도 정작 선수에 대한 관리 의무에는 소홀했다는 비난이 흘러나올만하다. 이런 상황인 탓에 빙상팬들은 ‘김연아 주식회사’의 설립을 대부분 반기고 있다.
다만 일부는 2006년 박지성이 자신의 이름을 건 마케팅 회사를 설립할 당시 벌어진 ‘이전투구’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는 6년 간 몸담았던 소속사 FS코퍼레이션과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결별, 2006년 7월 ‘JS리미티드’를 세운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스타가 직접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회사를 세운 것은 박지성이 처음이었다. 당시 FS코퍼레이션은 계약위반을 이유로 9억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고 박지성은 위약금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전 소속사와 결별을 선언했다.
양측의 조정 합의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한민국 축구영웅이 소송에 휘말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연아 역시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연아, 법정공방 불똥 튈까
IB스포츠가 이번 사태를 법정공방으로 몰고 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김연아의 계약 만료 직전 사직한 전 임원을 상대로 배임과 계약위반 등을 이유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IB스포츠의 한 임원이 사표를 내고 김연아 측과 회사 설립을 준비한 사실이 알려지며 갈등을 빚고 있는 까닭이다.
당초 김연아와 IB스포츠 사이의 계약 조건에는 ‘김연아와 계약이 끝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18개월 이내에 IB스포츠에서 일했던 직원들은 퇴사 후 2년간 김연아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연아 측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지안은 “계약내용이 잘못 알려졌다. 정확한 내용은 ‘IB스포츠 전 직원은 퇴사 후 2년간 김연아와 대행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이기 때문에 모친과 김연아가 출자해 만든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계약위반이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맞섰다.
현재 IB스포츠는 김연아를 놓친 직후 주가가 폭락하는 등 후폭풍을 맞고 있다. 회사가 나서 “총매출 가운데 김연아가 차지한 비율은 10%가 채 되지 않아 회사 자금사정엔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IB스포츠는 전 거래일보다 약 8.7% 떨어진 2150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한때 5450원까지 오르며 상한가를 친지 2개월도 채 안 돼 주가가 반 토막 난 셈이다.
“김연아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담담하게 결별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IB스포츠의 입장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달 말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아사다 마오의 지도를 제의받았다는 설이 IB스포츠에 의해 유포됐다는 분석까지 불거질 만큼 회사의 신경은 바짝 곤두선 상황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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