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결국 ‘정운찬 카드’ 버리나?

정운찬 국무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고, 4대강 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총리실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불법 내사를 벌이는 ‘총리실 민간인 사찰’사건까지 터졌다. 이에 따라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정 총리에 대한 사퇴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세종시 특임 총리’라 불리는 정 총리는 수정안 부결 이후 국회 본회의 부의를 촉구하면서 세종시 수정안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야권의 집중 포화 속에서 정 총리가 ‘뚝심’을 바탕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운찬 총리의 심신이 말이 아니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추진해온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 6월 22일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됐다. 기다렸다는 듯 야당은 거센 반격에 나섰다. 당장 “민의를 수렴하라”며 사퇴 요구와 함께 경질론을 주장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수정안 부결 후 논평을 통해 ‘사필귀정'이라 평하며 “공연히 시간만 허비한 채 국책사업을 표류하게 한 이명박 대통령은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한다”면서 “이 문제의 총대를 메고 지난 1년간 국민을 피곤하게 했던 정운찬 총리는 책임을 지고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유선진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선진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해 국론 분열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 장본인”이라며 “정운찬 총리는 국민에게 마땅히 사죄해야 한다”고 정 총리를 공격,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버티기’ 작전?
하지만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하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정 총리는 지난 6월 23일 당정청의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국회 본회의 부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막판 줄다리기에 ‘올인’ 한 셈이다. 정 총리 입장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되는 걸로 결론 나면 ‘구원투수’로서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대강 사업도 정 총리를 압박하는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정 총리는 사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6·2 지방선거 야당 출신 광역·기초단체 당선자들이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경남, 충남, 충북, 강원지역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 광역단체 당선자들은 가능한 행정권을 총 동원해 사업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이 4대강 살리기 사업 저지를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연대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최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당 소속 99명의 광역·기초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을 열고 ‘4대 강 사업 재검토 특위’ 구성·결의안 채택→인허가 거부, 지자체 관련 사업 반려 등 행정조치 시행→시민 사회와 종교계 연대활동 강화 등 4대강 사업 저지의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이로써 중앙과 지방권력 간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종교계의 반발도 부담이다. 천주교와 불교를 주축으로 한 종교계는 4대강 사업 저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정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 5월 31일 경북 군위 지보사 문수스님이 “4대강 사업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燒身供養)-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침’을 해 4대강 사업 저지 기류에 불을 붙였다. ‘종교계에 밉보이고 잘 된 사람 없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정계에서는 과거부터 종교계의 정책 참여에 대한 영향력을 경계하고 있다.
야권 파상공세 버틸수 있을까?
세종시와 4대강에 이어 최근 정 총리를 압박하는 ‘쐐기골’이 터졌다. 총리실에서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지난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A씨에 대한 내사를 벌인 끝에 서울 동작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고, 동작서는 A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동작서장의 재조사 지시로 인해 결국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검찰의 처분에 불복하고 지난해 12월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이구동성으로 정 총리의 직접 사과를 촉구했다. 이처럼 정 총리는 부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세종시와 4대강에 이어 총리실 민간 사찰 사건까지 터지면서 거취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일단 정 총리는 이명박 정권을 대표해 당분간 ‘총대’를 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정 총리의 거취가 불투명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 결과로 드러난 성난 민심을 등에 업은 야권의 파상공세가 청와대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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