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세종시’ 권력지형 바꾼다

세종시 수정안이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 처리 됐다. 5개월 여 동안 여야간 날선 공방을 벌였던 세종시 수정안이 사실상 폐기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로써 세종시 원안 사수를 고수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일단 판정승을 거둔 것이 됐다. 세종시 수정안을 고집했던 MB정부로선 지방선거 패배에 이은 수정안 부결로 권력누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에서는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부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권력지형을 바꾸게 될 세종시 문제가 어떤 결과가 있을지 정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 6월 22일 국회에 제출된 지 5개월여의 표류 끝에 부결 처리됐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체 토론을 거친 뒤 표결을 통해 세종시 수정 관련 4개 법안을 찬반 기립 형식으로 부결시켰다.
여야 표결 전 치열한 신경전
이날 국토위에 상정된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정부개정안’은 국토위 소속 의원 31명의 표결 결과 찬성 12명, 반대 18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기업도시개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도 모두 부결됐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 표결 처리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나라당 일부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 부결시 기업들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임위 표결 이후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작업에 착수했다.
친이계는 본회의 부의 요구서에 의원 서명을 받아 6월 28일 본회의 제출, 29일 본회의 표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4일까지 서명한 의원은 53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를 위한 30명 이상을 확보했다.
이에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고위정책회의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계속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오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싸우지 않기를 바라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원인 제공을 한다면 분연히 싸우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오후 전체회의에서도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 방침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박형준 정무수석 등을 상대로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은 ‘오기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부의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언론인터뷰에서 역사적 기록인만큼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면서 “상임위에서 부결된 사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은 오기정치 아니냐”고 따졌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도 “본회의 부의 추진에는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며 추궁했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인 조원진 의원은 “청와대에서 (수정안 본회의 부의를 위해) 줄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대해 정정길 실장은 “국회가 의논해 결정할 일이다. 청와대에서 그런 식의 발언이 나온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수정안에 대한 지지도가 더 많다”고 반문했다.
이처럼 여야간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부의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박희태 신임 국회의장의 선택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 법안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려면 부의 요구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본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은 여야간 협의로 결정한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의 경우 여야간 공방이 치열하기 때문에 본회의 상정 여부는 사실상 박 의장의 직권상정 여부에 달려있다.
박 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국회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박 의장으로선 여야간, 한나라당내 친이-친박계간 갈등 관계를 고려하면 본회의 상정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의장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쪽으로 기운게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국회법 76조는 의장은 본회의에 부의 요청된 안건을 본회의 안건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장이 세종시 수정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18대 전반기 국회처럼 여야간 격돌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정을 거부했을 경우 친이계와의 관계설정도 머쓱해 진다. 이 때문에 이번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상정 여부는 박 의장으로서는 첫 정치적 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다방면으로 수정안 저지
그렇다면 세종시 수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세종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단 야당은 표결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의 공조를 통해 본회의 개회 자체를 막는 방법이 있다. 야당과 친박계 의원들이 모두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
본회의 표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291명 중 과반수인 146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수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84명) 자유선진당(16명) 미래희망연대(8명) 민주노동당(5명)과 친박계 의원 다수가 불참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이 모두 참석해도 표결이 무산될 수 있다. 표결이 무산되면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폐기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야당 측에서 물리적인 표결 저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표결에 나서도 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야당 측에서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에서는 의원들은 표결이 이뤄진다고 해도 부결이 확실하기 때문에 표결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표결에 들어가더라도 현재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수정법안 가결을 위해선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과반을 훌쩍 넘는 야당과 친박계 의원 170여 명이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이 상임위 부결 이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의 판정승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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