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그 분’ 고기를 먹어?!” 인도 코치 분노한 이유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저력을 확인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지난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모태범, 이상화 등 깜짝 스타를 탄생시킨 올림픽은 불황과 소모전에 찌든 국민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안겨줬다. 여기에 실소를 자아내는 황당 사건도 연일 꼬리를 물어 보는 이의 흥미를 돋웠다.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웃음보를 자극하는 밴쿠버 올림픽 황당 사건들을 엮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 탓에 5번의 올림픽 금메달 신화를 이룩한 ‘영웅’이 고꾸라졌다.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영웅 뵈른달렌은 지난 15일 악천후 속에서 레이스를 치른 결과 17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쥐었다.
金 5개 휩쓴 ‘영웅’도 고꾸라졌다
4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휩쓸고 세계선수권 14차례, 월드컵 91차례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가진 뵈른달렌은 지난 15일 10km 스프린트에서 결국 날씨에 무릎을 꿇었다. 눈보라 속에서 레이스를 강행한 그는 17위에 머물며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해야 했다.
더욱 이상한 것은 뵈른달렌이 출발하기 직전까지 현지 날씨는 그야말로 화창했다는 것. 마치 마법처럼 악천후로 변한 날씨에 그는 속상함을 감추지 않았다. 뵈른달렌 언론 인터뷰에서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눈이 너무 쌓여 속도를 내지 못했다. 왜 내가 경기할 때는 날씨가 이렇게 나빠졌는지 모르겠다”며 쓰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일본의 얼짱 피겨스타 오다 노부나리는 ‘신발 끈이 끊어지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자국 속설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19일(한국시간) 남자 피겨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 나선 오다는 트리플 루프를 시도하다 넘어졌다. 그런데 그는 연기를 중단하고 갑자기 심판석으로 다가갔다. 오른쪽 스케이트화 끈이 ‘뚝’ 끊어져 더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심판 허락을 받고 3분간 끈을 고쳐 맨 뒤 연기를 재개했지만 넘어진 데 따른 감점 1점과 경기 중단에 따른 감점 2점 등 총 3점이 깎였고 결국 메달권 바깥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훈련 도중 사망한 그루지야 루지 선수로 인해 홈팀 캐나다 선수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물론 뜨거운 동업자 정신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 사망 사고 탓에 루지 코스가 급격히 줄어 홈 어드밴티지를 전혀 누리지 못한 것.
특히 루지 강국 독일의 강력한 라이벌로 꼽혔던 캐나다 대표팀은 “300번 넘게 연습했던 코스가 전혀 다른 곳이 됐다”는 말을 남기며 고배를 마셨다.
“아이고, 내 이빨!”
500g이 넘는 묵직한 메달에 이빨을 박았다가 피를 본 선수도 있다. 독일 루지 대표 다비드 뮐러는 지난 15일 은메달을 딴 뒤 사진 기자들의 요청으로 메달을 깨물다 앞니가 부러져 응급실 신세를 졌다. 밴쿠버 대회 메달은 역대 올림픽 메달 중 가장 무거운 500~576g에 달한다. 뮐러는 ‘무턱대고 메달을 깨물었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쿨러닝’ 신화 재연을 꿈꾸며 동계올림픽 출사표를 던졌던 아프리카 케냐 선수단은 대회 직전 돌연 출전을 포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불안한 정치 상황이 스포츠맨 정신까지 틀어막았다는 비난도 잠깐, 말 그대로 ‘엽기적인’ 출전 포기 이유가 밝혀지며 밴쿠버 현지는 실소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케냐 대표팀의 출전 포기 이유는 다름 아닌 ‘야생 사자의 습격’ 때문이었던 것. 선수단 절반인 8명이 야생 사자에게 물어뜯기는 바람에 출전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케냐 올림픽 대표팀 관계자인 모이 쿠시카타는 지난 16일 ‘몸바사 데일리 바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쿠시카타는 “케냐 선수단이 올림픽에 불참한 진짜 이유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선수단의 절반인 8명이 사자에 물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스하키 선수 3명은 주차장에서 차를 타던 중 사자의 공격을 받았다. 선수들은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부상을 입었지만 하키 스틱을 휘둘러 겨우 물리쳤다고. 또 스키 선수 타타푸치 붐바가사는 창문 틈 사이로 왼쪽 팔을 내밀었다가 달려든 사자에게 물려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널드’ 포장지가 증거
종교적 신념을 지키지 않은 ‘괘씸죄’로 출전 자격이 박탈된 촌극도 벌어졌다. 인도 선수 2명이 ‘쇠고기 햄버거’를 먹은 사실이 발각돼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 것. 소를 숭배하는 힌두교 국가인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는 것은 금기 중 금기다.
보도에 따르면 빙속 대표 라힘 카말과 스노보드 대표 아만딥 거프릿은 화장실에서 몰래 햄버거를 먹다 현장을 덮친 코치에게 발각됐다. 다샨 말릭살릭 코치는 방문을 두드려도 선수들이 대답 하지 않자 프런트에 문의해 마스터키를 얻었다. 방에 들어간 말릭살릭 코치는 화장실 앞에서 두 선수의 대화를 엿들은 덕분에 ‘천인공노할 죄’를 적발하게 된 것.
현행범이 된 두 선수는 먹던 햄버거를 급히 변기 안에 넣고 물을 내렸지만 말릭살릭 코치는 미처 내려가지 않은 햄버거 찌꺼기와 ‘맥도널드’ 로고가 찍힌 포장지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말릭살릭 코치는 곧바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에게 증거 사진을 첨부한 메일을 보내 두 선수의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는 부부나 연인으로 참가한 선수들의 선전이 유독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16일(한국시간)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선쉐-자오훙보 부부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이들은 2007년 아쉬운 은퇴와 함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이 종목에서 중국에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던 부부는 ‘3전 4기’의 각오를 불태우며 은퇴 2년 만인 지난해 현역에 복귀했다.
지난해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을 석권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부부는 현역시절 마지막 올림픽에서 결국 정상에 올랐다. 선쉐는 “꿈이 이뤄졌다. 이제는 아기를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며 뜨거운 부부사랑을 과시했다. 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우승한 캐나다 대표 크리스틴 네스빗은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시몬 키퍼스와 연인사이다.
공교롭게도 네스빗에 밀려 2, 3위로 밀려난 선수들은 모두 네덜란드인. 연인의 우승소식을 전해들은 키퍼스는 “우리 동료가 이겼어도 좋았겠지만 여자친구가 금메달을 따 더 기뻤다”며 자국민들을 씁쓸하게 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pot.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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