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타짜’ 허정무 잠자는 패 ‘만지작’
심층분석-‘타짜’ 허정무 잠자는 패 ‘만지작’
  • 이수영 기자
  • 입력 2010-02-09 12:55
  • 승인 2010.02.09 12:55
  • 호수 824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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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천수는 몰라도 정환은…”
이천수(좌) - 안정환

안정환, 이천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당시 가장 빛난 두 영웅도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했다. 어느덧 ‘잊혀진 스타’가 된 두 사람의 절치부심이 얼어붙은 ‘허심(心)’을 녹일 수 있을까.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넉 달 앞둔 허정무 호가 고질적인 스트라이커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볼턴의 희망’ 이청용과 ‘모나코의 주인’ 박주영이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지만 ‘큰 물’ 경험이 적은 탓에 상당수 축구팬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험 풍부한 베테랑의 귀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언도 빗발친다. 이 같은 제언에 동반되는 이름이 바로 이천수(29)와 안정환(34·다롄 스더)이다. 이미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관록을 인정받은 이들에 대해 허정무 대표팀 감독 역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표팀 꼭지점’을 향한 공격수들의 무한경쟁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대표팀에 대한 뜻을 접었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안정환은 허정무 감독의 관심에 크게 반색하고 있다. 에이전트에 따르면 안정환은 “욕심내지 않겠다는 말이 와전된 것 뿐”이라며 누구보다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프로팀 다롄 스더에 소속된 안정환은 새해 벽두인 지난달 3일부터 중국인 동료와 함께 1900m 고산지대인 쿤밍에 머물며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1월 중순인 소속팀 소집일 보다 보름가까이 먼저 담금질을 시작한 것이다.


“안정환 대표팀 미련 없다? 오해!”

안정환의 에이전트는 “(안정환이) 힘들다고 불평하면서도 어느 때보다 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체력도 상당부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5월 열린 요르단전을 끝으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안정환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투지에 불타고 있다.

이는 지난달 27일 허정무 감독의 발언과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관심에 대한 안정환의 대답이나 다름없다. 허 감독은 이날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마친 뒤 이달 일본 도쿄에서 열릴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에 참가할 23명 엔트리를 발표했다.

안정환과 이천수는 명단에서 빠져있었지만 허 감독이 인터뷰에서 두 사람을 언급하며 관심이 모아졌다.

허 감독은 “안정환과 이천수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있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직·간접적으로 안정환과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감독은 대표팀 관계자들을 통해 그의 전체적인 컨디션과 몸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받은 뒤 “3월 3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발탁될 수 있으니 준비해 두라”는 메시지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정환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애 마지막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이가 있는데 3경기에서 모두 뛸 것이라는 기대는 안한다”며 “5분을 뛰더라도 내게 원하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환은 또 “뛰는 것만큼이나 뒤에서 응원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을 위해 자신은 조연에 불과해도 좋다는 뜻이다.


이천수, 새 팀 찾기가 관건

안정환은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에서 총 10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를 성공시켜 4강 진출을 견인하는 등 현역 선수 중 경험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대표팀 공격의 핵으로 안정환의 이름이 비중 있게 거론되는 것에 비해 이천수의 발탁 가능성은 다소 유동적이다. 2002 한일월드컵과 2006 독일월드컵을 거치며 큰 무대에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잇단 소속팀과의 마찰, 방출설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이어 휘말린 까닭이다.

특히 현 소속팀 알 나스르(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방출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지 언론이 그의 방출이 공식발표 됐음을 보도하며 이천수의 진로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지난달 28일 축구매체 ‘골닷컴’은 “알 나스르가 이천수의 방출을 공식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의 방출설은 국내 축구관계자는 물론 현지 매체들 사이에서도 진위가 엇갈리고 있어 혼란스럽다. 사우디 현지 매체인 ‘알 하얏트’는 올해 라이니 이사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며 이천수의 방출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오는 6월까지 알 나스르와 계약한 이천수에게 구단 측이 “계약 종료 때까지 방출설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전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이천수의 소속팀 감독이 그의 잔류를 원치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해 12월 새롭게 알 나스르 사령탑으로 부임한 조세 다 실바(우루과이) 감독은 이천수를 ‘전력 외’ 선수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감독이 영입한 외국인 선수는 모두 교체대상이라는 얘기다.

사우디 현지 언론인 ‘알 리야드 뉴스’는 최근 “실바 감독이 이천수를 내보내고 가나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 파스칼을 데려오길 원한다”고 전했다. 전임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부임 1년 만에 경질된 뒤 실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만큼 이천수의 입지는 상당부분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천수 입장에서는 대표팀 승선보다 소속팀에서의 안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프리킥과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다소 독선적인 이천수가 팀워크를 강조하는 허정무 감독의 눈에 찰 리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월드컵 본선무대에 합류할 최종 엔트리 23명은 대회개막 30일 전인 5월 11일부터 소집이 가능하다. 국내 프로팀들과의 조율이 가능하다면 4월 말께도 소집될 수 있어 엔트리 발표까지는 석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소속팀에서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이 허심을 얻기 위한 최후의 방법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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