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구인난’ “사람을 찾습니다”
국회 ‘구인난’ “사람을 찾습니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6-29 10:34
  • 승인 2010.06.29 10:34
  • 호수 844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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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급 증원·상임위 교체, 지방선거 ‘인력난’
지난 3월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돼 5급 비서관이 증원됐다. 하지만 국회의원 다수는 18대 국회 상반기 의정활동이 5월로 끝나고 6월부터 새로운 상임위가 시작돼 그동안 비서관 채용을 미뤄왔다. 하지만 하반기 상임위가 결정된 6월로 들어서면서 전문성과 경력을 지닌 보좌진을 채용하기위해 본격 인력장이 섰다. 연봉 6000만 원의 고액 연봉에 국회의원과 함께 의정활동을 할 수 있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등 매력적인 자리가 보좌관과 비서관이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실에서는 ‘초짜는 많지만 쓸만한 인재가 없다’며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그 실태를 알아봤다.

국회가 부산스럽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새로 선출되고 신임 사무총장도 임명됐다. 18개 상임위원장이 새롭게 임명되고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도 끝이 났다. 국회 요직에 앉은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를 할려는 정부 인사들과 방문객으로 연일 국회는 주차난을 겪고 있다.

국회의원들만 바쁜게 아니다. 국회의원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상임위를 새롭게 다시 옮겨 전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방들 역시 사람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인턴을 제외한 기존 6명이 1인 국회의원이 채용할 수 있는 정원이었지만 5급 비서관이 증원되면서 7명으로 늘어나 의정활동의 숨통이 다소나마 틔인 상황이다. 하지만 각 의원실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설명이다.


경력직 보좌관, ‘영감님 골라서 갑니다’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하루를 이력서를 보면서 시작한다. 방에서 5급 비서관이 다른 방으로 옮기고 또 다른 5급 비서관을 채용하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력서는 많이 쌓여 있지만 이 인사는 “국회 경험이 전무하거나 농해수위 상임위 활동 경력자를 찾는데 쉽지 않다”며 “여기저기 메뚜기처럼 4개월, 3개월 옮겨다닌 인사들은 신뢰가 가지 않아 뽑기가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회의원과 함께 근무한다는 점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국회의원들이 보좌관 채용시 친인척이나 학연, 지연 등 연고가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배경이다.

또 다른 국회 경력이 풍부한 보좌관 A씨는 모시던 국회의원이 장관으로 가면서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고 있는 경우다. 그는 마음에 드는 국회의원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다 최근에는 2군데 연속 면접을 봐 모두 합격했다. 18대 초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좌관 눈높이에 맞춰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경력 있는 보좌관의 몸값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회 인턴직으로 들어와 1년을 가까스로 넘긴 B씨는 여성 의원의 비서관으로 승진해 발탁됐다. 당도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옮긴 경우다. 인턴 연봉이 1600만 원정도라면 비서관급이 6000만 원대로 이른다는 점에서 놀라운 초고속 승진이다. 모시던 영감이 의원직 상실로 1년간 놀았던 C씨가 국회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 역시 국회직 인력난이 톡톡히 한몫했다.

C씨는 국회 경험은 풍부했지만 50대로 젊은 의원들로선 부담스러운 나이다. 이로인해 1년동안 백수생활을 하다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취직했다. 아무래도 나이보다 경력을 우선시한 국회의원의 배려였다.

국회 인력난이 심하다보니 외부에서 충원못지 않게 내부에서 이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모 의원실의 한 비서관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내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가기위해 이력서를 내 자리를 옮겼다. 아무래도 불안정한 국회 보좌진 직업상 지역내 기반을 마련해 지방선거 출마를 대비한 자리 이동인 셈이다.

이처럼 국회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 국회 보좌관들은 늘어난 비서관에 지방선거, 그리고 상임위 교체를 들었다.

일단 299명의 국회의원당 5급 비서관이 증원돼 300여 명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게 됐다. 18대 들어 여대야소인 정국에서 민주당 출신 보좌관 다수가 실업자로 전락한 반면 한나라당 보좌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나라당 보좌관의 경우 정권까지 잡고 있어 능력 있는 인사들은 청와대나 행정부, 공공기관으로 흡수됐다.

반면 민주당의 경우 18대 초반 중앙권력, 지방권력, 의회까지 빼앗기면서 실업자가 넘쳐났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비서관 증원에 지방선거에서 압승으로 백수로 남아있던 보좌관들 다수가 기초 단체장 밑이나 기초의원으로 흡수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야 모두 국회내 쓸만한 인재를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로 변한 셈이다.

국회 의원들이 정책 중심의 전문 보좌관을 선호한다는 점 역시 국회 인력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상임위가 바뀌면서 국회 의원들은 해당 상임위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하면서 국회 경험이 없는 인사들의 경우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렇듯 국회가 인력난에 처하면서 국회직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언론 종사자 및 정치 지망생 등이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짜는…’ 여·야 베테랑 보좌관 찾기 ‘혈안’

현재 국회직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승진, 정년, 명예퇴직 등이 없다.

국회법상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 7급 비서관 각 1명, 9급 비서 등 정식 직원은 7명이다. 인턴 직원은 최대 2명까지 쓸 수 있다.

연봉은 4급이 6500만 원, 5급이 5900만 원, 6급 3600만 원, 7급 3100만 원, 9급이 2400만 원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4년마다 총선이 있어 직업 자체가 불안정한게 흠이다.

특히 국회 의원들의 성향에 따라 국회 보좌진의 일의 강도나 수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인력 이동이 심한 편이다.

또한 상임위원회 활동, 법안 발의, 국정감사, 예산·결산 심사, 인사 청문회, 대정부 질문, 각종 행사 기획, 공청회, 정책자료집 작성, 홈페이지관리 등을 수행비서와 여비서를 제외한 4~5명이 다 해야 된다는 점에서 노동 강도가 매우 센 편이다.

여기에 지역구 관리와 민원 처리, 선거까지 겹칠 경우 보좌진의 업무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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