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 hot! ‘연아神’ 뛰어넘은 절세가인은 누구?
‘여신’ 김연아(19·고려대)가 최근 멋쩍은 굴욕을 맛봤다. 지난달 18일 갈라쇼를 끝으로 막을 내린 2009-2010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1차 대회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 김연아는 싱글 세계 신기록을 기록하며 탁월한 ‘명품연기’로 피겨여왕의 세를 과시했다. 실력에서는 세계 어떤 선수도 ‘여신’을 능가할 수 없었다. 문제는 김연아에게 집중돼야할 팬들의 시선이 한 북반구 미녀에게 양분돼 버렸다는 점이다. 눈부신 금발과 새하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로 ‘여신포스’를 뽐낸 그는 올해 21세의 핀란드 국가대표 키이라 코르피(Kiira Korpi).
비록 대회에서는 총점 138.83점으로 10명중 8위에 그쳐 기량에서는 김연아와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코르피는 최고의 미녀 스케이터로 이미 세계적인 톱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다분히 미녀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60년대 이후 피겨팬의 맘을 뒤흔든 미녀 스타들의 진면목을 들여다봤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는 핀란드의 코르피, 한국의 김연아, 스위스의 사라 마이어(25) 등이 대표적인 미녀 스케이터로 꼽힌다. 안타까운 것은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진정한 ‘스타’가 없다는 점이다.
미모는 ‘우승’, 실력은 ‘글쎄’
이번 대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코르피는 핀란드 출신으로 2004년 핀란드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1위, ISU 주니어 그랜드 프릭스 1위를 차지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2005-2006 시즌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이후 눈에 띄는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2006년 동계올림픽에서 16위에 그쳤으며 2007년 유럽 챔피언십 시리즈 동메달을 딴 것 외에는 더 나은 기록이 없다. 현재 여자 싱글 세계 랭킹 15위에 이름을 올린 코르피는 유럽에서는 제법 인지도가 높지만 ‘세계 정상을 위협할 만한’ 거목은 아니다.
지난달 18일 막을 내린 그랑프리 1차에서는 쇼트 프로그램에서 6위에 올랐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하며 총점 138.83점으로 꼴찌에서 세 번째에 그쳤다.
피겨 선수로서는 장신인 168cm의 키에 눈부신 천연금발을 자랑하는 코르피는 북유럽 미녀의 전형적인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덕분에 그는 스포츠 용품 업계에서 일찌감치 상품성을 인정받아 각종 지면광고에 얼굴을 알렸고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일각의 ‘실력이 미모를 못 따라오는 선수’라는 비아냥거림도 이런 이유다.
코르피에 앞서 ‘미녀 스케이터’로 자리매김한 사라 마이어는 꾸준히 피겨 팬들의 사랑을 받아 온 선수다. 하지만 그 역시 고질적인 부상과 슬럼프로 한동안 마음고생에 시달렸다. 마이어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8월 ‘현대카드 슈퍼매치 VIII-슈퍼클래스 온 아이스’ 참가 차 방한, 국내 팬들 앞에 선 바 있다.
현란한 고난도 기술은 부족하지만 표현력이 뛰어난 재목으로 주목받았던 마이어는 지난시즌 고관절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피겨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졌었다. 그는 올 시즌 올림픽 출전을 겨냥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해왔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권에 영향이 큰 그랑프리 1차전 출전도 포기한 마이어가 과거의 감각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설의 은반 위 ‘엄친딸’ 누구?
실력과 미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엄친딸’ 스케이터의 계보는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녀 스케이터의 ‘원조’로 불리는 페기 플레밍(미국)은 단순한 ‘얼짱선수’를 넘어 미국 스포츠사의 한 획을 그은 ‘레전드(전설)’다.
플레밍은 1960년대 미국 최고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다. 66~68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휩쓸었고 1968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프로로 전향, 은퇴하기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은퇴 후 사회활동에 눈을 돌린 그는 미국 골다공증 협회 대변인이며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사업체의 수익금 일부를 유방암 연구에 기증하고 있다.
1976년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 2관왕을 차지한 도로시 해밀(미국)도 미국이 배출한 전설의 스케이터다. 그가 은반위에서 선보인 숏커트 헤어스타일은 70년대 중반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80년대 피겨계를 평정한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지난해 미국인이 꼽은 최고의 미녀 운동선수 50명 가운데 2위로 꼽힐 만큼 세계적인 스타다. 세계선수권 4회 우승, 유럽선수권 6년 연속 1위, 1984년, 1988년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하며 ‘여제’로 군림한 그는 ‘영원한 카르멘’으로 불린다.
‘피겨선수=청순미’라는 공식을 깨고 열정적인 탱고 스텝을 선보였던 비트. 2008년 베트남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은퇴를 선언한 그는 현재 김연아의 ‘장외 라이벌’이기도 하다. 2018 뮌헨 올림픽 유치 홍보대사로 임명돼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김연아와 홍보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 피겨스타 미셀 콴(미국)은 대표적인 동양계 미녀 스케이터다. 영화 ‘예스마담’의 히로인 양자경과 흡사한 미모를 자랑한 그는 실력도 최정상이었다. 96, 98, 2000, 2001, 2003년 세계선수권을 다섯 번이나 석권한 미셀 콴은 동계올림픽에서도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획득해 ‘역대 최강의 스케이터’로 불렸다.
2006년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사샤 코헨(미국)도 빼놓을 수 없는 은반 여신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사실상 은퇴한 코헨은 영화와 TV출연을 통해 연예계 스타로도 입지를 넓혔다. 코헨은 최근 “2010년 동계올림픽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며 현역 복귀를 선언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그랑프리 1차전 이후 코르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자 일각에서는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비판도 일고 있다.
기량 면에서 한참 떨어지는 선수를 빼어난 미모만 내세워 ‘세계적인 스케이터’로 포장,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여자 선수들을 외모로 줄 세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전설적인 ‘미녀스타’로 이름을 날린 선수들은 모두 실력도 월등했다는 점을 상기시킬 때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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