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기업체로 치면 차장급 이상의 경력이다. 12년차 프로축구선수 이동국(30·전북현대)이 생애 첫 득점왕 등극을 앞두고 부푼 가슴을 애써 억누르고 있다. 이동국은 지난달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09 K리그 24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와 경기서 2골을 터트리며 17골로 득점랭킹 선두를 지켰다.
2위를 차지한 김영후(13골·강원)와 그 뒤를 잇는 데얀(12골·서울), 슈바(11골·전남)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 것이다. 이로써 이동국은 팀당 5~6경기(포항만 7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지난 1998년 프로데뷔 이후 첫 득점왕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 국가대표까지 완벽한 엘리트코스를 거친 그는 유독 프로리그 득점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 일정에 치여 상대적으로 소속팀 경기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오는 11월 1일 리그 최종전인 경남전까지 그가 대표팀에 승선할 기회는 단 한번(vs세네갈·10월 14일)뿐이다. 그의 득점행진에 대표팀 소집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이동국은 경기당 0.8골(17골/21경기)의 가공할 결정력을 선보이고 있다. 또 올 시즌 해트트릭을 2번이나 기록하며 몰아치기에도 능한 베테랑공격수로 완성됐다. 여기에 어시스트 순위 1, 2, 5위를 차지한 에닝요(9도움), 최태욱(8도움), 루이스(7도움) 등 전북 식구들의 특급 지원도 그의 득점왕 등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동국은 팀의 리그 우승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내심 득점왕에 대한 욕심을 품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스트라이커로서 득점왕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오르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동국이 올 시즌 득점왕에 오를 경우 2006년 우성용(당시 성남)에 이어 3년 만에 토종골잡이 부활을 선언하게 된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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