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다니엘 헤니’혼혈스타 를 찾아라

올 가을 국내 스포츠계에 컬러풀(Colorful)한 바람이 불고 있다.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여성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니엘 헤니와 같은 혼혈스타의 등장이 연예계를 넘어 스포츠 영역까지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월 개막 예정인 프로농구에는 무려 5명의 귀화 혼혈 선수가 국내팬 앞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프로축구에도 ‘한국의 앙리’로 불리는 강수일(22·인천유나이티드)과 청소년대표 출신 김준(23·수원삼성)등이 맹활약 중이다. 이들은 타고난 체격과 뛰어난 적응력을 뽐내며 팀의 즉시전력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혼혈 선수의 귀화를 적극 지원해 대표팀 자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제2의 하인즈워드’를 꿈꾸며 어머니의 나라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혼혈·귀화 스포츠 선수 열풍을 짚어봤다.
전반기 K리그를 빛낸 프로축구선수 강수일이 차세대 스포츠 혼혈스타의 포문을 열었다면 최근 2009 NBA 아시아챌린지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전태풍(토니 애킨스·전주KCC)과 이승준(에릭 산드린·서울삼성)등도 코트를 무대로한 혼혈스타 대열 합류를 눈앞에 두고 있다.
‘토종선수 입지 좁아질 것’ 우려도
다음달 개막하는 2009-2010 프로농구는 과거 어느 때보다 컬러풀한 접전이 돋보일 듯 하다. 전태풍과 이승준을 비롯해 문태영(그렉 스티븐슨·창원LG), 원하준(케빈 미첼·안양KT&G), 박태양(크리스 밴·부산 KT)등 5명이 지난 2월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 프로농구에 첫발을 내딛었다.
전태풍과 이승준은 이미 지난 7월 귀화 시험을 치렀으며 나머지 혼혈선수들도 귀화를 계획하고 있다. 대부분 주한미군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른 종목에 비해 농구는 유난히 혼혈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아르헨티나 출신 백인 혼혈 김민수(훌리안 페르난데스·서울SK)와 미국 출신 이동준(다니엘 산드린·대구오리온스)은 모두 농구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동준은 형 이승준과 함께 형제가 모두 귀화한 특이 케이스다.
혼혈선수들의 국내 무대 입성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들 때문에 토종선수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국내 프로스포츠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논란은 실제 이들의 실력이 공개되는 내달이 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구팬들은 선수 드래프트에서 각각 1, 2순위를 차지한 전태풍과 이승준의 활약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을 거머쥐며 명가로 거듭난 KCC는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전태풍을 1순위로 지명했다.
전태풍은 슈팅 능력이 뛰어나고 상당한 돌파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CC가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팀이며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르는 동안 그의 체력이 얼마나 받쳐줄지 미지수라는 점은 변수로 남아있다.
하승진, 마이카 브랜드 등 실력파 센터진과 임재현, 강병현에 이어 전태풍을 새로운 가드멤버로 갖춘 ‘허재 사단’은 전태풍의 활약이 팀 전력에 상당한 영향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릭 산드린’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승준은 2순위로 서울 삼성에 지명됐다. 202.1cm의 큰 신장으로 삼성의 골밑을 책임질 그는 지난 07-08시즌 울산모비스에서 외국인 선수 자격으로 국내 무대를 경험한 바 있다.
日, 혼혈·외국인 선수로 대표팀 보신
우리보다 혼혈에 대한 편견이 덜한 일본은 일찌감치 혼혈·외국인 스포츠 선수의 귀화에 발 벗고 나선 경우다. 대표적인 혼혈스타인 야구선수 다르빗슈 유(23·니혼햄)는 이란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에서 태어났다.
196cm 93kg의 뛰어난 체격 조건과 최고 150km에 이르는 강속구는 일본 국가대표의 명성 그대로다. 특히 이란은 세계역도대회 단골 우승국으로 꼽힐 만큼 ‘힘 센’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다르빗슈의 능력이 부친의 혈통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계 혼혈인 여자배구선수 야마우치 미카(39)는 실력뿐 아니라 인형 같은 외모로 일본 대표팀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182cm 큰 키와 여자선수로서는 드물게 완벽한 후위공격(백어택)을 구사하며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당시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또 90년대 일본 농구국가대표로 활약한 마이클 다카하시도 대표적인 일본계 혼혈스타다. 그는 흑인 특유의 탄력과 유연함으로 일본에서 상당기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한편 국내 원조 혼혈 스포츠 스타로는 김동광 프로농구(KBL)경기이사가 꼽힌다. 백인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김 이사는 과거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축구에서는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장대일이 유명하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로 선발돼 유명세를 탄 그는 천안일화와 부산아이콘스 등 프로팀을 거쳐 지난 2004년 은퇴했다.
#‘궁금타!’ 혼혈선수 귀화, 어떻게 이뤄지나
일명 ‘하프 코리언’(Half Korean·혼혈한국인) 선수들의 귀화가 잇따르면서 최근 이들의 귀화 절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결론적으로 운동선수라고 해도 귀화 절차에 특혜는 없다. 혼혈선수라 해도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약 1년 정도가 걸린다.
혼혈한국인이 한국 국적을 얻으려면 국내에 3년 동안 거주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만족한다 해도 귀화 신청 뒤 필기와 면접 등 시험을 치러야한다. 단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부모가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면 자녀의 귀화 조건은 상당히 간소해진다.
한국계 혼혈 자녀를 둔 한국인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특별 귀화’ 케이스가 적용돼 국내 체류 기간에 상관없이 바로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 전혀 연고가 없는 외국인 선수의 귀화 조건은 굉장히 까다롭다. 먼저 외국인이 귀화할 경우 최소 5년 동안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 또 한국인 2명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하며 명백한 국적 취득 사유가 있어야 한다.
다만 한국인과 결혼한 경우에는 국내에 2년 이상 주소지를 유지하면 귀화를 신청할 수 있다. 물론 혼혈한국인이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되거나 국익 또는 인도적인 사유와 관련이 있을 때는 예외 사항이 존재한다.
출입국관리국 관계자는 “국가대표팀 선수의 경우는 시기를 다툴 수가 있기 때문에 국적 취득 절차를 탄력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
[이수영 기자] severo2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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