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뭔지…’ 故 조오련, 한달 째 구천을 떠돈다
‘돈이 뭔지…’ 故 조오련, 한달 째 구천을 떠돈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9-15 13:14
  • 승인 2009.09.15 13:14
  • 호수 803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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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33바퀴 돌기·대한해협 횡단에 빚 1억원, 사망신고도 못해

‘원조 마린보이’의 영혼이 돈 1억원에 묶여 구천을 떠돌고 있다. 지난달 4일 세상을 떠난 故 조오련씨의 유족들이 고인의 생전 부채 때문에 사망신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은 생전 전남 해남군 계곡면 법곡리 집과 인근 토지 등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1억원 가량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받은 돈은 모두 고인이 애국심을 불태우며 추진했던 독도 33바퀴 돌기, 대한해협 횡단 프로젝트 운영비로 쓰였다. 뜻 깊은 행사였지만 제대로 된 후원을 받지 못해 조씨는 자비로 모든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고인의 죽음으로 1억원의 빚은 유족들 몫이 됐다. 그러나 이들 역시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갚을 길이 막막한 상태다. 물론 유족들이 유산상속을 포기하면 빚은 자동으로 소멸된다. 그러나 유산상속을 포기하면 담보로 잡힌 집과 땅은 고스란히 금융기관에 넘어가버린다.

유족들은 고인이 직접 짓고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집과 땅을 넘길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고인의 부인과 두 아들은 이 집을 ‘아시아의 물개’로 대한민국 수영 역사를 다시 쓴 고인의 기념 장소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이 집에는 건국 이후 수여받은 사람이 6명뿐인 훈장과 ‘마라톤 영웅’ 故 손기정옹이 고인에게 직접 선물한 물건 등이 보관돼 있다. 또 고인이 자필로 베껴 쓴 성경책과 일기장 등 유품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더구나 집 옆에는 고인의 산소와 수영인들에게 의미가 큰 장소들도 있다. 유족들이 사망신고를 하고 유산상속을 포기하면 이 공간은 제3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때문에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신고를 차일피일 미룰 수밖에 없었던 것.

고인의 조카 이용국씨(34)는 최근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금융권으로 집이 넘어가면 경매가 진행돼 집은 제3자의 소유가 된다. 고모부님 무덤도 옮겨야 할지 모른다”며 “유족들은 이 집을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씨는 “그러나 유족들이 빚을 갚을 능력이 안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곡면 집은 깜짝 놀랄 정도로 볼거리가 많아 청소년들에게 교육용으로 활용할 가치다 있다”고 덧붙였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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