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공중전에 단련된 고도의 테크닉이다

6·2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당 대표직 복귀를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지만 이면에는 7·28 재보선이란 복병이 숨어 있다. 선거 패배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7·28 재보선에서 또 다시 선진당이 패배했을 경우 이 대표에겐 정치적 사망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이번 복귀는 당 내 반대세력의 등살에 힘입어 결단을 내린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 대표가 당 복귀를 공식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강조해왔던 ‘보수대연합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6·2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던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지난 6월 17일 당무에 공식 복귀했다. 지난 7일 사의를 표명한 뒤 10일만의 공식 복귀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지난 14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은 후 세종시 문제의 국회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 대표직을 비워 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당무에 복귀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또 “그동안 의원 여러분과 주요당직자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쳤다”며 “지난 선거의 막중한 의미를 무겁게 받아 들여 앞으로 당 쇄신과 개혁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세종시 문제 “유감스럽다”
이 대표는 이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 들여 스스로 수정안을 거두어들이는 결단을 함으로써 그동안 야기된 갈등과 앙금을 말끔히 씻어 주기를 기대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끝내 세종시 문제를 표결처리에 맡김으로써 발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당무 복귀로 사퇴 직전 그가 언급했던 ‘보수대연합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7일 민주당 등 야권이 지방권력을 교체한 이번 지방선거를 진보가 집권한 2002년 대선에 비유하며 “이런 식으로 가면 보수정권을 다시 내줘야 할 것”이라며 보수의 결집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그의 대표직 사퇴가 의례적인 거취 표명이 아닌 보수대결집을 위한 백의종군의 뜻으로 해석했다. 또 향후 정치적 세력 지형을 진보와 보수 구도로 재편하자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그의 보수대연합론을 두고 선진당내에선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충격과 함께 진보세력의 재집권에 대한 우려에서 나온 원론적인 의견 개진일 뿐 당장의 정당 연대나 합당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관망론’도 나왔다. 총선과 대선이 임박하면 야권연대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보수세력의 결집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가 이날 당무 복귀를 공식화하면서 ‘일단’이라는 표현을 한 것도 세종시 문제와 7·28 재보선 등 급한 불을 끄고 난 뒤 2선으로 물러나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중을 비춘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세종시 문제의 국회 처리가 임박한 상황에서 더 이상 대표직을 비워둘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당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에 대해 “당내 문제가 정리되면 당무에서 손을 떼고 자유로운 위치에서 다음 역할을 모색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개각서 충청인사 발탁론 부상
이에 따라 향후 개각에서 선진당 등 충청권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에 사실상 ‘혼줄’이 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청권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 정치지형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했다. 여당이 선진당 등 충청권 인사의 영입을 통해 성난 충청민심을 달래고 나아가 추후 총선과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을 맺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무 복귀가 그의 정치적 사망신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을 내준데다 향후 ‘미니총선’이라 불리는 7·28 재보선에서 또 다시 참패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번 사퇴 번복으로 인해 온갖 추측과 해석이 난무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선진당과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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