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개념 판정’에 망가진 K리그
‘無개념 판정’에 망가진 K리그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7-28 13:27
  • 승인 2009.07.28 13:27
  • 호수 796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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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심판 중 상당수 ‘함량미달’

들쭉날쭉한 심판 판정에 프로축구 감독들이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은 지난 22일 인천 원정경기를 마친 직후 취재진에게 “더 이상 기자회견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아무리 인터뷰를 통해 잘못된 점을 지적해도 한국 축구는 변하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토로했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거칠다 못해 ‘난투극’ 일보직전까지 가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양 팀이 레드카드 한 장씩을 사이좋게(?) 나눠 받으며 10:10 싸움을 벌인 인천과 서울의 경기는 결국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서울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매끄럽지 못한 주심의 경기 운용과 마치 ‘패싸움’을 벌인 듯한 선수들의 태도는 앞으로도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조광래 경남FC 감독은 지난 4월 중순 공식 회견장에서 편파 판정이 의심되는 경기의 녹화테이프를 틀어 보이며 특정 심판의 실명까지 거론해 맹비난하기도 했다. 국내 감독이 심판의 판정을 자료까지 준비해 반박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처럼 프로축구 심판에 대한 각 팀 사령탑들의 불신은 위험수준까지 치솟았다. 특히 외국인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인 심판에 대한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 축구의 ‘수준’을 운운하며 거침없이 불만을 토해냈다. 일각에서는 프로축구 심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한국인 심판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대표적인 외국인 사령탑은 귀네슈 서울 감독이다. 귀네슈 감독은 지난 22일 피스컵 코리아 2009 8강 2차전에서 인천을 상대로 원정경기에 나섰다 전반 14분 만에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심판이 의도적으로 경기 망쳤다” 음모론 제기

심판에게 항의하며 터치라인을 넘어 들어갔다는 게 퇴장 사유다. 그러나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귀네슈 감독의 거친 항의가 일리 있다는 반응이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인천 수비진은 거친 태클로 서울 공격수들을 위협했다.

특히 인천 주전수비수 임중용은 수차례 서울의 골잡이 데얀과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의도적인 견제의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심판은 끝내 경고 카드를 아꼈고 귀네슈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결정적으로 전반 14분 인천 김영빈이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한 행위가 막장 경기의 시발점이 됐다. 김영빈은 페널티지역 안쪽에서 크로스를 이어받는 서울 공격수 정조국을 뒤에서 잡아채 넘어트렸다. 명백한 파울 상황이었지만 주심 매호영 심판은 호각을 불지 않았다.

마침내 귀네슈 감독이 거칠게 항의하며 그라운드 안으로 달려 들어간 뒤에야 주심은 귀네슈 감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고 사령탑을 잃은 서울 선수들의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이미 열흘 전인 지난 12일 정규리그에서 맞붙었던 두 팀은 서울이 인천을 5-1로 대파하며 감정이 격해진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가 거칠게 치러질 것이란 건 프로축구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날 맹 주심의 ‘어리바리한’ 판정은 불구덩이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결국 난타전 끝에 경기를 마친 귀네슈 감독은 회견장에 들어서자마자 문제의 심판을 맹비난했다. 그는 “나를 퇴장시키기 전에 심판이 먼저 퇴장당해야 한다”며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심판 때문이다. (심판의 잘못된 판정은)한국 축구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이다. 잘못된 판정 하나 때문에 유능한 선수가 선수 생명을 망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귀네슈 감독은 “기자회견이라는 것도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기자회견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한국축구는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귀네슈 감독은 쉽게 분을 삭이지 않았다. 그는 아예 “이번 경기는 심판의 단순한 실수라고 보이지 않는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의심스럽다”며 노골적으로 부정 심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귀네슈 감독의 날 선 발언은 연맹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일 부산과 2-2로 비긴 뒤에도 귀네슈 감독은 ‘심판이 경기를 망친 장본인’이라며 발끈했다. 알툴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역시 “심판이 문제”라며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조광래 감독 “심판자격 없어” 직격탄

국내 감독 가운데 최근 심판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은 경남 조광래 감독이다. 80년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안양LG(현 FC서울) 감독을 거쳐 올 시즌 경남 사령탑으로 K리그에 복귀한 조 감독은 지난 4월 22일 부산과의 정규리그 경기를 마친 뒤 폭발했다.

지난 4월 22일 부산에 0-2로 패한 뒤 조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컴퓨터를 챙겨 나타났다.이날 문제가 된 장면은 전반 32분 부산 양동현이 페널티킥을 얻는 순간이었다. 양동현은 박스 안에서 볼을 다투다 넘어졌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당시 조 감독은 이 장면을 가리키며 “(기자들이)한번 봐라, 이게 페널티킥 상황이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높였다. 감독이 회견장에 경기장면까지 녹화해 보여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히려 양동현에게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경고를 줘야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조 감독은 “만약 이 화면을 보고도 계속 페널티킥이라고 한다면 심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일 경기에 주심으로 나섰던 특정 심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프로축구 심판들의 자질 시비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축구경기를 망치는 것은 본분을 잊은 선수들이 가장 큰 책임자지만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분위기를 이끌어야할 지휘자는 다름 아닌 심판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축구 경기에서 제대로된 ‘지휘자’를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은 선수들의 거친 파울을 정당화시켰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더욱 거칠어졌고 당하고만 있을 상대 선수들이 아니었다. 자연히 경기는 과열될 수밖에 없었고 지난 인천과 서울의 난투극 상황에서는 이에 따른 심판의 제재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심판의 경기 운영 미숙과 함량미달의 수준은 K리그의 고질병이다. 자연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심판을 존경하지 않는다. 눈에 빤히 보이는 파울조차 지적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상황에서 심판들의 자질론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심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경기 중 위험한 반칙으로 선수들이 다치는 것을 막는 게 첫 번째 역할이다. 또 적절한 완급조절로 경기 페이스를 조절해 재미있는 축구를 만드는 것이 두 번째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축구를 즐기는 팬들을 위해 심판이 당연히 수행해야할 임무기도 하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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