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이천수 ‘누가 죽였나’
사면초가 이천수 ‘누가 죽였나’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7-07 13:53
  • 승인 2009.07.07 13:53
  • 호수 793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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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터진 이천수의 중동 이적 관련 진실 공방은 축구국가대표팀의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화색이 돌았던 축구계에 찬물을 끼얹는 대형 악재였다. 전남과의 임대계약 기간을 5개월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사우디 이적을 추진한 배경을 놓고 당사자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구단과 전남 드레곤즈, 이천수의 대리인이었던 전 에이전트 모두 이천수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다.

이천수의 원 소속구단이었던 페예노르트는 이천수가 팔리지 않더라도 더 이상 기용할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밝혔다. 전남은 이천수에 대해 연맹에 임의탈퇴(선수자격정지)선수로 공시해줄 것을 요청했고 국내 K리그 구단 중 상당수가 ‘이천수가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급의 실력을 갖췄다 해도 우리 팀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구나 이천수의 임대계약을 대리했던 전 에이전트는 “이천수가 계속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할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혔다. 해당 에이전트는 이천수와 상당기간 ‘호형호제’하며 파트너로 활약했던 사이였다. 결국 이천수는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트린 채로 중동발 비행기를 타게 생긴 것이다.

구단과 에이전트, 선수는 프로스포츠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중심축이다. 이번 소동은 이 세 축 사이에 기본적으로 유지됐어야 할 신뢰가 깨지면서 비롯됐다. ‘언론이 구단 측의 일방적인 입장만 반영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다’며 이천수를 옹호하는 일부 팬들도 이천수의 이적 결심이 도의를 저버렸다는 평가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즉 이천수를 축구계에서 ‘천둥벌거숭이’로 만든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얘기다. 이천수가 이적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계약 조항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연봉 때문인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없다.

일각에서는 이천수가 그동안 벌어들인 수입 대부분을 투자금으로 돌리다 큰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천수 스스로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빚을 갚으려면 지금 연봉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긴 바 있다. 다시 말해 이천수의 이적은 구단의 노예계약 때문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자금문제로 비롯됐다는 얘기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에서 잇달아 적응에 실패했던 이천수가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인 사우디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라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인생 최대의 모험을 앞둔 이천수가 더욱 더 외로워 보이는 이유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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