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총선’ 대물(大物) 들이 몰려온다

6·2 지방선거이후 정치권이 전당대회, 7·28 재보선을 앞두고 들끓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7·28재보선에서 압승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후 벌어지는 정기전당대회에서 정세균 대표가 재차 출전해 대의원들의 재신임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한나라당은 선 전당대회 후 7·28재보선에 임하겠다는 자세다. 이는‘세대교체론’,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쇄신된 당 모습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재심판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7·28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의 정국 운영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거물급 인사들을 거론하면서 ‘빅매치’를 외치는 배경이다.
7·28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구는 총 8곳. 서울 은평을,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는 일찌감치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지방선거 출마로 인한 의원직 사퇴로 공백이 생긴 충북 충주, 강원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 광주 남구, 강원 원주, 충남 천안을, 인천 계양을 등 6곳이 추가됐다.
규모만 따져도 ‘미니 총선’급이다.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은 ‘복수전’을, 승리한 야권은 ‘방어전’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최대 격전지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은평을 지역구다. 이 위원장은 지난 6월 4일 ‘친이재오계’ 인사들과 자택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최종 결심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친이재오계 인사들은 ▲ 7·28 재보선전 전당대회 개최 ▲ 이재오 전대 불출마 ▲ 은평을 재보선 출마를 결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틀후 진수희 의원이 언론을 통해 ‘이재오 위원장이 전대에 불출마 할 것’이라고 밝히는 계기가 됐다.
이재오 자택서 재보선 출마 전대 불출마 결의
이 위원장이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하면서 민주당 및 친박 진영은 반이재오 연대를 위한 후보자 물색에 적극적이다. 기존의 민주당 후보인 장상 전 총리, 한광옥 전 고문, 고연호 지역위원장이 등이 뛰고 있지만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 위원장의 급에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근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착출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손 고문의 경우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했다 연고도 없는 은평에 출마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최근에는 민주당측에서 ‘이재오 대항마’로 한명숙 전 총리를 여론조사에 넣어 조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명숙 착출설’이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에서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표를 받았고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선전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뱃지를 달아 도피처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각이 부담이다.
또 다른 관심 지역구는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의 지역구와 한나라당 이계진 전 의원의 지역구다. 현재 이 당선자는 법원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도지사직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다. 민주당에선 ‘이광재 당선자가 아웃되면 엄기영 전 MBC 사장이 나서면 된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다. 엄 전 사장은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민주당으로부터 도지사, 강원도 재보궐 선거에 ‘러브콜’을 받아왔다. 엄 전 사장으로서는 이 당선자가 직무정지가 안될 경우 이 당선자 지역구나 고향인 원주 등 골라서 출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선 매력적인 카드다.
또 다른 화제의 지역구는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신 자유선진당 박상돈 전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을 지역구다.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충남도지사에 당선됐지만 자유선진당 강세지역에 한나라당 후보로 김호연 빙그레 전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김 전 회장에 맞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당 이완구 전 충남지사의 행보에 따라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높은 지역구다. 이 전 지사가 경선에 참여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당선자 윤곽은 안갯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8곳 중 최소 2개 의석 기대
7·28 재보선 지역은 아니지만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의 재보선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 장관의 경우 장관행 이전인 지난 총선에서 동작지역에 국회의원 출마를 강력히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장관이 오는 개각에서 물러날 경우 ‘정치 1번지’인 종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 종로 지역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박 의원은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받아 의원직 상실형에 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1심 중으로 2심과 최종심이 남았다는 점에서 올해 10월 재선거보다는 내년 4월에 재보선이 개최될 공산이 높을 전망이다. 특히 종로 지역이 관심을 끄는 것은 손학규 상임고문이 지난 총선에 출마해 박진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지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손 고문은 8월에 개최되는 전당대회 출마보다는 재보선 출마를 통해 정치 복귀를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이명박 최측근인 유인촌 장관과 손 고문의 한판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8곳 선거구 가운데 원래 자신들의 몫은 1곳(강원 원주)이었던 까닭에 2곳 이상에서만 승리를 거둬도 지방선거 패배라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민주당은 5곳이 자신들의 지역구였던 탓에 ‘이겨도 본전’이긴 하지만 다시 한 번 6·2지방선거 바람을 일으켜 2012년 총선·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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