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수줍은 핑크빛 고백, 김요한 ‘런웨이의 왕자’로 떴다

출범 다섯돌을 맞은 프로배구 V리그가 지난 16일 시상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화재의 통합우승과 박철우(24·현대캐피탈), 데라크루즈(GS칼텍스)의 MVP 수상으로 대장정의 끝을 맺은 2008-2009 프로배구. 역대 최대 관중돌파와 갖가지 진기록으로 볼거리가 풍성했던 V리그의 마지막을 즐기는 축제의 현장은 코트의 열기만큼이나 뜨거웠다. 남녀 통틀어 전 구단 선수와 코칭스테프가 한자리에 모인 뜨거운 현장은 스타를 직접 만나러온 팬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 해의 수확을 거두는 자리에서 만난 코트의 스타들과 시상식 면면을 밀착 취재했다.
코트의 귀공자 김요한(24·LIG 손해보험)은 시즌 4위에 그친 아쉬운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기대이상의 수확(?)을 시상식 현장에서 거둬들여 눈길을 끌었다. 기량발전상, 포토제닉상과 베스트드레서상 등 3관왕을 휩쓸며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춘 특급 스타로 자리매김 한 것.
‘꽃보다 김요한’ 입담도 훌륭
시상식 전 기자와 만난 김요한은 내심 베스트드레서상에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은색 정장에 흰색 나비넥타이를 멋스럽게 소화한 그는 “베스트드레서상이 있다는 걸 이틀 전에야 알았다”면서도 “작년에 처음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다른 선수들의 패션센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올해는 나도 한번 튀어보자’는 생각에 큰맘 먹고 (턱시도를) 장만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올해 4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LIG. 4라운드 막판에 팀 주축 공격수인 자신이 부상에 시달리며 탈락의 쓴잔을 마신 팀을 위해 김요한은 내년 시즌을 위한 각오 다지기에 한창이다.
김요한은 이번 시즌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4라운드까지는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그런데 4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팀을 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김요한은 또 “아무래도 팀에서 많은 역할을 소화하다보니 부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사이 팀 분위기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내년에는 무엇보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최고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마무리 짓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 2년차를 마무리지은 김요한은 독일리그에서 뛰고 있는 라이벌 문성민(24)에 대한 솔직한 응원 메시지도 덧붙였다. 그는 “성민이 소식은 평소에도 많이 챙겨듣고 있다”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김요한은 “성민이가 요즘 많이 힘들다고 들었는데 그 친구가 잘 되면 나중에 독일 무대에 진출할 다른 후배들을 위해서도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성민이의 몫이 중요하다고 본다. 조금만 더 분발해 꼭 성공하길 바란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베스트 세터 최태웅 “내 생애 최고의 한해”
지난 12일 열린 현대캐피털과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에서 결정적인 리시브로 팀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최태웅(33·삼성화재)은 “이번 시즌은 내 인생 최고의 한해”라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시상식 전 기자와 인터뷰를 가진 최태웅은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경기 MVP를 차지한 것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라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예상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며 “그동안 팀 전체가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정말 좋았다. 두 번 다시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1라운드 부진한 성적을 딛고 우승까지 일궈낸 삼성화재. 팀의 노장으로 후배들의 역할모델을 자임한 최태웅은 굴곡 많은 한해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부진과 회복기를 반복하며 파란만장한 한해였다”면서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선수단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시즌 초 신치용 감독과 선수단이 함께 떠난 계룡산 등반도 선수단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였다.
최태웅은 “감독님은 등산을 하실 때 말씀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 묵묵히 산을 오르다보면 자연스럽게 선수들 사이에 끈끈한 정이 생긴다. 등산은 우리에게 훈련이 아니라 일종의 휴식과 같은 개념이다”고 말했다.
어느덧 서른 중반에 들어서 팀의 고참이 된 최태웅.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지만 정작 그의 성향은 정반대다.
최태웅은 “팀이 힘들수록 선배들이 후배에게 말을 많이 하면 잔소리가 될 수 있다”며 “오히려 말수를 줄이고 선배로서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후배들을 향한 조언은 되도록 팀 분위기가 좋을 때 지난 이야기를 짚어주는 식으로 하는 편이다”며 자신만의 ‘선배 노하우’를 전했다.
MVP 박철우 “여친에게…” 데라크루즈 “김연경 미안!”
한편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용병급 토종 거포’ 박철우와 여자부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 데라크루즈(22)가 2008~2009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박철우는 기자단, 주관방송사, 한국배구연맹(KOVO) 전문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투표인단 39표 가운데 23표를 얻어 정규리그 남자부 MVP로 선정됐다.
55.3%라는 역대 최고 공격성공률로 현대캐피탈을 3년 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박철우는 삼성화재 안젤코(11표)를 12표 차로 따돌렸다.
박철우는 공격성공률 뿐 아니라 공격점유율도 22.9%로 국내 선수 중에는 LIG 손해보험의 김요한(25.4%)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서브 에이스도 세트당 0.25개를 넣으며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박철우는 “잘 못하지만 믿고 도와주신 감독님과 동료 선수에게 영광을 돌린다”면서 “또 많이 힘들 때 항상 곁을 지켜주고 다독여준 여자친구(신혜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는 수줍은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에서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GS칼텍스 주포 데라크루즈가 19표를 얻어 흥국생명 김연경(4표)을 가볍게 제쳤다. 중남미 특유의 탄력과 힘을 겸비한 데라크루즈는 49.3%의 공격성공률로 공격 부문 1위에 오르면서 GS칼텍스를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데라크루즈는 “감독님과 선수들이 잘 해줘 상을 받게 됐다. 너무 기쁘다”면서 “이 상을 못 받았더라도 라이벌 김연경이 매우 좋은 선수라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일(LIG 손해보험)은 18표를 얻어 최석기(13표.KEPCO45)를 따돌리고 생애 한 번뿐인 남자부 신인상을 받았다. 현대건설의 염혜선은 24표를 획득해 7표에 그친 김은영(KT&G)을 제치고 여자부 신인왕에 올랐다.
◇KOVO 개인상 수상자
▲남녀 득점상= 안젤코(삼성화재) 밀라(도로공사)
▲남녀 공격상= 박철우(현대캐피탈) 데라크루즈(GS칼텍스)
▲남녀 세터상= 최태웅(삼성화재) 이효희(흥국생명)
▲남녀 수비상= 이강주(신협상무) 김해란(도로공사)
▲남녀 블로킹상= 이선규(현대캐피탈) 김세영(KT&G)
▲남녀 서브상= 안젤코(삼성화재) 김연경(흥국생명)
▲우승감독상= 신치용(삼성화재) 어창선(흥국생명 감독대행)
▲KOVO꿈나무상= 정태현(유성초) 김윤호(남성중)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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