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중심 되는 성남시 만들겠다”

경기 성남시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성남공단에서 일했던 12살 어린이 노동자가 시장에 당선됐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인은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황준기 전 여성부 차관을 8.02% 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로써 한나라당 8년 집권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 당선인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서민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선 직후 ‘아방궁’이란 비난을 받아왔던 호화 신청사 민간 매각 추진 의사를 명확히 하며 시민을 위한 공직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청사를 매각한 뒤 남는 돈은 낙후지역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에 쓸 계획이다. 또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사업권 확보를 통해 개발자치주권을 실현한다는 각오다.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인을 직접 만나 성남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들어봤다.
지난 6월 14일 오전 10시께 구 성남시청 2층 인수위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명 당선인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성남시를 만들겠다”며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없애고 4년 후 주민 자치의 모범 답안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 당선인은 인권변호사 활동과 함께 시민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야인’이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시민을 섬기는 ‘공복(公僕) 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경직돼 있는 성남시 공직사회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당선인은 앞서 호화청사 민간매각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진짜 팔아 버리는 거 맞아?”라며 주변에선 반신반의 했다. 그는 신청사 매각의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당선인은 “ 당선되고 나서 진짜 팔 생각이라고 했더니 시민들이 그 때서야 ‘아 진짜 팔 생각인가보다’라고 생각 하더라”면서 “경기도와 국토해양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노선을 감안하면 충분히 협조를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당선인과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이번 선거로 공직사회가 긴장하고 있는데.
▲ 공무원들에게 시장에게 잘할 필요 없고 시민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공복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된 사무를 처리하며 시민들로부터 급여를 받는 공복, 즉 공적인 심부름 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공복의식을 가진 성실한 사람이 첫째고 마지막이 능력인 사람을 인사에 반영할 것이다.
- 신청사 매각하게 된 계기가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었다고 했다. 유희적으로 들리던데 진심인가.
▲ 실제로 거기서 힌트를 얻은 것이 맞다. 호화청사 이야기 나올 때 이명박 대통령이 “팔거나 뜯어 고쳐라” 이런 표현을 했는데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청사도 팔수 있지”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호화청사에 대한 주민의 비난이 있었고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 신청사 매각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나.
▲ 지금 공용청사 부지로 돼 있는데 이것을 용도를 바꿔줘야 한다. 신청사 포함해서 그 주변을 민간업무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하겠다.
- 새로 청사를 짓는 다던데.
▲ 시청 공무원들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신청사를 다시 짓겠다는 것이다. 대지 1만5000평, 건물 1만5000평(연면적)으로 해서 전체 1500억 원 미만으로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다.
- 경기도와 국토해양부의 동의가 필요한데 가능할 것으로 보나.
▲ 정부에서 협조해 줄 것으로 본다. 이 대통령 마인드에 의하면 비경제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 성향을 보인다. 호화청사 문제 제기한 것도 정부고 거기에 대해서 대책마련 해준다는 것도 정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말한 ‘팔던지 뜯어 고쳐라’는 뜻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반대할 이유 없다고 생각한다.
- 매각 기업에 대한 선정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 그걸 앞으로 만들어야 한다. 누굴 교섭해 본적은 아직 없고 지금까지는 일반적 원칙적 논리를 검토해 본 것이다.
- LH공사로부터 청사 부지를 조성원가인 1700억 원에 매입했다. 공공용지를 조성원가에 구입해 업무상업용지로 민간에 매각하면, 매각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과 함께 땅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데.
▲ 특혜의 개념이 중요하다. 특혜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하는 것을 소수가 몰아서 누리는 것이 특혜 아닌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누리는 혜택이라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공용청사의 용도를 변경해서 막대한 차익으로 성남시민을 위해 쓰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혜택을 늘리는 것이다.
- 신청사 매각한 재원으로 분당 리모델링 사업과 구 시가지 주거개선 사업으로 쓴다고 했다. 재원조달은 신청사 매각비용 차액으로 충분한가.
▲ 그것 말고도 더 많이 필요하다. 충분할 리가 없다. 신청사 매각은 ‘하나의 방법’이다. 그 외 ‘삽질 예산 줄이기’가 선행돼야 한다. 낭비성 토목예산을 감축하는 것이다. 다른 방안은 개발자치주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도시개발공사를 성남시에서 만들어 각종 개발 사업을 할 생각이다.
- 사업권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정부로부터 양보를 얻어야 한다. 네거티브(부정적인)한 방법과 포지티브(긍정적인) 한 방법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부정적인 방법은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행정적으로 협조 안해주는 것이다. 긍정적인 방법은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다.
- 사업권 확보한다면 재원조달 가능액수는 어느 정도로 보고 있나.
▲ 각 사업마다 사업권 비율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만 최소 몇 천 억 단위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 신청사 매각과 위례신도시 등 사업권 확보에 실패한다면 재원조달 차선책은 염두해 두고 있나.
▲ 성남시의 연간 가용예산은 4000억 원 정도 된다. 전국 최대 규모다. 이 돈을 아껴서 쓰거나 소비 목록의 우선 순위를 바꾸면 언제든지 필요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 이대엽 현 시장의 그간 시정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 정체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다. 사람들도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인수위는 사정기관이 아니다. 과거를 뒤집는 것은 무의미하다.
▲ 시민들이 4년 후 ‘이제 내가 주인이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부정부패를 없애고 싶다. 주민자치, 주인으로서 대우받는 길을 열 것이다. 4년 후 주민 자치의 모범 답안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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