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봉중근’ ‘안타와 이치로의 행방불명’ 센스 작렬!

대회 2회 연속 4강 신화를 써 내린 야구대표팀이 경제위기로 시름중인 대한민국의 한줄기 희망으로 떠올랐다. 특히 숙적 일본을 상대로 통쾌한 승리를 거듭하며 국민감독과 국민영웅 칭호를 받은 김인식 호. 하지만 최근 신바람 나는 승전보보다 더욱 국민의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은 장외에서 벌어진 이들의 ‘말 펀치’ 대결이다. 센스 작렬, 매력 만점 패러디와 WBC를 둘러싼 선수·감독들의 치열한 입심전쟁을 포인트 별로 짚어봤다.
▶“이건 운명이다. 길에서 같은 여자를 계속, 우연히 만난다면? 결혼하는 편이 낫다” (이치로)
‘입치료 받아야 할’ 스즈키 이치로(시애틀·36)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청혼을 했다. 이미 한국과의 아시아예선 2차전에서 ‘굴욕’을 당한 일본의 간판선수가 한국을 향한 진한 애증(?)을 드러낸 것이다.
‘굴욕’ 이치로의 청혼, 대답은?
지난 18일 4강 길목에서 세 번째 일전을 펼친 ‘숙적’은 결국 한국의 철벽수비를 뚫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지만 이치로의 ‘청혼’은 길이 남을 어록임에 틀림없다. 지고 이기고를 반복하는 동안 두 나라 사이에 쌓인 애증만큼 이치로의 도발적인 ‘청혼’에 대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반응이 궁금하다.
다만 “앞으로 30년 간 일본을 넘보지 못 하도록 하겠다” 등의 망언을 서슴지 않던 이치로의 꺼림칙한 구애에 한국 네티즌들의 기분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사무라이 검이 날아들면? 뭐 일단 삼지창으로 막아야지” (김인식 감독)
‘사무라이 재팬’ 일본에 대한 대책을 묻자 국민감독은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결국 ‘의사 봉중근’의 역투와 이진영의 2타점 적시타로 무장한 김인식호는 ‘사무라이 재팬’을 멋지게 타도했다. “일본전에선 내가 할 게 없어. 선수들이 알아서 하니까”라며 특유의 ‘믿음야구’를 선보인 김 감독의 여유는 항상 위기에서 빛을 발했다.
▶“이틀 전 14점, 오늘 0점…이게 야구다”(하라 다쓰노리 감독)
지난 9일 대한민국이 일본을 상대로 1:0 완봉승을 거두면서 이틀 전 콜드패를 설욕 했을 때, 승리팀 감독 인터뷰에 나선 김인식 감독도 같은 말을 했다. “이것이, 이런 게 야구다.” 같은 말이라도 정반대의 상황에서 하라 감독의 소감은 한국인들로부터 적잖은 동정표(?)를 얻었다.
▶“의사 봉중근! 이치로 히로부미를 저격하다!” (한국 네티즌)
봉중근이 일본과의 2차전에서 무실점 피칭 끝에 팀 승리를 견인하자 대한민국 네티즌은 그를 즉각 안중근 의사에 빗대었다. 특히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꼭 100년 만인 올해, ‘봉중근 의사’는 ‘사무라이 재팬’의 마지막 저격수로 나섰다.
더 높이 날기 위해 넘어야할 산
2라운드 1조 승자전에서 일본을 격파하고 2회 연속 준결승 티켓을 거머쥔 김인식호의 앞날은 그다지 순탄하지 못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벌어진 2조의 4강진출국이 가려진 가운데 앞으로 한국이 상대할 팀은 일본, 그 이상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초반부터 파죽지세를 달린 베네수엘라와 야구 종주국 미국이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지난 17일 돌핀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 2조 승자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2:0으로 꺾고 4강 티켓을 선점했다.
미국 역시 지난 18일 패자부활 2회전에서 데이빗 라이트(뉴욕 메츠)의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내세워 푸에르토리코를 제물로 짜릿한 역전승을 맛봤다. 한국은 4강에서 이 두 팀 가운데 한 팀과 맞붙는다.
대부분 국내파 선수들로 구성된 대한민국과는 달리 두 팀은 묵직한 메이저리거들이 수두룩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준결승행을 확정지은 베네수엘라의 막강 타선은 메이저리그 ‘드림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천신만고 끝에 겨우 4강 티켓을 거머쥔 미국은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가장 많은 메이저리거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2007시즌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내셔널 리그 에이스 로이 오스왈트(휴스턴)가 원투펀치를 키우고 있으며 시카고 컵스 소속의 테드 릴리 등 중량급 계투들이 즐비하다.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무기로 한국과 상대할 미국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더불어 안정적인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까지 뒷받침 돼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라운드 일본과의 순위결정전부터 무서운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은 2라운드에서 강호 멕시코와 일본을 차례로 격파해 사기가 최고조에 오른 상태다. 강타자가 줄줄이 늘어선 멕시코와 일본을 무너트린 막강 투수진 역시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우승후보’와의 맞짱도 기대해볼만 하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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