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한국 월드컵’, 2022년을 노린다!

대한축구협회(KFA·회장 조중연)가 지난 2일 국제축구연맹(FIFA)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 관심 표명 양식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2002년 일본과 함께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던 한국은 고심 끝에 신청 마지막 날인 2일 FIFA에 유치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의 기적’을 일군 2002 한일 월드컵을 가슴에 묻고 2022년 새로운 신화 창조를 향해 뛰는 ‘조중연 호’의 뜨거운 유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두 번째 ‘대단한 도전’ 결과는 오는 2010년 12월 확인할 수 있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나라가 한국을 포함해 12개국으로 확정됐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를 비롯해 미국, 스페인-포르투갈 등이 이미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카타르, 호주 등 5개국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예고한 상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2014년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국으로 확정됨에 따라 동일 대륙 연속 개최 불가 원칙이 적용돼 남미 국가들은 유치전에서 제외됐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놓고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던 라이벌 일본과 또 다시 유치 전쟁을 치르게 됐다.
지난 3일 대한축구협회 유영철 홍보국장은 “우리는 월드컵을 치른 경험도 있고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돼 있는 상태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전혀 뒤질 이유가 없다”고 유치전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2002년 숙적 일본과 ‘제2차 유치전쟁’
이어 그는 “2002년에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적을 만들어냈다. 정몽준 명예회장이 FIFA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어 국제 외교력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2일 FIFA에 월드컵 유치 의사 관심표명 양식을 제출한 축구협회는 오는 16일 FIFA로부터 관심표명 국가에 송부되는 입찰등록 서류를 받을 예정이다. 축구협회는 입찰등록 양식 가입 후, 이를 3월16일까지 FIFA에 제출해야 한다. 4월에는 FIFA가 입찰동의서, 개최동의서 및 추가 관련서류를 유치 희망국에 배포한다.
축구협회는 오는 12월 11일까지 FIFA에 서명된 입찰동의서를 제출해야 하며 입찰 서류, 서명된 개최동의서 및 기타 대회 개최 관련 서류 제출기한은 2010년 5월 14일까지다.
FIFA는 유치 희망 국가들의 관련 서류 심사와 실사 등을 거쳐 내년 12월 집행위원회에서 2018년 대회와 2022년 대회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한다.
FIFA는 월드컵 유치 입찰 조건으로 최상의 인프라 및 경기시설, 12개 이상의 경기장, 최신 TV 방송설비, 정보 및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수송 및 숙박 시설, 대회 개최 1년 전 컨페더레이션스컵 개최 등을 내건 상태다.
12개 나라의 총성 없는 전쟁의 최종 승자는 2010년 12월 열리는 총회에서 FIFA에 의해 가려질 예정이다.
美 오바마 대통령도 최대 적수
일본과 카타르 등 아시아권 국가들 못지않게 미국 역시 월드컵 개최를 놓고 한국이 다퉈야할 강력한 숙적이다. 미국이 내세운 비장의 카드는 다름아닌 미국 최초의 흑인 수장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다.
미국축구연맹(USSF) 서닐 훌라티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을 미국에서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의 월드컵 유치를 지원해격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훌라티 회장은 지난 3일(한국시간)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탁월한 지도력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을 미국으로 불러들일 것이다”며 2018-2022년 월드컵 유치를 자신했다.
이미 1994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미국은 우리보다 앞선 지난달 30일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싶다’는 뜻을 공식발표했다.
훌라티 회장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은 미국에 대한 관점과 세계 속의 지도력을 급격하게 변화시켰다”며 대통령을 유치전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1994년, 미국은 월드컵에서 총 358만 관중을 불러들여 최다 관중동원 기록을 경신했다. 월드컵을 성공리에 마친 미국은 2년 후인 1996년, 미국프로축구인 메이저리그사커(MLS)를 출범시켜 미국 내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축구 발전에 힘을 쏟았다.
훌라티 회장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MLS는 지난 14년 동안 발전해왔다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훌라티 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6개의 최신식 전용 경기장을 갖추고 있고 동시에 2개 국어로 TV 중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의 몇몇 경기장을 개조하면 25~35개에 이르는 전용 경기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지역 텃새가 관건
한편 이번 유치전에서 최대의 난적으로 평가되는 것은 잉글랜드와 스페인 등 유럽권 국가들이다.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은 유럽대륙이 아닌 남아공(아프리카)과 브라질(남미)에서 개최됐다. 월드컵은 같은 대륙에서 연속 개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어 다음대회는 유럽 대륙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24명의 투표권을 갖고 있는 FIFA 집행위원 중 다수인 8명이 유럽 출신이라는 점도 2018년 월드컵이 유럽에서 개최될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힌 유럽권 국가는 잉글랜드를 비롯해 공동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포르투갈·스페인, 네덜란드·벨기에, 러시아 등이다. 이 가운데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멕시코, 호주 등도 2018년 또는 2022년 대회 유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어 황금트로피를 품으려는 각국의 축구전쟁이 치열하게 불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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