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티장에서 금지약물인 마리화나를 피워 구설수에 오른 수영영웅 펠프스가 가까스로 협회의 징계를 면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가벼운 행동으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만큼 심각한 이미지 타격은 피할 길이 없어졌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영국의 일요신문 격인 ‘뉴스 오브 더 월드’는 펠프스가 지난해 11월 6일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콜롬비아에서 열린 한 대학생 파티 장소에서 마리화나를 피웠다며 현장에서 찍힌 그의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이에 대해 펠프스는 2일 공식 성명을 발표하고 머리를 숙였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펠프스는 “좋지 않은 판단으로 매우 후회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젊은 혈기에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마리화나를 흡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수영영웅이 진심어린 사과를 보냈지만 그의 징계 여부는 뜨거운 관심사가 아닐 수 없게 됐다. 마리화나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금지약물 9가지 가운데 하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에 대해 최대 4년간 올림픽에 출전을 제한 할 수 있다.
그러나 펠프스가 올림픽과 세계선선수권 등, 국제무대에 출전 하지 못할 확률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반도핑기구(KADA)의 한 관계자는 “마리화나가 WADA가 규정한 9가지 금지약물 중의 하나이기는 해도 ‘대회 기간 중 금지약물’로 규정되어 있다. 경기가 없을 때는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금지약물을 규정하는 기준은 선수들의 건강에 해가 되는 물질과 공정한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은 물질로 나뉜다.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마리화나는 선수들의 건강과 함께 사격 같은 위험한 장비를 사용하는 선수들을 위해 금지약물이 됐다”라고 선을 그었다.
WADA 데이빗 하우먼 행정이사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펠프스를 처벌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한참 뒤에 상시 금지약물이 아닌 마리화나를 흡입한 펠프스는 국제대회 등에 출전정지 징계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는 펠프스가 마리화나 흡입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성명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USOC는 “펠프스의 최근 행동에 매우 실망했다. 펠프스는 젊은이들의 본보기로 많은 책임감이 따랐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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