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각변동‘주이야박’(晝李夜朴) 본격화
한나라당 지각변동‘주이야박’(晝李夜朴) 본격화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0-06-22 09:32
  • 승인 2010.06.22 09:32
  • 호수 843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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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추대론’ 공천보장 위한 ‘충성맹세’
지난 15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6선의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친박 30여명의 의원들이 모여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박근혜 출마’를 적극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전당 대회 출마는 안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과 일부 쇄신파내 초선의원들까지 가세해 ‘박근혜 당 대표 추대론’을 거들고 나서면서 친이 진영을 압박하고 있다. 외형상 주군은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군신들은 출마를 종용하는 형국이다. 기존에 박 전 대표가 ‘한 마디 정치’를 하면 친박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때와는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친이 진영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박근혜 띄우기’ 내막을 알아봤다.

‘박근혜 출마론’을 공론화한 인사는 친박근혜계 6선의 홍사덕 의원이다. 홍 의원은 지난 6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과 정권) 전체를 위해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한 이후에도 ‘신박근혜 좌장격’인 홍 의원이 주장을 굽히질 않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가 친박 모임인 ‘여의포럼’ 회원들과 만찬을 갖고 ‘박근혜 출마론’에 더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날인 17일에는 34명의 친박 의원들이 일일이 홍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며 ‘당 대표 출마를 설득하자’는 결의를 내부적으로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박 전 대표가 말을 번복할 리 없다는 게 친박내 지배적인 분위기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나선다 하더라도 당권·대권 분리에 따른 1년 6개월전 대표 직을 관둬야 한다는 점에서 19대 공천권을 공식적으로 행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 의원들의 이런 집단 움직임 속에는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친이 직계 의원들의 시각이다.

가장 먼저 친이 진영에서는 ‘박근혜 출마론’ 배경에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박근혜 역풍론’ 차단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직에 나섰다가 낙선한 한나라당 박해춘 비상대책위위원은 “박 전 대표가 와서 선거 유세하기를 강력 요구했는데 끝까지 안했다”며 “야당은 똘똘 뭉쳤는데 여당은 분열해서 선거에서 이길 수 없었다”고 박 전 대표 책임론을 부각시킨 바 있다. 한나라당 텃밭에서 후보로 출마했다가 아깝게 고배를 마신 인사들의 대부분의 심경을 대변한 셈이다.

이렇듯 친이 진영에서 ‘박근혜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기위해 홍 의원을 비롯한 친박 진영에서 ‘박근혜 출마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박근혜 출마론’을 통해 지방선거 책임론을 자연스럽게 ‘청와대 및 친이 진영’에 쏠리게 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리고 있는 셈이다.


친박, ‘박근혜 띄우기’ 선거 책임론 차단용

또한 박 전 대표의 몸값을 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아 패배했다는 점을 부각시켜 한나라당내 ‘선거 메시아’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겠다는 복안 역시 깔려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이 2년 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가 그 한 고비였지만 역으로 ‘역할론’을 띄워 극복하자는 셈법이다. 아울러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내세워 호가호위를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부분이다.

한편 19대 공천권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친박 진영에서는 지난 18대 공천은 이재오-이방호 친이 두 인사의 ‘사천(私薦)’으로 이해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비록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공천권과 무관하지만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 ‘박근혜 대세론’이 강화될수록 공천권 행사에 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박근혜 대세론’은 반박 전선의 선봉에 서 있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운신의 폭을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만들 공산이 크다. 특히 친이 직계 강경파를 제외한 중립 성향의 친이 인사나 무계파 의원들을 ‘박근혜 우산’속으로 유도해 당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엿보인다. 이렇듯 친박 진영에서 주군인 ‘박근혜 띄우기’는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를 하건 안하건 상관없이 주군과 군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친이내 반이재오, 靑·이재오 사천 차단용

또한 중립 성향의 쇄신 모임과 친이내 반이재오계 의원들 역시 ‘박근혜 출마설’에 입을 보태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공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친박 진영의 다목적 카드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친이 의원실의 한 인사는 “지난 18대 공천은 ‘이재오-이방호’ 두 인사의 사천으로 정당 공천 작업이 비민주적이었다”며 “박 전 대표가 대표로 출마해 정당 민주화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야당 10년 동안 한나라당내 정파는 있었지만 계파는 없어 분당이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며 “하지만 지난 18대 공천이 특정 인사가 사심을 갖고 공천을 좌지우지해 계파를 만들면서 친박계, 친이명박계, 친이재오계 등 계파 갈등이 분출되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19대 공천에서는 특정 인사가 공천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박 전 대표가 수장이 돼 투명한 공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박 전 대표가 출마할 수 있도록 “현재 당권, 대권이 분리돼 있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쇄신파와 친이내 반이재오계 역시 친박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에 나설 것인가’에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 진영에서는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표 곁에서 좌장역할을 했던 김무성 의원을 원내 사령탑으로 내세웠는데 박 전 대표에게까지 당권을 넘기는 데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친박을 비롯해 쇄신파, 친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박근혜 출마론’은 그 성사 가능성보다 향후 19대 공천과정에서 살아 남기위한 ‘충성 서약의 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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