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사우디 역주행? ‘진실 혹은 거짓’
설기현 사우디 역주행? ‘진실 혹은 거짓’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9-01-21 14:19
  • 승인 2009.01.21 14:19
  • 호수 769
  • 5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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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바우도’ 설기현(30·풀럼)이 한국 선수 최초로 중동 리그에 진출했다.

설기현의 에이전트사 (주)지쎈은 지난 14일 “설기현이 사우디아리비아의 알 힐랄에 임대 선수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6개월 임대 후 완전 이적하는 조건으로 미뤄 설기현은 9년여의 유럽생활과 작별을 고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연봉은 양측의 합의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250만달러(33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 힐랄은 2007-2008시즌 사우디아라비아리그 정상에 올라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은 강팀이다. 특히 수원 삼성에서 뛴 루마니아 출신의 올리 감독이 설기현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없어 돈방석 앉는 중동리그

2000년 7월 벨기에 리그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했던 설기현은 안더레흐트(벨기에)-울버햄프턴-레딩-풀럼(이상 잉글랜드)을 거친 대표적인 빅리거다. 지난 시즌 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국내 복귀설까지 돌았던 설기현의 중동행 결정은 그야말로 ‘뉴스’거리다.

설기현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추측된다.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린데 따른 돌파구 마련과 높은 연봉, 그리고 은퇴 뒤 지도자 생활까지 고려한 사려 깊은 판단이라는 것 등이다.

당초 알 힐랄이 설기현에 러브콜을 보낸 시기는 지난해 12월 중순. 당시 설기현측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았다. 올 시즌 풀럼에서 정규리그 4경기(선발 3경기 포함)만 뛴 설기현은 무릎 부상을 당하는 등 여러 가지 악재를 만난데다 호치슨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3개월 이상 1군 무대를 밟지 못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청용 등 신예에게 밀리며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에서 설기현은 미지의 땅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출전기회를 잡는다면 허정무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을 수도 있고, 2010남아공월드컵 출전도 가능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구미를 당겼다. 설기현측은 “다른 것은 몰라도 조건이 워낙 좋았다”고 설명했다.

설기현이 현재 풀럼에서 받고 있는 연봉 100만 파운드(19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많은 것은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세금을 떼지 않아 같은 연봉이라도 실제 손에 쥐는 액수는 더 많다.


‘알 힐랄’은 어떤 팀?

영국에서는 선수 연봉의 40% 정도가 세금으로 빠진다. 은퇴 이후 인생 설계도 감안했다. 유럽에서 9년을 보낸 설기현은 향후 지도자를 하기 위해 또 다른 대륙에서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알 힐랄의 사령탑은 1997년부터 4년간 K리그 수원 삼성에서 뛴 루마니아 수비수 출신의 올리 감독이다.

올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제패를 위해 동아시아 출신, 특히 한국선수를 강력히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올리 감독은 설기현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도 리야드를 연고로 1957년 창단된 알 힐랄은 2007-2008 시즌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정규리그에서 11차례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도 10번이나 경험했다. 국가대표 간판 스트라이커 야세르 알 카타니가 주축인 알 힐랄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강호로 통한다.

1992년과 2000년 아시아클럽선수권 우승을 비롯해 아시아컵위너스컵(1997, 2002년)과 아시아슈퍼컵(1997, 2000년)에서도 각각 두 차례 정상을 밟았다. 1997년 아시아슈퍼컵에서는 포항 스틸러스를 제치고 아시아 최강자가 되기도 했다.

수원은 2002년 아시아슈퍼컵에서 알 힐랄과 1, 2차전 합계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긴 바 있다. 알 힐랄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A조에서 조별리그를 치른다.

수원을 비롯한 FC서울, 울산 현대, 포항 등 4팀이 출전하는 한국과는 8강전부터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AFC챔피언스리그에 알 힐랄을 비롯해 알 샤밥(B조), 알 이티하드(C조),알 에티파크(D조) 등 4팀이 출전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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