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WBC 4강의 기적

WBC 4강 신화의 기억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거포 김동주(33·두산) 마저 오는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못 박았다.
김동주는 지난달 26일 32명의 WBC 대표팀 2차 엔트리 발표 때 자신의 이름이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것을 확인한 다음날(2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표팀 불참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일에도 KBO에 전화를 해 WBC 대표팀 불참을 알린 뒤 지난 8일 열린 WBC 대표팀 출정식 및 유니폼 발표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KBO는 김동주의 거부로 더 이상의 설득 작업을 포기한 상태다. 김인식 감독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김동주가 WBC에 손사래를 친 이유는 뭘까. 먼저 지난 1회 대회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김동주의 불참 이유 중 하나다. 김동주는 2006년 3월 벌어졌던 제1회 WBC 아시아예선 대만과의 경기 때 오른쪽 어깨를 크게 다쳐 FA자격을 놓쳤다.
부상을 당했을 때 FA 권리 획득에 대한 주변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국가대항전에서의 부상이어서 정규시즌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FA 자격 획득에 대한 이득을 줄 수 있다는 KBO 관계자의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전례가 없었던 관계로 김동주는 FA 자격 획득을 1년 뒤로 미뤄야만 했다. 김동주는 어깨 부상을 털고 2007시즌을 치른 뒤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김동주에게 부상으로 쉰 1년이 피눈물 나게 안타까웠을 법하다. 올해 역시 해외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김동주는 만약에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미리 피하자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요미우리)도 WBC 불참을 확정지은 가운데 김동주마저 팀 합류를 거부함에 따라 이번 WBC 대표팀의 중심타선은 대수술이 불가피한 상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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