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히어로즈 ‘12월 괴담’ 입체 추적
위기의 히어로즈 ‘12월 괴담’ 입체 추적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12-12 09:06
  • 승인 2008.12.12 09:06
  • 호수 763
  • 5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0억대 프로구단 24억에 목매는 이유는?

프로야구 제8구단 히어로즈가 옛 후원사인 우리담배와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히어로즈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선수 급식비와 사무실 운영비를 비롯한 세금 등을 체납할 정도로 구단은 심각한 운영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외국계 투자기업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히어로즈를 창단하며 연간 운영비 100억원 이상을 확보했다고 호언장담한 것이 불과 수개월 전이다. 그럼에도 최소 3년 간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며 당당히 출사표를 던진 히어로즈가 창단 1년 도 채 못돼 휘청거리면서 500만 관중 신화를 쓴 한국 프로야구는 운명의 12월을 맞이한 것이다. 오는 31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미납된 구단 가입금 24억원을 마저 내야하는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퇴출괴담’까지 겹쳐 모든 운영진이 사태 진화에 전력투구하는 모양새다.


‘야구공 하나 사기도 버거운’ 히어로즈

12월은 히어로즈의 운명을 가늠하는 달이될 전망이다. 히어로즈는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 (주)우리담배를 상대로 후원금 지급 소송 및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8월부터 끊긴 후원금 24억 7000여만원을 내놓으라는 내용이다.

소장에 적힌 히어로즈의 현재 상황은 황당할 정도로 절박하다. 일시적이라지만 당장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구단 재정이 바닥이 난 것. 언론 보도에 따르면 히어로즈는 현재 자본금 10억원이 고스란히 잠식됐고 직원들의 국민연금, 국세와 지방세 등 세금 2억원도 밀린 상태다.

히어로즈는 지난 7월 KBO와 가입금 미납 분쟁을 벌였고 스폰서인 우리담배는 기업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스폰서 철회를 선언했다. 당시 우리담배는 히어로즈가 새로운 스폰서를 찾을 때까지 선수들의 연봉 지급 기간인 11월까지는 후원금을 끊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담배가 히어로즈에게 약속한 후원금을 주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결국 1~9월까지 선수 연봉과 수당, 훈련비 등으로 71억여원을 썼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이장석 사장 등 주주들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갔다는 게 구단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구단 식구들의 식비와 의료비, 운동기기 보수·구입비, 사무실 관리비와 차량 임대료 등 기본적인 지출 부분도 대부분 체납된 상태다.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당장 야구공 하나 사기도 버겁다는 얘기다.

당장 선수들을 훈련시킬 연습구장도 구하기 어려운 처지다. 히어로즈는 경기도 고양시 설문동 야구장을 연습장으로 썼지만 계약기간이 지난 9월 말로 끝났고 그 뒤 사용료를 내지 못해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자금이 씨가 마른 상태에서 오는 연말까지 써야할 돈은 42억원, 시즌 시작 직전인 내년 2월까지 적어도 6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FA자격을 얻은 투수 김수경을 비롯해 상당 선수들이 잔류 의사를 밝혔지만 히어로즈는 58억원에 달하는 선수단 연봉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소송 서류 내용 과장된 것”

히어로즈의 최근 상황은 마치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돈 쓸 일만 즐비하다.

그러나 정작 히어로즈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세금을 밀린 적은 있지만 구단이 현금을 충분히 갖고 있어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김기영 히어로즈 홍보과장은 “자본금이 잠식됐다는 건 올해 예상되는 손실이 자본금보다 많다는 뜻이다”며 “구단이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어 당장 구단 운영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 시즌 동안 팀을 꾸린 결과 손해는 봤지만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만큼의 자금력이 있다는 얘기다. 김 과장은 또 “세금이 밀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잠깐이었다. 지금은 모두 다 정산이 끝난 상태”라고 해명했다.

히어로즈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소장 내용으로는 당장이라도 팀이 쓰러질 듯 위태롭기만 하다. 이와 관련해 구단은 “소송 서류 내용만 보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프로야구 퇴출설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러나 히어로즈의 상황에 대해 낙관하는 야구 관계자는 별로 없다. 팬들의 시선도 싸늘하기만 하다.

최근 소속선수 장원삼을 30억에 삼성으로 현금트레이드 하려던 시도도 이 같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특정팀의 일방적인 전력 누수를 막으려는 KBO 이사회에 의해 장원삼을 사이에 둔 두 팀의 거래는 없던 일이 됐다.

일각에서는 히어로즈가 우리담배를 상대로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가 장원삼의 트레이드 불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3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눈앞에서 날린 히어로즈가 자존심을 구기면서까지 후원금에 목을 매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사건은 히어로즈의 열악한 사정과 베일에 가려진 모기업 센테니얼에 대한 의구심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계기가 됐다. 더구나 메인 스폰서사인 우리담배와 법정공방까지 불사한 현재 히어로즈의 운영 실태는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알려졌다.

히어로즈는 소장에서 ‘유일한 재원인 우리담배의 후원금을 받지 못해 연봉을 주지 못하면 선수와 지원 인력의 유출을 막을 도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내년 시즌 준비는 고사하고 구단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공신력을 발휘하는 법원 소장에 드러난 ‘제살 깎아먹기 식’ 하소연에 프로야구 팬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