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이화여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5월부터 최근까지 6개월간 전국 중고교 남녀 학생선수 1천139명을 상대로 진행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학생 운동선수들의 인권실태에 대한 종합적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 응답자 중 78.8%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특히 25%의 학생들은 일주일에 1~2번 이상, 5%의 학생들은 매일 폭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대표적인 폭력 형태(복수응답)로는 운동을 못하거나 훈련태도가 나쁘다는 이유로 ‘기합이나 얼차려를 받았다’(64.3%), ‘모욕적 욕설을 들었다’(59.1%), ‘구타를 당했다’(49.3%), ‘옷을 벗으라는 체벌이나 기합을 받았다’(7.0%) 등이며 ‘훈련과 상관없이 욕을 듣거나 맞았다’는 경우도 절반에 가까운 44.4%나 됐다.
조사에 참여한 한 중학교 3학년 농구선수는 “(코치가) 별 이유 없이 뺨을 때리곤 했는데 특히 (합숙 중이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피하다가 잘못 맞아 고막이 터져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3일 뒤에 또 맞고 있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폭력 피해에 대해 응답자 중 41.5%가 “참거나 모른척한다”고 대답했고 폭력 피해 응답자 중 45.3%는 “폭력 행위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주된 폭력 행위자는 코치와 선배가, 주된 폭력행위 장소는 훈련장과 합숙장소가 지목됐다.
인권위는 “지도자의 폭력이 학생 선수들 간의 폭력과 구타 문화를 재생산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선후배 간 ‘군기잡기’ 등 비공식적인 형태의 폭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사대상자 중 63.8%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했고 실제 성폭행 피해 사례도 11건이나 됐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 58.3% ▲강제추행 25.4% ▲성폭행 1% ▲강제적 성관계 요구 1.5% 등으로 조사됐다.
‘몸이나 외모를 갖고 농담한다’(43.9%), ‘허락 없이 몸을 만진 적이 있다’(19.6%), ‘뺨에 뽀뽀해달라고 강요하거나 강제로 키스한다’(11.2%) 것 등이 대표적 피해 사례로 나타났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여중생 핸드볼 선수는 “감독님이 수비방법을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가슴을 만진 적이 있다”며 “처음에는 실수였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일이 반복돼 무척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중생 핸드볼 선수 역시 “학교 합숙소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감독님이 들어와 우리들 무릎 위에 앉는가 하면 ‘흰머리를 뽑아라’ ‘다리를 주물러라’ 등의 비상식적인 요구를 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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