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원킬' 이근호, 그가 그라운드에 서야하는 이유
'원샷원킬' 이근호, 그가 그라운드에 서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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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20 10:37
  • 승인 2008.11.20 10:37
  • 호수 760
  • 5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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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

골 가뭄에 시달리던 축구 대표팀에 연속 골을 선사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근호(23·대구)가 동료를 위해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지난달 20일 서울 논현동 D고시원에서 발생한 방화·살해 참극으로 여동생을 잃은 옛 동료 서성철(23·전 인천)을 위해 추모 세리머니를 계획한 것이다. 이근호와 서성철은 지난 2006년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프로무대에 데뷔해 눈물 젖은 2군 생활을 하며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이근호는 서성철 여동생(故 서진·21)의 사고 소식을 들은 뒤 소속팀이 있는 대구에서 직접 올라와 함께 빈소에서 밤을 새는 등 각별한 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밤 사우디와의 월드컵 예선전을 위해 두바이로 떠난 이근호는 <일요서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친구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며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이근호는 “마음 같아서는 대표팀 전체가 힘을 합쳐 특별한 위로를 전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꼭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릴까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 이근호는 동료와 고시원 참사로 고통을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대표팀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계획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동포 피해자와의 차별과 대표팀의 사기를 의식한 내부 의견에 막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진 못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예선에 앞선 지난 15일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임시 주장을 맡은 고참 이운재 역시 서성철을 향한 애정 어린 격려를 잊지 않았다.

이운재는 출국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서성철이) 부디 마음을 잘 추슬러 그라운드에서 진가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선수는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 누군가의 위로보다는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올 초 소속팀 인천과 계약이 만료돼 팀을 나온 서성철은 아직까지 소속팀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고시원 사건과 관련 피해자 모임을 구성한 그는 강원FC 등 신생팀과 입단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서성철은 “사건 때문에 잠시 쉬었던 운동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며 “꼭 프로선수로 성공해 태극마크를 달아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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