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神’은 최상의 시나리오 구상 중

‘생각대로 하면 되고~♪’
최강의 전력으로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안착한 SK 와이번스의 ‘생각대로’ 시나리오가 플레이오프에도 적중할까. 시즌 2위 두산과 3위 삼성의 물러설 수 없는 죽음의 치킨게임이 치열한 가운데 김성근 SK 감독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당시 삼성의 낙승을 정확히 ‘예언’했던 김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무려 5명의 전력분석팀을 파견해 한국시리즈 시나리오를 구축해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해설자로 나서 신들린 분석력으로 팬들을 전율하게 했던 김성근 감독의 머릿속에는 어떤 구상이 자리 잡고 있을까. 가을야구의 종점을 앞두고 ‘야구의 신(神)’이 바라는 최상의 한국시리즈 시나리오를 따라가 봤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가상의 상대를 두산으로 잡고 훈련할 것이다.”
삼성과 롯데가 격돌한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의 낙승을 예상했던 김성근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에 취재진을 상대로 ‘한국시리즈는 SK vs 두산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는 김 감독의 예상대로 였다. 삼성은 롯데의 돌풍을 단 세 경기 만에 깔끔하게 잠재우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성근 감독의 첫 번째 포스트시즌 구상은 적중한 것이다.
SK의 ‘타깃’은 두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작전야구’를 완성하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김성근 감독. 그는 다른 7개 구단의 전력과 장·단점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야구전문가로도 정평이 나있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그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 가운데 두산이 가장 스피드가 뛰어난 팀이다”며 “팀 훈련은 두산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보다 두산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우위라고 판단한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 승부할 두산과 삼성이 질기고 긴 혼전을 벌였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이끄는 SK의 타깃이 온전히 두산, 단 한 팀만은 아니다. 3연승을 몰아치며 ‘로이스터 매직’을 잠재운 삼성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하겠다는 의지로 기세가 등등한 상황. 더구나 팀 간 승무패로 따진 단순 전적만 비교해보면 삼성이 10승 8패로 두산전에 상대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사자의 기지개’는 준플레이오프가 펼쳐진 부산 사직구장에서 이미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버금가는 5명의 전력분석팀을 파견해 전력분석에 나선 SK는 삼성의 전력이 기대 이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SK 전력분석팀은 “삼성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김 감독에게 전했고 김 감독 역시 이에 동의했다.
김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트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세 팀 가운데 삼성이 제일 강한 것 같다”며 경계론을 폈다.
SK와 두산, 삼성을 상대전적으로 비교해보면 두 팀 모두에게 18전 10승 8패를 기록한 SK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투수전적에서 양 팀을 상대로 각각 0.556의 승률을 거뒀지만 방어율은 삼성을 상대로 4.27을 기록해 두산과의 상대기록 3.92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타자전적에서는 삼성을 상대로 611타수 101타점, 0.304의 타율을 뽑아내 601타수 90타점, 타율 0.268에 그친 두산전에 비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레이번과 얀 등 외국인 용병 투수들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SK로서는 국내파 선수들로 엔트리를 보강하거나 타격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타선 폭발이 관건
레이번은 올 시즌 133과 2/3이닝 동안 5승 3패로 17승을 거둔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더구나 예비 한국시리즈 맞수로 꼽히는 두산과 삼성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점도 치명적인 핸디캡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무대를 거쳐 시즌 막판 SK에 합류한 에스테반 얀 역시 김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목동에서 열린 히어로즈전에서 2/3이닝 동안 안타 3개를 얻어맞아 4실점 했고 지난 2일 KIA 원정경기에서도 2/3이닝 만에 1점을 잃었다.
다만 올 시즌 다승왕(16승4패)과 탈삼진(150개) 부문 1위를 차지한 에이스 김광현과 채병룡, 이승호, 송은범 등 굵직한 국내 투수를 보유한 상황에서 김성근 감독은 국내 선수로만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짜는 ‘묘안’도 구상중이다.
낮 훈련과 야간훈련을 병행하며 완벽한 ‘우승 시나리오’를 꿈꾸는 김 감독이지만 보다 쉬운 상대를 상대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속내다.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체력을 소진한 삼성이 두산과의 끈질긴 사투를 벌여 천신만고 끝에 SK와 맞붙는 것.
김 감독은 이 같은 바람이 담긴 듯 지난 13일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두산과 삼성의 승부가 6차전까지 이어지는 박빙으로 치러질 것이란 ‘예언’을 던졌다.
그는 “이번 플레이오프는 6차전까지 가야 할 것 같다”면서도 “두산 투수의 컨디션을 몰라 섣불리 평가하기 어렵지만 정상적인 상태라면 두산이 우세하다”는 예상을 내놨다. 김 감독은 또 “삼성이 롯데전과는 달리 선발 로테이션과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두산 김경문 감독이 가변적인 전술 운용에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곁들였다.
한편 정규시즌이 끝난 뒤 선수들에게 단 이틀의 휴식만을 허락한 김 감독은 지난 8일부터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맹훈련에 돌입했다. 홈구장인 문학구장의 잔디보수공사 관계로 수원구장에 임시 훈련캠프를 차렸던 SK는 지난 12일부터 한국시리즈 1·2차전이 펼쳐질 문학구장으로 옮겨 실전 감각 쌓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흘 훈련, 하루 휴식 패턴을 기본으로 훈련을 진행 중인 SK는 지난 14일부터 자체 평가전에 돌입했다. 당초 히어로즈와 연습경기를 계획했던 SK는 히어로즈 이광한 전 감독의 사퇴로 일정이 무산되자 자체 홍백전을 통해 이를 보강할 예정이다.
마지막 대전(大戰)을 준비 중인 2008 프로야구가 마지막까지 팬들을 울리고 웃길 국민 스포츠로 남을 수 있을까. 화끈한 전면전을 선언한 마지막 세 팀의 운명은 빠르면 이번 주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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