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 & 최홍만 ‘강한 남자’ 전성시대 개막

풍운아 추성훈((33·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과 ‘뇌종양 파이터’ 최홍만(28)등 코리안 파이터가 돌아왔다. CF스타로 발돋움한 추성훈은 이달 23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드림6 대회에서 일본 가라데 챔피언 도노오카 마사노리(35)와 정면승부를 벌인다. 지난 7월 대회 승리 후 2개월 만이다. 지난 6월 뇌하수체 종양 제거수술을 받은 최홍만은 27일 재기전을 치른다.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리는 K-1 월드그랑프리 16강 대회에서 헤비급(100kg 이하) 챔피언 바다하리(24·모나코)와 맞붙는 것.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격투가의 연이은 출격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들을 둘러싼 석연찮은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7월에 이어 종합격투기 초보자만 대결 상대로 고른다는 구설에 휘말린 추성훈과 군 면제 사유가 된 수술 3개월 만에 격투기 무대로 돌아온 최홍만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겨도 본전’인 싸움에 두 사람이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번지고 있다.
올해 초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뒤 ‘국민훈남’으로 거듭난 추성훈이 때 아닌 약한 남자 시비에 휘말렸다. 유명세와 걸맞지 않게 약한 상대만 고른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약한 남자 추성훈? “말도 안 돼!”
이달 23일 열리는 ‘드림6 미들급 그랑프리 결승전’에서 추성훈과 맞붙는 상대는 정도회관 출신 가라데 파이터 토노오카 마사노리다. 토노오카는 전 일본 가라데 선수권에서 우승을 휩쓴 강자지만 종합격투기 무대는 고작 3경기를 치른 초보다. 입식타격 방식의 K-1과 달리 드림은 그라운드 기술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유도 선수 출신의 베테랑 추성훈에 비해 적잖은 약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추성훈의 대진 상대에 대한 논란은 지난 7월에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말 미사키 카즈오와의 경기에서 사커킥(Soccer Kick)을 맞고 코뼈부상을 당한 추성훈은 2개월 전 시바타 카츠요리와 복귀전을 치렀다. 당시 기량차이가 현저한 시바타를 상대로 추성훈은 조르기 기술을 이용해 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번 대결 상대인 토노오카에 대해서도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006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7월 한국에서 열린 K-1 히어로즈 서울 대회에서 한국의 최영에게 1라운드 KO패를 당했던 선수다.
무엇보다 추성훈이 스스로 3명의 상대 후보 가운데 뚜렷한 약점을 가진 토노오카를 골랐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드림 측은 추성훈에게 유도출신의 강자를 포함한 대결 후보 3명을 제시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선수가 약한 선수들을 상대로 승수 쌓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대진이 추성훈의 컨디션과 상품성을 고려한 드림의 ‘배려’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청률 확보가 급급한 드림이 추성훈, 미르코 크로캅, 토코로 히데오 등 간판스타들을 총출동 시켜 9월 대회를 흥행시킨 뒤 오는 11월과 12월 예정된 연말 스페셜 이벤트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특히 코뼈와 무릎부상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된 추성훈은 올 상반기 경기에 나서지 못한 만큼 연말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는 11월과 12월 경기에 그를 연속 출장 시킬 계획인 드림은 간판스타인 추성훈이 무리 없이 9월 경기를 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는 연말 ‘빅매치’를 앞둔 몸 풀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최홍만, 선수 생명 건 최후 출격
반면 27일 K-1 복귀전을 치르는 최홍만의 상황은 ‘배수의 진’과 다를 바 없다. 뇌종양 수술을 이유로 군 면제 혜택까지 받은 상황에서 재기를 서두른 만큼 비난여론을 확실히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한 K-1이 한국시장 진출을 위해 최홍만을 간판스타로 내세운 것도 부담요소다. K-1이 한국에서의 인기몰이를 위해 최홍만과 바다하리의 빅매치를 성사시켰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래저래 최홍만으로서는 27일 대회가 선수 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란 주장이 적지 않다. ‘떠오르는 샛별’ 바다하리와의 정면승부는 결코 쉽지 않은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날카로운 킥과 타격능력을 갖춘 바다하리의 기량은 K-1에서도 최정상급에 속한다. 지금까지 치른 10번의 경기 중 7번이 KO승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폭발력을 짐작할 수 있다. 198cm의 장신이지만 체중은 90kg대로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바다하리는 특유의 신랄한 입담으로 상대를 도발해 ‘K-1의 악동’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최홍만을 ‘몬스터’ ‘어글리’등으로 부르며 폄하했던 바다하리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최홍만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분 있으면 손들어보라”는 등의 말로 상대를 흠집 내며 승리를 자신했다.
이에 최홍만은 소속사인 FEG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것은 링 위에서 보여주겠다. 경기 후 이야기 하라”고 받아쳤다. 수술 뒤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감량을 해왔다고 밝힌 최홍만은 지난 13일 일본 오사카 정도회관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문제는 지난 6월 받은 뇌수술의 후유증이다. 같은 증상으로 수술을 받은 김영현이 수술 뒤 약물치료와 재활훈련에 2년을 보낸 끝에 간신히 복귀할 수 있었다는 점을 봐도 최홍만의 출전은 지나치게 성급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지난 6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뇌하수체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최홍만은 이번 바다하리와의 경기에서 상대적 열세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다니카와 사다하루 FEG 대표는 K-1 공식홈페이지에 개재된 인터뷰를 통해 최홍만의 승리를 자신했다. 다니카와 대표는 “(최홍만이)6월 수술 후 의사의 진단에 따라 맞춤 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에 출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링에서 사망한 복서 최요삼 사건과 지난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기관지 파열 부상으로 대회출전을 포기한 백종섭을 예로 들며 ‘아름다운 기권’을 권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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