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엇박자를 보이며 내홍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은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 세종시, 4대강 등 국정과제에 대한 당초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반면 청와대는 기존 입장대로 사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쇄신세력 사이 쇄신작업 시기 등을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급할수록 돌아간다’는 ‘지공론’을 펴며 청와대를 감싸는 반면, 쇄신세력들은 이 같은 지도부의 태도에 강한 불신을 내비치고 있다. 6월 임시국회가 당·청의 갈등으로 인해 순항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권의 엄호부대 한나라당이 한발 물러섰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수습의 일환으로 세종시, 4대강 등 현안에 대한 강경노선을 급선회 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월 9일 오전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갖고 세종시 수정과 4대강 등 국정과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세종시 수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 여러분과 충청도민들의 뜻을 존중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논란이 일었던 주요 국정과제 추진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은 계속 추진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선 “사업을 반대하는 종교·시민·환경 단체를 찾아가 만나겠다”며 “사업의 진실을 전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문제점이 무엇인지 꼼꼼하게 챙겨듣는 일에 더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 수질을 개선하고 환경을 되살리는 사업”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4대강 사업을 우려와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속도와 규모를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세종시 수정안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의 진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이 쇄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속도론’을 놓고 지도부와 쇄신세력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것.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청와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에 분개하고 있다.


‘민본21’ 개혁 즉각 추진해야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등 쇄신세력은 즉각적으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당 지도부는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지공론’을 강조하며 청와대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앞서 “7·28 재보선 이후 쇄신하겠다는 청와대 계획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공식 언급한 바 있다.

당 내 여론의 불씨는 청와대 참모들을 향하고 있다. 친이계(친 이명박계) 일부 의원들은 민심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하지 못해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핵심 참모들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쇄신의 신호탄은 청와대 참모진 교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청와대 간 엇박자로 인해 6월 임시국회는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bukethead@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