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무한전쟁 개막 스타급 해설가 포진 완료!
‘인사가 만사’라는 원칙은 시청률이 생명인 방송사 스포츠 중계에서도 먹힌다. ‘누가 방송하느냐’에 따라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스포츠 중계 시장은 새로운 ‘스타탄생’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1996년 구수한 사투리로 ‘빠떼루 아저씨’란 애칭을 얻어 유명인이 된 김영준 경기대 교수를 비롯해 차범근, 신문선 등 걸출한 입담을 자랑하는 스타 해설자들은 전문 영역을 넘어 방송인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지상파3사가 기용한 베이징 올림픽 해설자 면면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제2의 빠떼루 아저씨’를 꿈꾸며 방송가에 입성한 스타해설자들의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방송3사의 해설자 영입 양상은 실용주의와 스타군단의 맞대결로 정리할 수 있다. MBC와 KBS가 각 종목 전문가 위주의 복식중계를 선호하는 실용노선이라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5명을 한꺼번에 영입한 SBS는 스타군단을 전면에 내세웠다.
실용주의 vs 스타군단 맞대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역시 전·현직 스타플레이어의 방송데뷔다. 특히 한국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KRA)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실패한 아쉬움을 딛고 KBS 마이크 앞에 선다.
올림픽을 경험한 현역 선수로서의 경험과 자신을 꺾고 금메달 유망주로 떠오른 왕기춘(용인대)과 최민호·김재범(이상 KRA) 등 출전 선수들의 장단점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그가 가진 특유의 재치와 말재간이 공중파에서 얼마나 많은 화제를 모을 지도 관건이다.
올림픽 2연패를 기록한 레슬링 스타 심권호는 SBS의 간판 해설자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 이어 이번 베이징 올림픽 해설까지 맡게 된 심권호는 특유의 넉살과 개그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심판이 못 볼 때는 (반칙해도) 괜찮다”는 솔직 어록부터 중계도중 “앗싸” “파이팅!”을 외쳐 친근한 해설자의 전형으로 떠오른 심권호. “재미있는 해설이 최고다”라는 나름의 지론까지 생긴 그는 최근 태릉선수촌 레슬링 훈련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화끈한 뒤돌려차기 한방으로 2004 아테네 올림픽 영웅으로 급부상한 태권도 스타 문대성 동아대 교수 역시 SBS의 스타군단 중 한자리를 꿰찼다. 훤칠한 외모에 강의 경험으로 쌓인 교양 넘치는 언변을 더한 문대성은 시청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해설자다.
1985년 아시안게임 남자육상 200m 우승자이자 방송인으로 더욱 친숙한 장재근 대한육상연맹 이사도 SBS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달변 vs 전문성’ 맞수들 귀환
MBC는 여성 메달리스트를 최전방 배치한 ‘우먼파워’가 눈에 띈다. 선두주자는 단연 양궁여왕 김수녕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실제 모델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이다.
특히 임오경 감독은 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SBS),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박사(KBS)와 함께 치열한 입심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현역 선수 출신이자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의 임 감독이 두 전문가를 상대로 얼마나 깊이 있는 해설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특히 KBS 소속으로 나선 윤성원 박사는 핸드볼 선수 출신의 베테랑 전문가임은 물론, 1년간의 암 투병을 이겨낸 감동 스토리가 알려져 임 감독과의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다.
다만 여자 핸드볼이 어느 때보다 여론의 관심을 끌고 있어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이 선전할 경우 팀의 마스코트였던 임 감독을 내세운 MBC가 ‘우생순’ 효과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메달 유력 종목으로 손꼽히는 양궁 역시 3파전이 기대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김수녕이 날카로운 전문성과 차분한 어조로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은경(KBS)은 뛰어난 순발력과 임기응변으로 주목받는 한편 아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훌륭한 언변을 지닌 김경욱(SBS)도 최고의 해설을 선보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종목은 수영이다. ‘마린보이’ 박태환(단국대)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올림픽 자유형 금메달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감격의 순간을 전하기 위해 지상파3사는 수개월 전부터 ‘능력 있는’ 해설자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금으로서는 MBC와 SBS의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MBC는 지난 2007년 1년 간 박태환을 전담 지도했던 박석기 감독을 영입했다.
이에 맞서는 SBS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박태환을 발탁한 김봉조 전 국가대표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박석기 감독은 지난해 말 수당과 연봉 문제로 박태환 부친과 마찰을 겪으면서 전담팀에서 중도 하차한 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태환과 모 여가수와의 열애설을 폭로할 만큼 껄끄러운 관계였다. 하지만 박태환이 본격적인 올림픽 담금질에 들어간 뒤 과거의 돈독했던 사제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근, 제2의 차범근 될까
국내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축구와 야구는 ‘중계 전쟁’을 불사 할 만큼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종목이다. 이들 종목에서 우위를 점한 방송사가 전체적인 기세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분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 고정팬을 확보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축구협회 기술국장 출신의 강신우(MBC), 축구전문기자 출신 박문성(SBS) 해설위원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야구는 S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히든카드가 빛을 발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구연(MBC), 이용철(KBS) 해설위원 등 ‘고수’들이 건재한 가운데 한국 프로야구의 ‘대부’로 떠오른 김성근 SK 감독이 방송데뷔를 앞두고 있는 것.
김 감독은 올림픽 기간 중인 13일부터 첫 경기 미국전을 시작으로 중국, 캐나다, 일본 등 4경기 해설을 책임진다. 1970년대 말 충암고 감독 시절 당시 동아방송 라디오에서 야구경기 해설을 맡은 적은 있지만 공중파 출연은 처음이다.
그는 올스타전이 열린 지난 3일 인터뷰를 통해 해설자 데뷔를 앞둔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야구해설자는 누구보다 팀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 볼 배합이 왜 그렇게 됐는지는 물론 감독의 성향도 경기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청자들에게 이 같은 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소신에 따르면 김 감독만큼 날카로운 정보력을 가진 해설위원은 전무하다.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김 감독은 시즌 내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만큼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다만 일본에서 성장기를 보낸 탓에 말이 다소 어눌하다는 점은 극복해야할 숙제다. SBS는 김 감독의 합류로 지난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차범근-차두리 부자(MBC)의 활약을 능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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