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묵은 무스, 무슨 양주도 아니고…” 팬들 분노
최근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만든 지 12년이나 된 헤어 무스를 팬들에게 경품으로 지급했다 된서리를 맞고 공식 사과하는 소동을 겪었다.LG 야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팬의 글로 알려진 사건은 지난달 21일 잠실 롯데전 때 불거졌다. 글에 따르면 회원의 날을 기념해 헤어 무스를 경품으로 받은 이 팬은 우연히 제조 일자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1996년 6월 4일. 정확히 12년 전에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화가 난 팬은 제조사 고객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헤어젤이나 무스의 유통기한은 최대 3년이라는 답변을 얻었다.
LG가 재고 처리를 위해 구하기도 어려운 12년이나 지난 ‘골동품’을 팬들에게 선물로 내놓은 것이다. 팬의 항의 전화를 받은 구단은 사과를 늘어놓은 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삭제하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실이 인터넷 게시판을 타고 급속하게 번지면서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팬들 사이에선 ‘무스가 무슨 양주냐. 12년산이 나오게’ ‘구단이 쓰라고 준 게 아니라 골동품으로 소장하라는 것’ 등 비아냥부터 ‘꼴찌 하는 팀 죽어라 응원해줬더니 쓰레기를 선물이라고 내놨다’ 등 격앙된 반응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팬들의 뭇매를 맞은 LG는 지난 1일 팬들에게 공식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LG는 1일 경품을 받은 팬 78명에게 일일이 사과 전화를 하고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구단은 또 문제가 된 헤어 무스를 모두 회수하고, 대신 선수들의 친필 사인볼과 소정의 기념품을 다시 증정하기로 했다.
LG 조연상 홍보팀장은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선물을 드리려다 보니 제조 일자를 확인하지 않고 나눠드린 것이 실수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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