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팬들 “‘맨유 가면 벤치만 지킬 것’ 히딩크 예언 적중했다” 술렁

아쉬운 새벽이었다. 지난 22일 새벽 벌어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박지성은 없었다. 선발명단에는 물론이고 교체 선수로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그는 양복 차림으로 관중석을 지켰을 뿐이다. ‘아시아 최초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전 선수’라는 타이틀도 물 건너갔다. 경기 당일까지 영국 언론 등 대부분 외신들이 박지성의 선발 출장을 예상했기에 그의 결장 소식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AFP 통신은 “맨유 선수 명단에서 박지성이 제외된 것 빼고는 놀랄 것이 없었다”고 평했다. 영국 방송 <세탄타 스포츠>는 “박지성이 벤치조차 앉지 못하며 퍼거슨 감독의 무자비한 면을 느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박지성의 결장은 영국 언론에 조차 의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박지성 본인도 경기 직후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컨디션엔 문제없다. 결장한 이유는 모른다”고 밝혔다.
그가 ‘잔치’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결정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선수 출전권을 책임지고 있는 퍼거슨 감독만이 내막을 알 것이다. 다만 박지성의 몸 상태는 좋았고 지난 8경기 중 6번의 선발기회를 잡으며 팀의 결승진출에 공을 세운 만큼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축구계 일각에서 퍼거슨 감독이 맨유의 전력을 감추기 위한 ‘들러리’로 박지성을 이용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첼시와의 일전을 앞두고 깜짝 용병술로 상대를 당황시키려 했다는 것.
또 퍼거슨 감독이 벤치에 앉힌 7명의 교체 멤버 중 서브 골키퍼인 쿠쉬착을 뺀 6명 모두 수비 중심의 멀티 플레이어다.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C.호날두와 루니, 테베즈 등 최강 공격진을 최전방에 내세운 만큼 빠른 시간 안에 골을 넣은 뒤 ‘잠그기’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국내 팬 사이에서 ‘아시아 선수인 박지성이 차별 대우를 받은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축구포털 ‘사커월드’의 한 회원은 ‘맨유에 가면 (동양선수인) 박지성이 벤치멤버로 전락할 것이라는 히딩크의 예언이 들어맞았다’며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한편 챔피언스리그 우승메달은 16강 토너먼트부터 출전한 선수라면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박지성이 우승메달을 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생 단 한번일지 모를 꿈의 무대를 밟지 못한 그의 아쉬움은 국민적 허탈감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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