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진 ‘주먹 세리머니’

친정 수원삼성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수원 응원단에 보복성 ‘주먹감자 세리머니’를 날린 조재진(27·전북 현대)을 놓고 양 팀 팬들의 가시 돋친 설전이 장외 2라운드로 번지고 있다.
조재진은 지난 5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25분 동점골을 터트린 뒤 원정팀 응원석으로 달려가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펼쳤다. 오른 주먹을 하늘로 향한 채 왼손으로 오른손 팔꿈치를 받치는 동작은 가운데 손가락을 지켜드는 것과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다.
대규모 원정 응원에 나섰던 수원 팬들은 조재진의 도발에 물병과 야유를 퍼부으며 맞불을 놓았다. 이 같은 장면은 방송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혀 논란이 불거졌다. 축구팬들 사이에선 2000년 수원에서 프로무대에 데뷔, 스타로 성장한 조재진에 대해 ‘친정팀을 향한 지나친 도발’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로축구연맹도 구체적인 징계 수위를 검토 중이다.
조재진은 경기가 끝난 뒤 “수원 팬들에게 나쁜 감정이 있던 건 아니다. 수원 선수가 우리 팬들을 우롱했다는 느낌이 들어 되갚아 주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후반 17분 수원 서동현이 선제골을 넣은 뒤 전북 응원단을 바라보며 우스꽝스런 춤을 춘 것이 문제의 발단이란 것이다.
이를 놓고 전북과 수원 팬들은 치열한 ‘장외 설전’을 벌이고 있다. “관중을 욕보인 조재진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수원팬들의 비난과 “문제는 수원이 먼저 일으켰다. 팬을 위해 나선 조재진을 구단이 보호해야 한다”는 전북팬의 옹호론이 맞붙어 양 팀 서포터즈 간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일부 팬들은 ‘수원 홈경기 때 보자’며 2차 충돌을 예고해 양 팀의 치열한 신경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3년 전남과의 원정경기에서 상대팀 응원단에 비슷한 뒤풀이를 한 남기일(당시 부천SK)은 벌금 400만원을 물었다. 2005년 김동현(당시 수원)과 2006년 제칼로(전북)는 벌금 400만원 뿐 아니라 4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바 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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