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히딩크처럼”…황선홍,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 장악
“2002년 히딩크처럼”…황선홍,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 장악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4-03 13:28
  • 승인 2008.04.03 13:28
  • 호수 727
  • 5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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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vs 히딩크 “우리는 닮은 꼴”

2008 프로축구 개막과 함께 가장 주목 받는 팀은 역시 부산 아이파크다. 부산은 화끈한 공격 축구와 ‘판타지스타’ 안정환의 귀환으로 순식간에 흥행 돌풍 주역으로 올라섰다. 그라운드를 달구는 ‘부산 신드롬’ 중심은 사령탑 황선홍 감독이다.

한국 축구를 호령하던 스타플레이어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황 감독. 그의 역할 모델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스승이었던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그래서일까. 부산 단복을 입은 황 감독에게서 2002년 히딩크 감독의 향기가 난다.


뛰지 않는 선수도 철저히 관리

히딩크 감독은 팀에 소속된 모든 선수들을 정확하게 파악, 꼼꼼히 챙기는 전형적인 ‘관리자’ 스타일이다. 2002 월드컵 대표팀 시절 부상으로 휴식중인 선수 스케줄까지 일일이 체크했을 정도다.

황 감독 역시 히딩크 감독의 관리법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부산은 지난해까지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전력 외’ 선수들은 원정경기에 따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황 감독은 경기장이 아닌 원정 경기장 관중석을 빌려서라도 선수단 모두와 원정길에 나선다.

“그라운드 밖에서라도 팀과 함께 호흡하라”는 나름의 지론을 펼치기 위해서다.


뜨거운 가슴+부드러운 카리스마

“항상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분이죠. 자상한 형님 같으세요.”

부산 선수들이 말하는 황 감독에 대한 평가다. 그는 가장 화려하고 굴곡진 선수 인생을 살았고 K리그 최연소 감독(40세)으로 선수들과 허물없는 사이를 자랑한다. 소탈한 성격에 선수들과 가벼운 농담을 즐기는 것은 잘 알려진 히딩크 스타일.

무엇보다 황 감독은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지난달 16일 대구에 2:3 역전패 당한 뒤 황 감독은 선수들을 질책하지 않았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마냥 물 같은 성미는 결코 아니다.

가벼운 연습경기에서도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선수단 소집령을 내리는 황 감독. 회의실에 모인 선수들에게 무서운 불호령을 내려 군기를 잡는 역할도 그의 몫이다.


선수 마음을 읽는 승부사

2002 월드컵 당시 안정환은 ‘반지의 제왕’이란 칭호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대표팀 안에서 ‘외로운 왕자’였던 안정환은 히딩크의 심리전으로 빛을 본 경우다. 주전멤버를 정하지 않고 훈련 때 컨디션을 체크해 출전 명단을 만든 것이 안정환의 자존심에 불을 붙인 것.

데뷔전을 치른 황 감독 역시 히딩크의 심리전을 그대로 옮겨왔다.

개막 열흘 전부터 구단 직원들에게 “안정환이 선발”이라고 귀띔했지만 본인에게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일종의 ‘연막작전’은 구단 직원들까지 합세해 적중했다. 10개월 만에 선보인 안정환의 명품 골은 황 감독의 몫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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