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스타 추성훈 “Y대 등쌀에 한국 유도 버렸다” 파문
격투기 스타 추성훈 “Y대 등쌀에 한국 유도 버렸다” 파문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3-12 11:21
  • 승인 2008.03.12 11:21
  • 호수 724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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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이길 방법은 한판승 밖에 없었다”
‘무릅팍도사’에 출연한 추성훈(맨 오른쪽 / MBC 제공)

2001년 일본으로 귀화한 재일교포 4세 추성훈(34·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의 폭탄발언에 유도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8일 MBC ‘무릎팍 도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추성훈은 “한국유도팀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특정대학출신이 주도한 편파판정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방송이 나가자 포털사이트와 대한유도회 게시판은 성난 누리꾼들의 설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유도계에서 Y대입지가 일종의 권력화·파벌화 됐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비운의 파이터’로 이름난 추성훈이 직접 입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성훈은 방송을 통해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판정 때문에 경기를 놓친 적이 많다”고 밝혔다. 모 대학출신들이 파벌을 이뤄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자신을 견제했다는 것. 그는 “아시아 1등을 차지하고도 한국국가대표 선발전엔 매번 쓴잔을 마셨다. 나 말고도 굉장한 실력을 갖춘 선수가 많았지만 이런(편파판정)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실력이 전부 아니었다”

또 그는 “무조건 참고 실력을 더 쌓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판정에 기대기보다 무조건 한판으로만 이겨야 했다”고 그때 심정을 밝혔다. 추성훈이 처음 국내에 이름을 알린 건 1998년. 3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일본전국대회를 주름잡는 유망주였다. 그는 재일교포 유도대표였던 아버지 추계이(58)씨 뜻에 따라 ‘태극마크’를 달기위해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시청에 입단했다.

하지만 ‘한국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추성훈의 꿈은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매번 판정패를 당하며 이뤄지지 않았다. 1999년 코리아오픈을 석권하고 아시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 그의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 수준이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추성훈은 방송을 통해 “실력이 아니고 이상한 판정 때문에 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제 와서 섭섭한 것은 없다. 내가 실력이 더 좋아 모든 경기를 ‘한판승’으로 이겼으면 됐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대한유도회와 맞설까 걱정”

결국 2001년 일본인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된 추성훈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일본대표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때 한국의 모 스포츠일간지는 ‘조국을 메쳤다’며 추성훈을 깎아내렸다.

추성훈의 폭탄발언으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곳은 또 있다. 다름 아닌 그가 한때 몸담았던 부산시청 유도팀. 부산시청 유도팀을 지휘하는 이준희(37)감독은 최근 C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곤란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추성훈이 2001년 10월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부산팀의 플레잉코치로 동고동락했던 이 감독은 지금도 그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추)성훈이 말 한마디로 유도계 파벌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 아니겠느냐”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는 또 “방송에서 본인이 말했듯 그때 성훈이의 기량이 편파판정을 잠재울 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면서 “성훈이가 억울한 건 분명히 많다. 하지만 너무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체육계 일각에선 이 감독의 인터뷰를 놓고 Y대 출신들이 주축인 대한 유도회와의 갈등을 염려한 몸 사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제3자’ 취급을 받아온 추성훈. 특정대학 출신 파벌문제로 불거진 한국 스포츠의 일그러진 단면 가운데 ‘한국인 추성훈’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지 기대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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