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 남북 라이벌 뜬다
축구계 남북 라이벌 뜬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2-29 09:31
  • 승인 2008.02.29 09:31
  • 호수 722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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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vs정대세 아시아의 별 ‘우뚝’

남·북한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4국이 참가한 축구 동아시아선수권대회는 많은 것을 남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06년 3월 앙골라전 결승골을 끝으로 침묵했던 박주영(22·FC서울)의 부활과 북한축구대표팀 공격수 정대세(23·가와사키 프론탈레)의 발견이다. 1985년생 박주영과 1984년생 정대세는 나란히 남북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팀의 주축이다. 이번 대회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두 ‘킬러’는 3월 월드컵대회 예선을 앞두고 창끝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고 있다. 북한의 ‘웨인 루니’와 남한 ‘축구천재’의 新라이벌 구도로 아시아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30년 ‘공한증’을 이어간 중국전에서 두 골을 터트린 박주영은 오랜만에 이름값을 톡톡히 해 ‘화려한 시절’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2년 동안 대표팀에서 골 맛을 보지 못한 스타의 부활은 충분한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박주영의 부활보다 더 뜨거운 뉴스는 정대세란 ‘잠룡(潛龍)’의 출현이었다.

북한축구대표팀의 정대세는 일본전 선제골에 이어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터트려 진면목을 선보였다. 박박 민 머리모양에 날카로운 눈매는 잉글랜드 스타 ‘웨인 루니’를 떠올리게 한다. 정대세는 조총련계 재일교포 3세로 그의 할아버지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일본프로축구팀 가와사키 프론탈레 소속의 정대세는 지난 시즌 24경기에 출전, 12골을 몰아넣어 팀주전 자리를 꿰찬 실력파다. 일본 언론들은 정대세의 일본전 대활약이 오카다 일본 대표팀 감독과의 악연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가와사키에 입단하기 전 그 때 요코하마 마리노스감독이었던 오카다감독이 정대세를 테스트했지만 퇴짜를 놓은 것.

나란히 한일프로축구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또래 공격수는 오는 3월 남아공 월드컵예선에서 또 한 번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박주영, 월드컵 경험한 베테랑

2005년 아시아청소년대회 득점왕을 차지하며 스타로 급부상, 세계청소년대회와 2006독일 월드컵까지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박주영은 경험 많은 베테랑이다. 반면 정대세는 조선대 4학년 때 처음 J리그 관계자 눈에 띄어 프로생활을 본격 시작했다. 그 전엔 5부 리그인 아
마추어팀 소속이었다.

지난해 처음 북한대표팀에 뽑힌 정대세는 국제경기경험이 거의 없다.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8골을 뽑아 득점왕에 오른 게 유일하다. 그때 북한은 대회 최약체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뒀다.

정대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주영은 어려도 월드컵 등 많은 경험을 했다. 분명 나보다 한 수 위에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정대세, 좌우 휘젓는 ‘힘의 불도저’

골문 중앙에 먼저 자리를 잡고 뛰어난 결정력으로 승부를 보는 박주영과 좌우로 상대 수비를 휘저으며 움직이는 정대세는 경기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박주영이 몸싸움을 덜 하는 대신 영리한 게임을 한다면 정대세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좋고 투지가 넘친다.

북한과 일본의 경기를 지켜본 이장수 베이징 궈안감독은 “볼 키핑과 1대 1 능력이 좋다. 정대세는 박주영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부활한 박주영과 지난해부터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하는 정대세는 모두 ‘한 방’을 품고 있는 킬러다.


결정적 한방의 주인공은?

특히 중국 골키퍼마저 무릎을 꿇을 만큼 정교한 박주영의 프리킥은 허정무 감독이 노리는 하나의 ‘전술’이 됐다. A매치 23경기에서 7골을 뽑아낸 박주영은 컨디션이 살아난 만큼 특유의 ‘골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대세의 상승세는 더욱 무섭다. 지난해 4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전남과의 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 허정무 그 때 전남감독의 속을 태웠던 정대세. 그는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겨 끊임없이 득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양발 모두를 잘 쓰는 정대세는 힘이 넘치는 대포알슈팅이 주 무기다. 정확도는 박주영의 판정승이지만 헤딩경합과 몸싸움에 유리한 정대세는 전천후 공격수의 면모가 좀 더 돋보인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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