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스포츠에 빠지다
정치인 스포츠에 빠지다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2-20 13:04
  • 승인 2008.02.20 13:04
  • 호수 721
  • 5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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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대통령’은 운동도 실용적으로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9월 차없는 날을 맞아 자전거를 타고 행사장인 보신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특별시

일과 사람에 치이다 보면 자연히 몸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새해가 되면 앞 다퉈 헬스클럽회원권을 끊고 새 운동화를 장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은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명사들의 필수 종목으로 쉽게 골프를 떠올리지만 최근 인식이 달라졌다. ‘실용정부’의 첫 기치를 올린 2008년. 유명 정치인과 명사들은 운동도 ‘실용적’으로 즐긴다. 스포츠에 빠진 명사들의 운동 삼매경을 들여다보자.


당선자는 ‘정치계의 이형택’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잘 알려진 테니스마니아다. 소망교회 예배를 마치고 즐기는 테니스는 이 당선자가 수 십 년째 거르지 않고 소화하는 일요일 중요 일과다. 2006년 서울시장 시절 이른바 ‘황제테니스’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지만 운동을 향한 그의 열정은 꺾지 못한 셈이다.

이 당선자가 테니스를 즐긴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현대건설에서 일할 때부터라고 하니 족히 20년 이상의 구력이다.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당선자는 성격답게 운동도 실용적인 것을 즐긴다. 몇 시간씩 돌며 시간을 보내는 골프보다 한 시간만 쳐도 흠뻑 땀을 낼 수 있는 테니스를 더 좋아한다는 것.

한편 이 당선자는 대선에서 승리하고 사흘 뒤 지인들을 테니스코트로 초대했다. 임태희·박형준·주호영 의원 등 최측근과 유우익 서울대 교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등 11명이 ‘테니스 성은’을 입었다.

이들 가운데 유 교수는 대통령 실장으로 선임됐고 백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같은 ‘테니스 인맥’을 의식한 일부 인사들은 내심 이 당선자와 네트를 사이에 두길 바라고 있다.

어린 시절 리어카행상을 하던 습관 때문에 이 당선자는 새벽 4시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 뒤 또 한 시간 동안 러닝머신을 달린다. 깡마른 체격과는 달리 만능스포츠맨인 이 당선자는 틈틈이 운동을 쉬지 않는다. 걷기도 좋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당선 전 가까운 거리는 차 없이 다닐 정도였다.


‘요가 근혜’ 중학시절 특기는 탁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알아주는 요가 마니아다. 10년 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시작했다는 아침명상과 요가는 살인적 일정으로 약해진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그만이다.

2004년 초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도복차림의 사진은 박 전 대표를 상징하는 또 다른 상징이 됐다.

매일 아침 5시면 눈을 떠 10~20분씩 요가로 몸을 푸는 게 박 전대표의 아침풍경이다. 물구나무서기와 팔굽혀펴기 등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작 밖에도 젊은 사람들조차 쉽게 따라 하기 힘든 20여 가지의 요가동작을 하며 몸을 푼다.

50을 넘긴 나이에도 26인치 ‘개미허리’를 자랑하는 박 전 대표의 몸매비결은 바로 요가를 비롯한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덕분이다.

특히 테니스와 탁구는 기본기부터 배워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박 전 대표는 자서전을 통해 중학교 시절 특기는 탁구였고, 틈틈이 친 탁구는 퍼스트레이디활동을 위한 체력의 바탕이 됐다고 밝혔다.

꾸준한 운동과 함께 박 전 대표가 반드시 지키는 식사원칙은 ‘소식’이다. 아침은 집에서 토스트와 우유 등으로 가볍게 먹고 나머지는 밖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청국장, 나물 등 한식 위주로 적당히 먹는 게 그의 건강비결이다.


산악자전거로 단련된 ‘서울아저씨’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명한 자전거 광이다. 그의 취미는 특이하게도 산악자전거. 걸어 올라가도 숨이 턱턱 차는 산길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올라가는 ‘육체노동’이다.

오 시장이 자전거를 처음 접한 건 1999년 봄. 변호사로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에게 한 선배가 자전거를 권했다.

처음 자전거를 연습했던 곳은 서울 남산. 남산타워까지 오르는 동안 숨이 턱까지 차 괴로웠지만 정상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 고통은 싹 사라졌다고 한다.

국회의원시절엔 일주일에 1~2번씩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국회까지 2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요즘은 바쁜 시장업무에 쫓겨 자주 자전거를 타지 않지만 가끔 주말에 짬을 내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호반을 자전거로 달린다.

자전거를 즐기는 정치인은 또 있다. 박찬석(67·대통합민주신당) 의원도 소문난 자전거마니아다.

박 의원은 경북대 총장으로 일한 2002년까지 10년 가까이 자전거로 출·퇴근한 이색 기록을 갖고 있다. 그의 자전거 출근은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한결 같았다.

2004년 금배지를 달고서도 그의 ‘자전거사랑’은 변함없다. 2006년 자전거학회를 출범시킨 박 의원은 지금 국회자전거타기운동추
진위원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63) 의원도 자전거 매력에 푹 빠져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재오의 힘은 자전거에서 나온다’고 적어 화제가 됐다. 그는 평소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맨손체조·축구…몸 만드는데 최고

김근태(61·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축구다. 물론 TV앞에서 보는 게 아니라 직접 공을 차는 선수로다. 한 측근에 따르면 김 의원은 축구를 젊은 시절 모진 고문으로 망가진 몸을 되살린 원동력으로 믿고 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조기축구회도 여러 개. 한번 경기를 했다하면 90분 풀타임을 2번은 소화할 정도의 강철체력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기술보다 체력을 앞세우는 ‘히딩크식 압박축구’ 전문이다.

특히 엄청난 정신력과 승부근성으로 선수 못지않은 기량을 뽐낸다는 후문이다.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는 직접 개발한 맨손체조로 몸을 챙긴다. 보통 30분씩 걸리는 체조동작은 보통 사람들은 따라 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또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로 하루를 시작하는 손 대표는 틈날 때마다 산을 타며 체력을 다진다.

고건 전 국무총리도 맨손체조를 즐긴다. 1년 중 300일은 대중탕사우나로 아침일과를 시작하는 고 전 총리는 목욕탕 때밀이침대를 기구 삼아 20분 씩 요가를 한다. 동작은 책을 보고 스스로 터득했다. 덕분에 고 전 총리는 70대 나이를 잊을 만큼 유연한 몸을 자랑한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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