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감독이냐” 말 누가했나
“박주영이 감독이냐” 말 누가했나
  • 이수영 기자
  • 입력 2008-02-04 15:49
  • 승인 2008.02.04 15:49
  • 호수 719
  • 5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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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막바지 전지훈련에 열을 올리던 지난달 25일 한 일간지는 스타플레이어 이름을 걸고 단독기사를 터트렸다.

‘박주영이 감독처럼 행세하고 자기중심적인 플레이로 동료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올림픽대표팀의 ‘모 선수’를 취재원으로 내세운 기사는 ‘박주영이 자기위주로 지시를 내린다’, ‘열심히 뛰지도 않고 게으르다’며 난도질에 가까운 비난일색이다.

더구나 팀에서 박주영에게 ‘특별대우’를 해줬다는 축구계관계자(?)의 증언까지 담았다.

하지만 다음날 올림픽팀 주장인 김진규가 또 다른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 보도내용에 정면 반박했다. 김진규는 “팀을 흔들고 있는 건 추측성기
사를 내보내는 언론”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특히 주영이는 팀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에 크게 상처를 받았다”고 전했다.

확인되지 않은 발언의 시작은 과연 누구를 통해 나왔을까. 박주영은 2005년 세계청소년대회를 통해 발굴된 에이스다. 고려대를 중퇴하고 FC서울로 진로를 결정했을 때 그를 끌어가기 위해 포항과 서울이 유혈충돌에 가까운 다툼을 벌였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박주영의 성적은 신통치 않았고 안티도 늘어갔다. 특히 이번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가진 몇 번의 연습경기에서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간판공격수’에 대해 불만이 폭발할 때도 됐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먼저 ‘올림픽호’에 승선한 20여 선수 중 한 명이 기자와의 친분을 믿고 속내를 털어놨을 경우. 둘째는 평소 ‘언론기피증’이라 할 만큼 기자들을 싫어하는 박주영을 길들이려는 언론의 속셈이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박주영과 언론의 관계를 오래 지켜본 축구팬들은 두 번째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축구포털 ‘사커월드’ 게시판엔 ‘실명도 거론되지 않은 동료의 확인되지 않은 코멘트를 빌려 ‘박주영’만 노출, 기사를 진행한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는 글이 줄을 이었다.

결국 이번 보도는 어떤 경우든 언론의 정당한 비판과는 거리가 먼 ‘얍삽한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 상처받은 박주영과 의심이 판칠 팀에 대한 배려는 없을 듯하다.

전지훈련 마지막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며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올림픽대표팀에 ‘내부의 적’이 생긴 셈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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