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이든 효(孝)는 최고의 덕목이다. 경주마 중에서도 효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말이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말을 구입했지만 뜻밖에 좋은 성적으로 큰 상금을 벌어들여 주는 경주말들은 마치 ‘효자’와 같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영화 ‘씨비스킷’을 보자. 체격도 왜소하고 보기에도 볼품없어 아무 쓸모없이 버려졌던 경주마 씨비스킷은 같은 처지의 초라했던 기수 ‘레드 폴라드’를 만나 ‘결초보은’이란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당대 최고의 명마로 떠 오른다.
말과 기수의 우정을 그려낸 감동의 드라마 ‘씨비스킷’은 경제공황기에 미국인의 희망이었던 불굴의 경주마다. 이 한 필의 말로 인해 미국인들은 대공항의 여진 속에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마치 IMF 시기의 박찬호, 박세리 선수처럼 말이다.
현재 과천서울경마공원 소속 경주마들 중에도 자신의 몸값에 비해 주인에게 적잖은 상금을 안겨 주는 마필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이와아라지’, ‘명문가문’, ‘무비한’, ‘섭서디’, ‘스타우드’, ‘가야산성’, ‘풀조이’, ‘프레쉬갤로퍼’, ‘남대풍’, ‘플라잉스킵’, ‘밸류플레이’ 등이 효자마에 속한다.
‘저비용 고효율’
‘다이와아라지’는 일본산 수말로 도입 가격이 1200여만원이지만 현재까지 상금만 7억6000 여 만원을 벌여 들였다. 도입가 대비 획득상금 비율이 무려 63.4배에 달한다.
자신의 몸값을 제외하고 7억5000여만원을 안겨 줬다. ‘다이와아라지’는 2003년 유정희 마주 소유 경주마로 2007년 1월까지 박희철 조교사 소속이었으나 이후 서정하 조교사 소속이다.
‘명문가문’은 한국산 거세마로 몸값이 1000만원이다. 하지만 상금을 4억7000여만원 벌어들였다. 자신의 몸 값 대비 47.6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명문가문’은 남승현 마주 소유로 박대흥 조교사 소속이다.
‘무비한’은 한국산 수말로 몸값이 1800만원이었으나 벌어들인 상금은 7억4000여만원으로 몸 값 대비 41.5배 정도를 벌어 들였다. ‘무비한’은 전좌식 마주 소유로 고옥봉 조교사 소속 마필이다.
‘섭서디’는 미국산 거세마로 2 500만원인 자신의 몸 값 대비 29.1배인 7억4000여 만원의 상금을 벌여 들였다. ‘섭서디’는 김익영 마주 소유마이고 김문갑 조교사 소속 마필이다.
‘불의의 사고’ 발생도
‘스타우드’는 한국산 수말로 자신의 몸값인 2000만원의 28.1배인 5억6000여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스타우드’는 권광세 마주 소유이고, 곽영효 조교사 소속이다.
한편 일부 경주마들은 고가의 몸값에도 불구하고 경주로에서 불의의 사고나 부상을 당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몸값=높은 상금’이란 등호가 반드시 성립하지는 않는 것이다.
남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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