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돼지 해’가 밝았다. 지난해 과천 서울경마공원은 지난 2005년보다 300여만명이 늘어난 약 1,900여만명의 고객이 찾아 그 어느 해보다 큰 사랑을 받았다. 그간 경주 수로는 총 1,074회(일반경주 1,046회, 특별경주 9회, 대상경주 19회)가 시행됐고, 경마일로는 95일간 열띤 경주가 펼쳐졌다. 불볕더위가 한창이었던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는 야간경마가 펼쳐져 경마팬의 호응을 얻었고, 특히 올해는 경마영화 ‘각설탕’ 무료 시사회, 월드컵 16강 기원 공동 응원전 등의 다채로운 행사도 펼쳐져 서울경마공원은 말 그대로 한 여름 밤의 축제의 장이 되었다. 2006 서울 경마 공원 총 결산을 해봤다.
1. 바다이야기 파문…매출 감소
2006년 서울경마공원 매출액은 2005년에 비해 약 10% 가량 감소한 3조 9,000여억원을 기록했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게임장의 확산과 불법 사설경마의 매출 잠식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 2005년 보다 약 2% 가량 증가한 경마 입장 고객을 감안할 때 ‘소액 건전 경마팬’이 늘어난 결과라는 평가다. KRA(마사회)는 이미 지난해 초 기수, 조교사 등 경마산업 종사자와 함께 투명사회협약을 체결. 건전 경마 실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2. 젊은 기수 선전
2006년도 어김없이 기록의 사나이 박태종 기수가 과천벌 최고의 기수로 우뚝 섰다. 지난 2004년 전대미문의 ‘1,000승’을 기록한 후 쉼 없이 달려온 박 기수는 지난해 ‘1,200승’을 달성하며 과천벌을 들뜨게 하더니 종전 김효섭 기수가 가지고 있던 연간 최다승 기록마저 ‘120승(종전 104)’으로 갈아치우며 명실상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대상경주 우승횟수도 4회를 기록했다. 라이벌 김효섭 기수로서는 부상으로 많은 기승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편, 조경호, 함완식 기수로 대표되는 젊은 기수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조 기수와 함 기수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연간 최다승 부문 3위(60승)와 4위(53승)를 차지했다. 2위인 김효섭 기수가 67승임을 감안할 때 이들의 상승세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이다.
3. 조교사들의 활약
통산 830승을 기록하며 과천벌 조교사 중 최다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명장 신우철 조교사. 2006년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친 끝에 50승을 기록하며 연간 최다승 조교사로 한 해를 마쳤다. 지난 2005년보다는 2계단 상승. 13승을 추가한 기록이다. 과천벌 떠오르는 신흥 명장 유재길 조교사는 지난 2005년보다 15계단 상승한 무려 16승을 추가해 47승을 기록했다. 한편, 대상경주 부문에서는 대상경주 3연속 우승에 빛나는 ‘백광’의 선전으로 배대선 조교사가 최다승(3승)조교사가 되었다.
4. 경주마 다승은 ‘갈샘’
지난해 최다승을 거둔 마필은 안해양 조교사의 ‘갈샘’이 차지했다. 총 9번 출주해 7번 우승. 승률만 77.8%, 복승률이 무려 88.9%를 기록. 앞 뒤 안 보고 찍어도 입상할 정도의 성적인데 국산 1군 암말로 아직 4세에 불과한 ‘갈샘’은 올해에도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돼 한동안 과천 벌을 대표할 암말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갈샘’의 뒤를 이어 9번 출주 해 6승, 승률 66.7%, 복승률 77.8%를 거둔 ‘백광’이 대상경주 3연속 우승 마필답게 수득상금만큼은 3억6,700여만원으로 2억3,900여만원에 그친 ‘갈샘’을 제치고 최고 효자마로 떠올랐다. 이밖에도 데뷔 후 무서운 상승세로 연승을 거듭한 ‘밸리브리’가 6승으로 최다승 부문 공동 2위, 수득상금은 2억7,000여만원으로 수득상금 부문 2위를 차지했다.
5. 2006년 그랑프리는
2006년 마지막 경마일이었던 지난 12월 24일 제 10경주로 치러진 ‘제25회 그랑프리(GI) 대상경주(혼1군, 2,300, 핸디캡, 총상금 3억원)’는 한마디로 ‘각본없는 드라馬’였다. 서울경마공원에 운집한 3만여관중들의 함성을 자아낸 단승식 배당 42.6배가 말 해주듯 2006년 마지막 대상경주였던 그랑프리(GI)는 짜릿한 승부였다.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보이며 과천벌 떠오르는 강자로 인기순위 1위였던 ‘밸리브리’와 2005년도 그랑프리(GI)를 제패하며 대표마로 인기순위 2위였던 ‘섭서디’, 2004년도 그랑프리(GI) 우승마인 ‘밸류플레이’ 등 쟁쟁한 마필들을 제치고 국산 6세마인 ‘플라잉캣’이 우창구 기수를 등에 태우고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우승기록은 ‘2분 28초 7’로 단승식 42.6배, 복승식 35.2배, 쌍승식 122.0배.
당초 경마전문가와 대부분의 경마팬들은 ‘밸리브리’, ‘섭서디’, ‘밸류플레이’의 3파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조심스레 ‘타나미킹’과 ‘스페셜러’, ‘명문가문’정도를 복병마로 지목하는 정도였다. 더욱이 이날 출주마 13마리 마필 가운데 ‘플라잉캣’은 인기순위 9위에 올라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53kg의 비교적 가벼운 부담중량과 선입작전에 이은 막판 추입작전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경주초반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밸리브리’와 ‘섭서디’가 강세를 보였다. 특히 우승 예상마로 가장 많이 지목되던 임대규 기수의 ‘밸리브리’는 출발 직후 선행에 나서며 유리한 인코스를 선점했다. 이후 ‘섭서디’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며 4코너까지 선두를 유지해 낙승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4코너 이후 우창구 기수의 야멸찬 채찍질이 ‘플라잉캣’의 질주본능을 깨운 듯 ‘플라잉캣’은 직선주로를 시원스레 내달리기 시작했다. 끈질긴 추입끝에 결승선을 약 30여 m 앞두고 역전에 성공해 ‘밸리브리’를 머리차로 따돌리며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편 인기순위 2위였던 박태종 기수의 ‘섭서디’는 이날 출주마들 가운데 가장 무거운 부담중량인 58.5kg을 부여받았음에도 3코너 이후 4코너까지 ‘밸리브리’를 약 1마신 차이로 추격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4코너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며 결국 4착에 머물렀다.
우승을 차지한 우창구 기수는 14번째 대상경주 우승의 기쁨과 동시에 2006년도 3차례 치러진 GI 경주(코리안더비, 대통령배, 그랑프리)에서 2번을 우승하는 영광을 누렸다. 우창구 기수는 구랍 11월 5일 10경주로 치러진 대통령배(GI) 대상경주 제패로 GI경주 무승의 한을 푼데 이어 그랑프리(GI)까지 제패하며 큰 경주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편 우승마 ‘플라잉캣’과 ‘밸리브리’가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하자 초조하게 경주를 지켜보던 조교사 대기실에선 김명국 조교사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명국 조교사는 3년 만에 대상경주 우승을 차지하며 그동안 맘고생을 우승마 · 준우승마 배출을 통해 한 방에 날려 보낸 것.
김명국 조교사는 “모두가 ‘플라잉캣’을 별 볼일 없는 말로 알고 있지만 힘을 비축하는 능력이 좋아 2000m이상 장거리에 유리한 말이다”라며 “1 · 2착 싹쓸이로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정리/ 정하성기자
정하성 haha70@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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