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샷 감각으로 봐서는 세컨샷으로 그린에 올릴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볼을 바라보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골프는 최악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잘 쳐보자. 지금 쳐야 하는 세컨샷을 내 생애 최고의 샷으로 만들어 보자. 그래, 생애 최고의 스푼샷을 지금 날려야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샷”이란 단어가 그때 왜 떠올랐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으로 스윙을 했다. 맞는 감은 괜찮았다. 볼은 그린쪽을 향해 날았다. 그러나 거리도 멀고 해질무렵이라 온그린 여부는 미지수였다. 가보니, 온 그린된 볼이 딱 하나였는데, 그것도 홀 1m옆에 붙어 있었다. 확인하니 내 볼! 난 그 홀 버디로 일거에 지갑 복구에 성공했다. 그런데 18홀이 끝난 후 친구 한명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17번홀의 자네 샷은 온그린이 안된 볼이었어. 자네 샷은 막 그린을 떠나던 앞팀 미국골퍼 발에 맞았는데, 그 사람 화가 났는지 볼을 집어 홀쪽으로 던지더군. 자네 골프가 영 부진해서 가만히 있었던거야” 사연은 그와 같았지만 난 그날 골프가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생애 최고의 샷”이란 다짐이 아주 그럴 듯해서 이다. 이런 적도 있었다. 두 명이 한팀이 돼, 포볼게임(베스트 볼 방식)을 했는데, 17번 홀까지 우리팀이 2홀을 졌다. 18번홀을 이겨도 한홀 차로 지는 상황. 이 경우, 18번홀 플레이는 영, 재미가 없다. 그래서 제안했다. “우리팀이 두명 모두 버디를 잡으면 비기는 것으로 하자”고. 상대팀도 “설마 두 명 모두 버디를 잡겠는가” 란 생각과 18번홀 재미를 위해서였는지 좌우지간 OK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두 명 모두 버디를 잡았다. 모두 5~6m 거리에, 돌아 들어가냐 하는 버디 퍼팅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걸 모두 잡아 넣었다. 물론 실패도 무수하지만, 성공한 것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 골프가 어렵다 하지만, 진정 원하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진정 원하고 원하는 만큼 집중하라! 그러면 이뤄진다. 이것도 골프의 이론 아닌 이론이 아닐까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