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볼에 힘이 없다. 페어웨이로 가 보니, 동반자보다 50~60 야드는 뒤에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상대가 세컨샷 클럽으로 숏아이언을 잡을 때 나는 페어웨이 우드를 잡을 때도 많다. 한 마디로 자신의 플레이의 한심함을 느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분 좋을 것까지는 없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장타는 절대 ‘스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타는 장타일 뿐이고, 좋은 스코어를 위한 일종의 ‘가능성’일 뿐이다. 적어도 다음 샷을 하기 전까지 그 장타의 의미는 전무하다.진정으로 골프에서의 ‘거리’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 장타, 단타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스코어링과 연결될까? 단순 명쾌하게 정답부터 말하면 골프에서의 거리란 “원 퍼팅이냐, 투퍼팅이냐, 또는 투퍼팅이냐 스리퍼팅이냐” 의 의미가 전부다.
‘퍼팅 한 차례의 차이’가 100야드건, 50야드건 간에 그 ‘거리 차이’의 전부를 정의하는 것이다.예를 들어보자. 400야드 파4홀에서 장타자 A의 드라이빙은 300야드가 나갔고, 단 타자 B의 드라이빙은 200야드가 나갔다. 무려 100 야드 차이. 남은 거리는 A가 100야드고, B가 200야드다. A는 100야드 세컨샷을 홀 5미터에 붙인다. 여기서 A의 장타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원퍼팅으로 버디를 잡거나, 투퍼팅으로, 파를 해야 한다. B는 남은 거리가 200야드나 되는 만큼, 세컨 샷이 그린에 못 미치거나 벗어나서 좌우지간, 홀과 30야드 떨어진 곳에 볼이 위치한다.
B가 서드샷을 올리면 3온. 그 3온 후 첫 퍼팅거리가 얼마건 간에 원퍼팅을 하면 B도 파고, 평범하게 투 퍼팅하면 보기다. 드라이빙 거리 차이 100야드면 까마득한 차이다.하지만, 만약 A가 3퍼팅을 해서 보기를 하면 그 100야드가 더 나간 ‘장타’는 하등의 의미가 없다. 포인트는 100야드가 덜 나간 B라도 퍼팅을 하기 전까지는 그 100 야드라는 거리 차이가 단 1%의 의미도 없다는 얘기다. 물론 거리가 짧으면 짧은 만큼 홀에 붙이기 쉽다거나 하는 등의 일반론은 존재한다. 그러나 숫자로 표시되는 골프세계의 숫자이론에선 정확히 그렇다.
장타를 치면, 남은 거리가 짧기 때문에 온그린 확률이 높고 그에 따라 버디나 파 확률이 높다는 얘기의 그 ‘확률’이란 건, 어디까지나 추상적인 것이고, 스코어카드에 표시되는 숫자 면에선 위 논리가 전부다.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참고로 이 상황은 실제 필드에서 가장 흔하다), 장타자가 그 장타로 인해 짧은 클럽을 잡아, 파온에 성공한 후, 5미터 거리에서 첫 퍼팅을 했으나 남은 거리가 1미터인 경우는 단타자가 3온 후 1미터에 붙인 것이나, 소위 ‘제주도 온(홀컵에서 아주 먼 곳에 온그린한 상황)’후에 15미터거리에서 1미터에 붙인 것과 동일한 상황이다.여기서 장타가 장타의 역할을 하려면 그 1미터를 넣어야 한다.
그걸 넣어도 위 경우에서 같은 1미터를 넣는 단타자와 스코어는 같은 것! 결론은 명확하다. 평균적으로 온그린후 2퍼팅 내에 홀에 넣을 능력이 없는 장타자는 진정한 장타자가 아니다. 파온후 3미터 이내의 버디퍼팅을 자주 놓치는 장타자 역시 진정한 장타자가 아니다.퍼팅을 잘하는 단타자, 바로 그가 장타자 능력의 골프를 치는 사람이다.종합하면 “거리=퍼팅 수”다. 이는 누구나 아는 얘기는 아니다. 드라이버 샷후 세컨샷을 앞에 두고 장타자는 장타자대로, 단타자는 단타자대로 위 논리를 되새겨보자. 그 어느 쪽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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