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보호 모르는 K리그가 두렵다”
“선수 보호 모르는 K리그가 두렵다”
  • 이수영 
  • 입력 2007-11-02 09:49
  • 승인 2007.11.02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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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선수 단독 인터뷰

지난 10월 26일 ‘리틀 칸’ 김영광(24.울산)이 연맹 상벌위원회에서 6경기 출전정지에 벌금 600만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21일 울산에서 열린 K리그 6강PO에서 상대팀 관중이 던진 물병을 관중석으로 다시 투척해 퇴장 명령을 받은 김영광. 24일 대전 서포터 ‘퍼플크루’와 극적인 화해를 하고 협회에 김영광을 위한 탄원서까지 제출되며 사태는 봉합되었지만 평소 침착함이 돋보이던 골키퍼 김영광이었기에 충격은 컸다.


지난 22일 월요일 오전. 울산에 머물고 있는 김영광과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미 인터넷은 관련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 대부분 관중의 도발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한 김영광의 일벌백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의 미니홈피에는 “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중략) 더욱 더 성숙되고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전 날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공식 인터뷰를 했던 김영광은 오후에 기자의 개인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한결 차분해진 음성이었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물이 든 물병으로 뒤통수 맞아

- 관중이 던진 물병에 직접 맞았는가.
▲ 물이 찬 물병과 음료수 캔으로 뒤통수를 두 번 맞았다. 일부러 겨냥해서 던졌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의 강도였다. 불쾌함에 관중석 쪽을 돌아보고 하지 말라는 액션을 취했는데 더 심한 욕설이 쏟아졌다. 눈앞에서 내 부모님을 욕하는 소리도 들었다. 이성을 잃은건 그때부터다. 홧김에 바닥에 떨어진 물병 하나를 주워 던졌는데 크로스바를 맞고 관중석 쪽으로 튀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고 하나. 순간적으로 ‘큰일 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대전 서포터즈 쪽에 사과하려 했다. 하지만 곧 퇴장명령을 받았고 경기장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선수들…경기장이 두렵다”

- 퇴장당하는 순간 심정은 어땠는지.

▲ 솔직히 정말 억울했다. 욕을 먹은 사람도, 맞은 사람도 난데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커룸에 들어가 있으니 실수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들은 팬이고 나는 프로선수다. 지켜야할 예의를 지키지 못한거다. 지금은 죄송한 마음만 든다.

- 대전서포터 측도 24일 잘못을 인정했는데.
▲ 내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하지만 당시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해당 관중들의 책임도 크다고 본다. 무엇보다 선수를 위협하는건 그 경기를 망치는 짓이다. 물이 든 물병에 머리를 맞는 순간 천직이라고 생각한 축구가 무서워졌다. 다행히 이번에 서포터들과 대화를 충분히 나누었고 서로 잘못을 인정한 것은 잘된 일이다. 25일에 나를 위해 그분들이 ‘김영광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려달라’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협회에 제출해 주셨다고 들었다. 앞으로 더 잘하라고 기회를 주신 것으로 믿는다. 정말 감사하다.


“지켜야할 예의 못 지켰다”

- 경기 후 눈물을 보이는 등 많이 괴로워하는 것 같다.
▲ 좀 전까지 나에 대한 기사를 전부 읽으면서 또 눈물이 나더라. 내 편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평소 친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들까지 뭇매를 때렸다. 팬들 볼 면목도 없다. 무엇보다 레드카드를 받아 앞으로 두 경기 출장이 불가능하다. 당장 포항과 4강전이 있고 꼭 이겨서 결승까지 뛰고 싶었다. 그날을 위해 지난 1년간 고생한거다. 한순간의 실수로 모두 날려버렸다. 먼저 팀에 미안하고 내 선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겨 불안하다.

- 팀 분위기는 어떤가.
▲ 동료들도 코칭스텝들도 내 걱정을 가장 먼저 해주셨다. 원래도 단합이 잘되는 팀이라 분위기는 문제없다. 나도 최대한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 6경기 출장정지에 600만원 벌금, 징계수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퇴장당하는 순간 어느 정도 추가징계를 예상 했지만 막상 이렇게되니 마음이 아프다. 내년 시즌 초반까지 팀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스럽다. 하지만 많이 반성하는 만큼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다.

이수영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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