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쉽에서 미셸 위는 18오버파 306타를 쳐 19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하는 수모를 당했다. 부상에서 회복된 손목이 그 언제보다 상태가 좋다며 위풍당당한 출사표를 던진 직후였다. 대회를 마치고 그는 “포기 하지 않은 내가 자랑스럽다”며 자위했다. 그러나 출전 자격도, 기량도 모자랐던 미셸 위의 ‘무리한 도전’에 골프계의 비난이 쏟아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부터 미셸 위의 에이전트를 담당했던 그렉 네어드마저 15일 대회 직후 사표를 냈다. 그는 AP통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나의 미래에 대해 신중히 검토한 끝에 내린 결정했다”,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사가 세계적인 선수와 함께 할 기회를 주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미셸 위의 곁을 떠날 것을 선언했다.
대회 내내 고작 수십 명의 겔러리를 놓고 최악의 경기를 펼쳐 천만달러를 투자했던 스폰서조차 1년 만에 그의 가치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지경까지 온 지금, 미셸 위의 골프 인생에 최대 시련이 닥친 것이다.
미셸 위의 추락은 지난 5월 손목 부상으로 2라운드에 기권한 긴 트리뷰트 대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셸 위는 LPGA 규정을 피하기 위해 16번홀에서 기권했다는 논란 속에 대회 주최자였던 ‘대선배’ 소렌스탐과의 신경전으로 뭇매를 맞았다.
더구나 손목 부상을 이유로 기권한지 이틀 만에 맥도널드챔피언십에 출전해 최하위로 밀리며 동료들의 신뢰도 함께 잃었다.
삼성월드챔피언쉽에서 함께 라운드를 펼친 안젤라 박(19, LG전자)은 (기량이)“아마추어 때보다 더 못해진것 같다”며 “안타깝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열여섯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1000만 달러를 손에 쥔 미셸 위는 “성의 벽을 넘겠다”는 야망을 품었지만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잇따라 출전한 남자대회에서 힘의 차이를 실감했고 무리한 스윙으로 손목을 다쳤다. 올해 여자대회에서도 꼴찌와 기권을 되풀이했다.
천재의 추락을 지켜본 미국 언론은 스탠퍼드 신입생인 미셸 위에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잠시 일반인으로 살라고 충고한다.
물론 천만달러로 소녀의 꿈을 산 스폰서와 딸의 스케줄을 관리하며 지극히 열성적인 미셸 위의 부모가 그 ‘평범한 삶’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수영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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