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프로축구 정규리그가 7개월여의 대혈전 끝에 막을 내렸다. 성남과 수원이 리그 1위를 놓고 최종전까지 1점차 접전을 벌였고 5,6위 다툼에 서울과 포항 등 5개 팀이 달려드는 혼전이었다. 성남과 수원이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가운데 오는 20일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맞붙는 단판 승부가 시작된다. 단한번의 게임으로 운명을 다투는 여섯 팀의 우승 가능성을 점쳐봤다.
◆ 성남일화 - 컴퓨터 지략, 철벽수비
성남은 철저히 김학범 감독의 지략으로 움직이는 팀이다. 리그 7회 우승으로 경험이 풍부한 성남. 김상식, 박진섭 등을 주축으로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져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성남의 최대 장점은 경기당 1.4골의 실점율에서 드러나는 탄탄한 수비 조직력이다. 장학영-김영철-조병국-박진섭의 포백라인은 국내 최고수준. 또한 2006년 MVP 김두현의 중원 장악력은 성남의 경기를 풀어가는 열쇠다. 또한 공격의 창끝은 최성국이 돋보인다.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살려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것이 그의 장기. 마무리의 정확성만 높아진다면 성남의 여덟 번째 우승 견인차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AFC출전을 위해 중동을 오가는 살인적인 스케줄로 선수단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는 것이 성남의 고민이다. 그러나 성남이 강력한 우승후보라는 것에 전문가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또한 챔피언 결정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 수원삼성 - 최강 미드필드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의 최대 강점은 탄탄한 허리다. 또한 두툼한 선수층은 감독의 전술 운용 폭을 확실히 넓힌다. 김남일, 이관우 등이 버티는 수원은 부상 중이던 조원희까지 합세해 힘을 더한다. 득점원인 에두가 6골에 묶여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관우, 백지훈의 공격 가담 정도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김남일과 조원희의 가세는 수비의 든든한 후원병이다. 수원의 고민은 킬러가 없다는 것과 상대적으로 부실한 수비력. 무릎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한 신예 하태균과 안정환의 끝없는 부진은 공격력의 큰 공백이다. 여기에 시즌동안 40골을 내준 수비 불안 역시 보완해야할 숙제. 송종국-양상민의 좌우 측면과 이싸빅-마토가 지키는 포백라인이 얼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수문장 이운재의 건재는 수원의 골문을 사수할 여지로 남아있다.
◆ 경남FC - 특급용병듀오
올 시즌 최대의 다크호스는 창단 2년차의 시민구단 경남FC다. 사령탑 박항서 감독은 창단 2년 만에 팀의 6강 자력진출을 이뤘다. 경남 돌풍의 핵은 정규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까보레. 리그 17골로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그를 앞세워 경남은 매 경기 1.7골씩을 몰아넣어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또한 지난해 부산에서 옮겨온 뽀뽀 역시 경남의 중심이다. 토종 공격수로는 수원에서 이적한 정윤성을 기대해볼만하다. 에두에 밀려 쫓겨나듯 이적한 그는 팀 우승을 이끌어 화려하게 부활하겠다는 각오다. 시민구단인 만큼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 경남의 최대 약점. 이미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수원과 울산 등 강팀을 상대하며 전력을 소진한 상태다. 박항서 감독의 용병술과 주축 공격수의 선취득점 여부가 승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울산현대 - 성공적인 세대교체
컵대회 우승과 함께 2관왕을 노리는 울산. 노장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대대적인 선수 개편을 통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작년 득점왕 우성용과 김영광, 오장은 등을 영입해 밸런스를 맞춰온 울산은 밀착수비가 좋은 팀으로 평가된다. 특히 오장은, 이종민 등 젊은 미드필더들의 압박으로 중원에서 격렬한 접전이 예상된다. 또한 박병규, 유경렬, 박동혁, 현영민이 지키는 포백 라인도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울산의 약점도 눈에 띄는 킬러가 없다는 것. 네덜란드로 이적한 이천수와 부상으로 시즌을 마친 양동현의 공백이 크며 우성용과 마차도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강적 수원과의 일전에서 한경기 2골을 뽑으며 이천수의 공백을 채운 스무살 이상호 마저 대표팀 차출로 자리를 비워 김정남 감독의 속을 태우고 있다.
◆ FC서울 - 젊은피의 대활약, 주축선수 공백이 아쉬워
터키 출신 귀네슈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악재에 시달려야했다. 정조국, 두두, 김은중 등 주축 공격수가 모조리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고 박주영 등 주전멤버의 1/3가량을 올림픽 팀 차출로 내줬다. 이들의 공백은 오는 20일 펼쳐질 6강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울에는 공수 양면으로 걸출한 스타가 버티고 있다. 기록의 사나이 김병지가 지키는 골문이 리그 최소실점(15점)의 원동력이고 ‘루키’ 이상협의 상승세는 서울에 있어 분명한 플러스다. 여기에 이을용과 히칼도등 검증된 미드필더의 존재도 귀네슈 감독의 희망이다.
◆ 포항스틸러스 - 한국판 삼바축구
‘조용한 태풍’ 포항이 6강행 막차를 탔다. 국내 외국인 감독들 가운데 가장 오랜시간 한국에 머문 파리야스 감독은 짧은 패스를 기본으로 한국판 삼바 축구를 구사한다. 포항의 힘은 황재원, 김수연, 조성환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스리백에 있다. 또한 좌우 미드필더로 나서는 박원재와 최효진 등 검증된 재원들이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도움왕’ 따바레즈의 존재도 포항의 승리를 점치게 한다. 그러나 따바레즈만 완전히 봉쇄하면 경기의 운용 폭이 상당히 좁아진다는 것이 포항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수영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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