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문턱까지 갔던 LG 트윈스가 약팀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4강 경쟁에 사실상 탈락했다. LG는 18일 현재 4위 한화와의 게임차가 5게임까지 벌어져 한화가 남은 게임에서 전패를 하는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은 힘든 상황이다. LG는 SK, 두산, 삼성, 한화 등 상위 다섯 팀 중 가장 약한 전력으로 4강을 바랐지만 치명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올해도 가을잔치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리어 두산, 삼성, 한화의 순위싸움을 부채질 하는 ‘흥행메이커’로 전락한 느낌이다.
라이벌 팀과 전력 차도 컸지만 4위 싸움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최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응집력이 떨어져 제 때 점수를 뽑지 못하고 수비에서도 실수 연발로 대량 실점한 뒤 승부가 기운 후에야 때늦은 추격전을 전개하는 건 약팀의 전매특허다. LG는 반드시 잡아야 할 상대였던 한화와 3경기를 모두 졌다. 8월31일과 9월2일 잠실에서 2경기를 모두 내줬고 12일 대전에서 또 한 번 당했다. 화력 싸움에서 완패했고 그 중 두 번은 ‘괴물 투
수’ 류현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2일 패배는 결정타였다. 자유계약선수(FA) 이적 첫 해 쌍둥이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박명환이 1회 공 6개만 뿌린 뒤 갑작스러운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LG는 어찌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LG는 박명환을 향후 3년간 보다 효율적으로 기용하기 위해 올해 그가 한 시즌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도록 투구 이닝을 늘리는 훈련을 벌였는데 가장 결정적인 순간 탈이 나고 말았다. 뚜렷한 원인은 찾지 못했으나 피로가 쌓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트시즌행을 위해 꼭 이겨야 할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파이팅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패배를 자초했다.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이기겠다는 독기와 투지가 모자란 결과다. 그만큼 트윈스는 기술적으로, 심리적으로 경쟁팀에 비해 약했다.
중요한 순간에 실책으로 자멸
7일 삼성전부터 11일 롯데전까지 보여준 사상 첫 4경기 연속 연장전 ‘사태’는 LG의 현 주소를 알려준다. 1승이 아쉬운 상황에서 1승1무2패를 거뒀는데 결정적인 실책과 마무리 우규민의 ‘불쇼’ 등이 차례로 터지면서 트윈스의 4강 목표는 점점 어려워졌다.
지난달 말 삼성과 현대를 상대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끈끈함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팀의 운명이 좌우된 시기에 정작 불꽃 같은 집중력으로 승화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터.
올 시즌 보여준 ‘편식’도 풀어야 할 숙제다. LG는 상위권 4개팀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포스트시즌 탈락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LG는 1위 SK 와이번스에게는 5승 11패로 3할 승률(0.313)을 보이며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현실적인 경쟁자였던 4위 한화에게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와는 6승 11패로 승률 0.353를 기록했다. 그나마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4할 승률로 선방했다. 한 지붕을 사
용하고 있는 라이벌 구단인 두산과는 7승 1무 9패(승률 0.438), 삼성과는 7승 1무 10패(승률 0.412)를 거둬 일방적인 천적 관계로 남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들 4개 팀은 모두 마운드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SK의 팀 평균자책점은 3.27이고 나머지 3개팀도 각각 3점대 중반(두산 3.45, 삼성·한화
3.53)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LG는 득점력이 크게 나쁜 팀이 아니었다. LG의 경기당 득점은 4.25점으로 리그 4위에 해당하는 비교적 높은 수치다. 라인업에 50타점이 넘는 타자가 5명(페드로 발데스 71타점, 조인성 66타점, 박용택 58타점, 최동수 53타점, 이종렬 52타점)이나 있는 구단은 LG뿐이다. 물론 경기당 실점도 4.73으로 8개 구단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박명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선발 투수가 없었던 점과 마무리 우규민이 무려 12개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마운드 정비를 완전히 끝내지 못한 게 컸다.
LG는 상위권 4개팀을 상대할 때 우수한 득점력이라는 자신들의 강점을 크게 살리지 못했다. 상대팀 감독들은 LG를 상대로 확실한 승리를 낚기 위해 에이스의 등판을 늘렸고 그 결과 LG는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LG의 성적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점차 좋아지고 있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LG가 올 해 보여준 막판 집중력 부재를 극복하지 못하면 내년에도 가을야구의 구경꾼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수혁 sports@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