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의 고종수 선수가 그라운드로 복귀하면서 새삼 잊혀져간 축구천재들이 주목받고 있다. 고종수 선수는 다행히도 그라운드로 복귀해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어떤 선수들은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아직도 팬들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축구 천재들은 누가 있을까?
김종부<고려대학교>
83년 멕시코 4강 신화의 주역 김종부는 단연 최고의 축구천재였다.
4강 신화를 이룬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김종부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2골 2어시스트를 일궈낸 김종부는 이회택-차범근-최순호로 이어지는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을 재목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의 미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하지만 1986년 당시 대우와 현대의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리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당시 프로계약에 어두웠던 김종부는 현대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채 대우 유니폼을 입고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이 일로 1년 출장정지와 소속 학교인 고려대학교에서 제명되는 중징계를 당하고 만 것. 두 거대기업의 선수 쟁탈전에 ‘축구 밖에 모르는’ 순진한 한 선수는 이렇게 시들어 갔다. 현재는 중동고등학교의 감독으로 제2의 축구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김병수 <고려대학교>
80년대 후반 김병수는 중원을 장악하고 경기를 풀어갈 게임메이커에 목말랐던 한국 축구의 미래였다. 크라머 전 감독은 “축구 인생 50년 만에 만난 천재다.”라며 그의 경기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천재성에 비해 불운한 축구 인생을 살았다. 체계적인 선수관리가 없던 시절 큰 부상에도 얼음찜질 몇 번에 주사 한 두 대 맞고 경기에 나섰다. 그의 몸은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부상으로 신음하다 93년 우여곡절 끝에 일본 실업리그 코스모석유에 입단했지만 서서히 잊혀갔다.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에서 김병수의 결승 발리슛은 아직도 축구팬들의 뇌리 속에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성한수 <연세대학교>
‘제2의 황선홍’이라 평가받던 그가 99년 K-리그 드래프트 1순위로 대전에 입단하면서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프로 입단 첫 해 인대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며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부상으로 대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2002년 전남으로 이적하면서 7억 원의 이적료를 받아 당시 최고액의 기록을 세웠다. 재능이 워낙 뛰어나 컨디션만 회복된다면 펄펄 날수 있을 것이라는 전남의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3시즌 동안 전남에서의 기록은 20경기 출장에 2골1도움이었고 그중 18경기가 교체투입이었다. 성한수는 이렇게 K-리그에서 멀어졌고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지난 7월 은퇴했다.
김경일 <광양제철고>
금호고에서 윤정환과 고종수를 키워낸 기영옥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 바로 김경일이다. 김경일이 혜성처럼 등장한 1998년, 언론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현란한 발재간의 미드필더 김경일을 보고 ‘한국 축구의 재목’이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국고교선수권 대회 MVP, 1999년 세계 청소년대회 주전 미드필더라는 화려했던 명성에 비해 그는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3년간 피로골절과 무릎 부상으로 5번이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김경일은 K-리그 무대에서 5년간 단 3번의 풀타임 출장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그리고 2004년 대구에서 방출당한 뒤 서산시민구단에서의 선수생활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었다. 은퇴 당시의 나이는 25세. 선수 생활동안 10여 차례에 가깝게 수술대에 올랐다.
양현정 <전북현대 시절>
2000년 안양 LG의 이영표가 K-리그와 대표팀을 넘나들며 대활약을 펼쳤지만 신인왕은 바로 전북현대 양현정의 몫이었다. 전북의 최만희 감독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최철우를 제치고 양현정을 뽑은 이유가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미드필더로 출전해 23경기 5골 4도움. 175cm, 71㎏으로 순간 스피드와 발재간이 뛰어난 그는 97년 단국대 시절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팬들에게서 점차 잊혀간 양현정은 이후 대구 FC를 거쳐 현재에는 베트남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수혁 phj197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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