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마 분석 꼼꼼하기로 유명
과천벌 최고참 격인 천창기 기수(41세, 1987년 데뷔, 프리기수)가 지난 8월26일 마지막 경주였던 12경주에서 ‘매직러너’에 기승해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 20년 만에 개인통산 600승 고지를 점령했다. 이어 지난 9월 2일 경주에서 1승을 추가해 통산 기록은 4768전 601승, 2착 535회로 승률 12.6%, 복승률 23.8%를 기록 중이다. 개인통산 600승 기록은 서울경마공원 현역 기수 가운데 5번째 대기록이다. 서울경마공원 기수 다승순위를 살펴보면 박태종 기수가 1327승으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김효섭 기수가 780승으로 2위, 안병기 기수가 759승으로 3위, 우창구 기수가 741승으로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매직러너’에 기승해 4코너 이후 멋진 추입을 선보이며 꼭 600번째 우승을 일궈낸 뒤 가진 인터뷰에서 천 기수는 “600승을 달성해 매우 기쁘다”면서도 “이제 또 하나의 목표를 채웠을 뿐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600승이라는 기록은 천 기수에게 있어 하나의 과정일 뿐, 다시 새로운 기록을 향해 최선을 다해 매진하겠다는 의사표시였다.
기복 없는 플레이
마사회에 따르면 천 기수는 경주에 임하기 전 꼭 상대마들의 분석을 꼼꼼히 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는 “조교사의 작전을 100% 소화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상대마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출마등록이 끝나면 인터넷을 통해 내가 기승할 마필은 물론, 상대마들까지 면밀히 분석해 대강의 레이스 그림을 그려 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경주가 작전대로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주 중 순간의 임기응변 또한 중요하고 지난 20년간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에 20년이라는 경험이 더해진 덕분에 천 기수는 데뷔 후 지금까지 기복 없는 플레이로 꾸준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고 그 결과 600승이라는 보상을 받았다.
과천벌에서 천창기 기수는 ‘대상경주의 사나이’로 통한다. “어떤 대상경주에서든 천기수가 나오면 그 말의 전적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연승식 하나는 꼭 사둔다”는 중견 경마팬의 말처럼 그는 대상경주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우승후보로 꼽혀왔다. 그 이유는 천창기 기수의 대상경주 전적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지난 10년간 대상경주 성적을 살펴보면 통산 98회 출주해 21승 2착 11회로 대상경주 승률이 21.4%, 복승률은 32.7%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천 기수의 통산승률인 12.6%를 훌쩍 넘는 성적으로 대상경주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에도 천 기수는 스포츠서울배, 코리안오크스배(GII) 우승을 차지하며 대상경주 전적 6전 2승, 2착 1회로 승률이 무려 30%이며 복승률은 50%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는 현역 기수 중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며 여기에 3착 1회를 더하면 5번 중 4번이 입상권 안의 성적이다. ‘천창기 기수가 대
상경주에 강하다’는 사실은 과거형이 아니라 강력한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체중조절 어려움”
올해로 꼭 40세가 된 천창기 기수. 이제 나이가 있어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르지 않느냐는 주위의 우려에 대해서 천 기수는 “기수 데뷔 이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 체력 면에서 후배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면서 주변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최근 등산을 즐기고 있는데, 산을 오르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오르내리는 몇 시간동안 자연스레 하체운동이 되기 때문에 등산이 체력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거의 모든 기수들이 힘들어 할 수 있는 체중조절에 대해서도 천 기수는 “데뷔 후 계속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만 20년 넘게 체중조절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문을 연 뒤 “일반인들이 다이어트를 하면 단순히 살만을 빼면 되지만 기수들은 체력은 유지하되 중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것”이라고 체중조절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천 기수는 “하반기에 큰 대상경주가 많이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모든 대상경주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겸연쩍은 듯 웃는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지금 그를 ‘대상경주의 사나이’라고 부르게 한 것처럼 그 목표가 현실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600승 고지를 넘은 그가 말하는 또 다른 기록이 무엇인지 지켜볼 일이다.
정리=조민성 JM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