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했던 베어벡 “한국은 ‘NO’ 새 환경이 필요해”
서운했던 베어벡 “한국은 ‘NO’ 새 환경이 필요해”
  • 남장현 
  • 입력 2007-08-09 15:25
  • 승인 2007.08.09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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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 베어벡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끝내 한국을 떠났다.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 대표팀 감독과 함께 02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시작된 베어벡 감독의 7년 한국 여정도 여운과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히딩크 성공신화 이후 수많은 외인 감독들을 갈아치워 외신으로부터 ‘독이 든 성배’로까지 비유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수장직. 작년 이맘때 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부임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베어벡이었지만 그 역시 코엘류, 본프레레, 아드보카트와 마찬가지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채 한국 축구사(史)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실 베어벡 감독의 마지막 모습은 화려하진 못했다. 하지만 초라함도 없었다. 축구협회 임원진 및 대표팀 스태프와 함께 했던 지난 8월2일 고별 오찬.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왔기에 일말의 후회나 아쉬움을 그의 표정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짧았던 사령탑 임기 1년여.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베어벡 감독은 성인 대표팀과 함께 23세 올림픽팀을 이끌며 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려놓은 것 이외에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4위에 그쳐 메달 확보에 실패했고, 07 아시안컵에 출전해 공언한 ‘우승’대신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이 외부에 드러난 성적과는 달리 남긴 공헌은 꽤 컸다. 오랜 과제였던 디펜스 강화와 포백 진용의 안정화를 꾀했고, 세대교체도 성공리에 이끌었다. 다만 저조한 득점력이 아쉬웠을 뿐. 하긴 정말 힘들었나보다. 수북했던 머리숱이 죄다 빠졌으니….

선수들과 늘 함께 호흡할 수 있어 클럽팀에 가고 싶다던 베어벡 감독은 오찬에 앞서 가진 고별 인터뷰에서 “한국(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서 제안이 와도 응하지 않겠다”며 “전혀 다르고 완전히 바뀐 환경, 새로운 언론과 새 인생을 열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모든 게 뜻대로, 원대로 이뤄지진 않았으나 때론 보람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베어벡 감독과 한국 축구의 소중한 인연. 모쪼록 이번 선택이 모두에게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할 뿐이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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