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베어벡 감독의 마지막 모습은 화려하진 못했다. 하지만 초라함도 없었다. 축구협회 임원진 및 대표팀 스태프와 함께 했던 지난 8월2일 고별 오찬.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왔기에 일말의 후회나 아쉬움을 그의 표정에서 찾을 수 없었다. 짧았던 사령탑 임기 1년여.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베어벡 감독은 성인 대표팀과 함께 23세 올림픽팀을 이끌며 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에 올려놓은 것 이외에 특별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4위에 그쳐 메달 확보에 실패했고, 07 아시안컵에 출전해 공언한 ‘우승’대신 3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베어벡 감독이 외부에 드러난 성적과는 달리 남긴 공헌은 꽤 컸다. 오랜 과제였던 디펜스 강화와 포백 진용의 안정화를 꾀했고, 세대교체도 성공리에 이끌었다. 다만 저조한 득점력이 아쉬웠을 뿐. 하긴 정말 힘들었나보다. 수북했던 머리숱이 죄다 빠졌으니….
선수들과 늘 함께 호흡할 수 있어 클럽팀에 가고 싶다던 베어벡 감독은 오찬에 앞서 가진 고별 인터뷰에서 “한국(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서 제안이 와도 응하지 않겠다”며 “전혀 다르고 완전히 바뀐 환경, 새로운 언론과 새 인생을 열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모든 게 뜻대로, 원대로 이뤄지진 않았으나 때론 보람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베어벡 감독과 한국 축구의 소중한 인연. 모쪼록 이번 선택이 모두에게 ‘윈-윈(Win-Win)’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할 뿐이다.
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