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인가 좌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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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남장현 
  • 입력 2007-07-24 17:22
  • 승인 2007.07.24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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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통 겪는 한국 남자농구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오는 7월28일부터 일본 도쿠시마에서 치러질 FIBA 아시아 농구 선수권을 앞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최근 폐막한 제29회 대만 윌리엄 존스컵(7월2~10일) 이후 남자 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 경희대 수원 캠퍼스로 훈련지를 옮겨 아시아 선수권에 대비한 막바지 달금질에 여념이 없다. 이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08 베이징올림픽 본선에 진입할 수 있지만 대표팀은 4강권을 조심스레 전망한다. 성적 부진과 세대교체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어려움에 놓인 한국 남자농구.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7월18일 최부영 대표팀 감독(57)을 통해 현장의 고충들을 짚어봤다.



<쟁점 1> ‘노장 배척은 오해’

06년 5월부터 남자농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부영 감독은 작년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고독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최 감독이 공언대로 노장들을 빼고 신진들로 대표팀 엔트리를 채워나가자 ‘감독이 노장들을 이유없이 싫어한다’는 등의 각종 ‘설’과 오해들이 난무했다. 한때 화제가 된 서장훈과의 갈등 보도도 여기서 나왔다. 도하 대회 당시 하승진의 플레이를 지나치게 나무라는 서장훈을 최 감독이 욕을 섞어 혼을 낸 사실이 크게 보도된 것.

최 감독은 “(서장훈을)심하게 꾸지람을 한 것은 맞지만 아들같은 선수와 이유없이 대립각을 세우겠느냐”면서 “결코 악감정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허탈한 미소를 보였다.

하나 농구계는 감독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초 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올해까지세대교체를 진행하라는 조건을 내건 협회 임원들과 이사진은 도하 대회가 사상 최악인 5위에 그치자 노장들의 대표팀 복귀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져 ‘감독 경질설’이 함께 불거졌다.

자존심이 상한 최 감독은 코치진과 함께 동반 사표를 던졌으나 협회는 이를 수리하지 않고, 일부 필요한 노장들을 보강하는 선에서 최 감독과 합의를 했다.

“당시 KBA 기술이사를 겸직했는데 협회는 이사직을 사퇴하고, 신기성 현주엽 추승균 등을 보강하자고 권유했다.”

물론 효과는 보지 못했다. 시즌이 끝난 직후라 보강된 대부분 선수들은 부상 등 여러 이유로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추이를 지켜봤지만 부상 선수들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고, 존스컵을 앞두고 다시 젊은 선수들을 투입해 훈련을 시작했다.

5승4패로 10개국중 5위에 그친 존스컵 결과는 결코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 감독은 희망을 봤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동준 김민수 하승진 양희종 강병현 등 대학 유망주와 프로 신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수비 조직력과 전문 슈터 부재 등 부족한 점도 많지만 경기를 치르며 젊은 피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노장들이 대표합류 불가를 통보했을 때 “한국 농구의 미래를 위해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밝혔던 최 감독은 “결국 현재 선수들이 향후 한국 농구를 이끌 주축이다. 지금이 기회다. 이들이 최선을 다하면 올림픽 본선행은 어려워도 4강까진 바라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쟁점 2> 두 번 우는 대표팀

곡절많은 세대교체 과정과 함께 최부영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며 늘 고민하는 또다른 두가지 사실이 있다. 지나치게 얇은 선수층과 농구협회의 적은 지원이 바로 그것.

전성기를 훌쩍 지난 30줄 넘은 노장들이 여전히 국내 프로농구에서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것도, 또한 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엔트리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가 선수층이 예전에 비해 지나치게 얇아진 탓이 아니냐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다.

작년부터 협회는 23~24인을 선발하는 대표팀 상비군 체제를 운영하며 수월한 대표 선수 선발을 추진하지만 오랜시간 아마추어 농구를 지도한 최 감독은 마땅히 뽑을만한 선수들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분명 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눈에 띄는 유망주는 없다. 한해 대학을 졸업하는 선수가 약 120명에서 130명 가량 되는데 각 구단 스카우터가 한눈에 집어낼 선수는 지명 2순위까지 약 10명 내외에 그친다. 이웃 일본만 해도 3000여개 대학이 농구부를 운영하는데 비해 우리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최 감독은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느려진 원인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여긴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타이밍에 뉴 페이스 유망주가 한두명씩은 꾸준히 배출돼야 농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는데, 오랜 시간 정체되다보니 나이많은 기존 선수를 구단에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것. 한마디로 우리 농구는 밑바닥이 튼실한 피라미드 구조가 아닌, ‘역 피라미드’ 형태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대표팀에 대한 농구협회의 적은 지원도 대단히 아쉬운 점이다. 사실 축구나 야구와는 달리 농구의 경우, 프로농구 KBL이 협회 KBA보다 위상이 더 높다. 격려금도 협회가 아닌 KBL이 주는 형편이다. 최근 KBL은 대표 선수들에게 1억원의 격려금을 돌렸다.

최 감독은 “돈없는 협회로선 막강 자본력을 행사할 수 있는 KBL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대표 소집에 선수들이 응하지 않더라도 부상으로 뛸 수 없다고 밝히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실제로 태릉 국가대표 선수촌을 떠나 경희대 수원캠퍼스 체육관을 주 훈련지로 삼고 있는 남자 대표팀은 수원 시내의 작은 호텔에서 숙박하고 있는데 말이 좋아 ‘호텔’일 뿐 시설은 모텔 수준이다. 또 대표팀이 원정 대회를 떠날 때 협회는 하승진 등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이코노미 클래스를 신청하는 형편이다. 언제 어디서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고, 5성급 호화 호텔에서 숙식하는 축구 대표팀과는 처우를 비교할 수 없다.

어렵사리 진행되는 세대교체와 얇은 선수층, 열악한 처우까지…. 이런저런 어려움에 봉착한 최부영 감독과 대표팀이다.

수원=남장현  yp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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