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구대성 ‘제2의 전성기’ 이종범·송진우 ‘아!~ 옛날이여’
양준혁·구대성 ‘제2의 전성기’ 이종범·송진우 ‘아!~ 옛날이여’
  • 남장현 
  • 입력 2007-07-12 15:24
  • 승인 2007.07.1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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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노장 4인방 행보

96년 이후 11년만에 400만 관중시대를 노리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 또 하나의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한 시대를 풍미한 노장 스타들의 행보다. 그러나 성적은 제각각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강타자 양준혁(37)은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한화 이글스의 특급 마무리 구대성(38)은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위력 투구를 과시중이다. 반면 KIA 타이거즈의 이종범(36)은 마치 부침을 겪고 있는 팀 성적을 반영하듯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었다. 2군행은 한때 한국을 대표한 타자로 명성을 떨친 이종범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프로 최초 200승 고지를 돌파한 한화 ‘회장님’ 송진우(41)도 부상으로 재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극명히 다른 걸음을 하는 프로야구 노장 4인방의 위상과 위치를 살펴봤다.



◆ 양준혁-구대성 “나이는 숫자에 불과”

‘나이가 많다고? 그냥 경험이 많다고 해두지….’

모 CF에 나왔던 인기 카피 문구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평범한 사무직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포커스를 스포츠로 돌리는 순간 분위기는 달라진다.

찌는 무더위로 20대 중반도 체력 부담을 느끼는 마당에 30대 후반에도 예전 못잖은 기량을 과시한다면? 단순히 ‘노장’이란 수식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양준혁과 구대성 얘기다.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만개하는 꽃처럼 이들은 조금씩 피어올라 어느새 봉오리를 활짝 펼쳤다. 타자와 투수라는 다른 위치에서 제 몫을 충분히 다 해내고 있다.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꾸준한 활약으로 팀 동료,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양준혁의 활약이 놀랍다. 지난 6월 한달간 프로야구사에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 기록을 대거 수립했다. 모두 24경기를 치러 타율 0.395(86타수 34안타), 3홈런, 2루타 7개, 20타점, 6도루. 18볼넷. 장타율 0.581, 출루율 5할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선수 본인도 “공이 수박만하다. 요즘 왜 이렇게 잘 풀리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한다.

장마로 인해 일정이 들쭉날쭉한 상황에 양준혁의 컨디션은 죽기는커녕 오히려 살아났다. 4월까지 0.254에 머물렀던 타율은 5월들어 3할대(타율 0.313)에 접어들었다. 성장은 계속됐다. 6월 열린 모든 경기를 뛴 양준혁은 3할 진입은 물론 0.326까지 치고 올라가 당당히 타격 4위권에 올랐다. 총 홈런 16개로 공동 4위, 안타 77개로 이 부문 3위, 타점 50점으로 4위, 득점 40점으로 5위, 출루율 0.452로 2위다. 도루도 이미 12개를 성공해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대성도 대단하다. 팀 선배 송진우(41)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그는 시즌 개막전때 입은 왼쪽 무릎 부상으로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음에도 그럭저럭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부상으로 엔트리서 빠져있다 5월 중순 마운드에 복귀한 구대성은 7월3일 현재까지 1승3패 10세이브(방어율 3.91)를 올렸다. 프로야구 최초 9시즌 연속 두자리 세이브 기록이다. 37세이브를 올린 작년과는 달리 통증 부담으로 자유로이 공을 뿌리지는 못하나 여전히 날카롭다. 상대팀 타자들은 구대성이 오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빈말이라도 기분 나쁘지 않고, 농담일지언정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7월3일 현대와 홈경기서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1실점(1 피홈런)으로 틀어막고, 팀 승리를 지켜내 10세이브 포인트를 달성한 구대성은 “신경쓸 틈이 없었다”며 “오승환(삼성) 등 후배들이 곧 기록을 깰 것”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기자들에게 항상 “나이가 뭐 대수입니까. 스스로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지”란 코멘트를 던지곤 하는 구대성은 요즘 컨디션이 70% 밖에 되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란다.

한창 젊을 때는 금세 컨디션을 끌어올렸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회복이 쉽지 않다며 웃는 구대성의 노익장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 이종범 은근한 은퇴 압력

최고의 히터로 명성을 떨친 KIA 타이거즈 이종범의 상황은 불투명하다. 요즘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선 그라운드나 덕아웃이 아닌, 트레이닝 시설이나 2군 훈련장을 찾아야 한다.

이종범은 올해 0.183에 불과한 타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다 지난 6월19일 짐을 꾸려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2군으로 내려갔다. 홈런이 고작 1개, 타점도 11점에 불과하다.

‘바람의 아들’이란 별칭으로 광주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예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젠 프로의 냉혹함에 몸을 떠는 처지가 됐다. 이곳저곳 계속되는 은퇴 압력은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2군행 다음날 터진 “좋은 모습일 때 은퇴해야 한다”는 서정환 감독의 폭탄 발언. 이종범은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단다. 소속팀 성적이 꼴찌를 달리고 있기에 더욱 아팠고, 마치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진 듯 참을 수 없는 외로움까지 느꼈다고 호소했다.

“새삼 프로의 세계가 냉정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자청해서 2군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한 달의 기한을 두며 배수의 진을 쳤다. 부지런히 노력해서 보란 듯 재기하겠다는 생각에서다. 광주벌을 집어삼킬 듯 뜨거운 무더위와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없이 배팅 훈련을 계속한다.

자신감이 떨어진 게 부진의 원인이라는 스스로의 분석이다. ‘공이 수박처럼 보인다’는 양준혁의 경우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성적이 시원찮다보니 타석에 나와 후배(투수)들 앞에 섰을 때 움츠러드는 느낌까지 받는다며 자책한다.

서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이런 이종범이 영 마뜩찮다는 표정이다. 연봉을 깎아서라도 현역으로 더 뛰고픈 이종범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제대로 활약을 못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도 있어 좋은 기억이 생생한 지금이 떠날 적기라 생각한다.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서 감독이 취재진들에게 이종범 은퇴와 관련한 얘기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운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본인 스스로 용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

그러나 최근 서 감독을 곤혹스럽게 했던 한 사건이 일어났다. KBO에서 지난 7월4일 발표한 07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이종범이 서군 외야수 부문 3위에 오른 것. 1군만 올스타전에 참여할 수 있지만 서 감독은 특별히 이종범을 그 기간에만 1군에 등록하기로 했다.

부진해도 올스타전 출전이 가능하다? KIA측 입장에서 볼 때 분명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통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다. 세월의 흐름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이종범의 근황이 눈물겹다.


◆송진우 부상으로 1군 제외

경기를 더해갈수록 점차 피치를 높여가는 한화 팀 동료 구대성의 노익장을 부러운 듯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회장님’ 송진우(41)다.

지난해 8월 프로 통산 최초로 200승 고지를 밟으며 한화 마운드 핵심 요원으로 꼽혔던 송진우는 허벅지 통증으로 현재 재활치료 중이며 이종범처럼 씁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부터 몸상태가 좋지 못했다. 선발 출전 첫 경기에서 갑작스레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한참을 보내다 5월25일 뒤늦게 1군에 합류했던 송진우는 이번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재활군에 내려가게 됐다.

잦은 부상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으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올시즌 선발 등판 1경기를 포함해 12경기에 나선 송진우의 기록은 승수 하나없이 2패 1세이브(방어율 7.94)에 머물고 있다. 결국 지난 7월1일 1군 엔트리서 말소된 송진우는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재활에 전념하며 쓰라린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최악이다. 회복 속도가 너무 더디다. 야구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힘든 40대 선수다. 온몸이 부상투성이다. 구위와 구질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젠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한화 코칭스태프는 송진우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으나 실망스러운 마음은 좀처럼 감주치 못하고 있다. 다만 프런트진이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송진우와 재계약은 힘들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을 뿐이다.

고관절 부상과 허리 디스크로 1군서 빠진 2선발 문동환(35)과 성적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5선발 조성민(34)까지 묶어 마운드 전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라 한화로선 더 고민스럽다.

한화의 한 동료 선수는 “송 선배의 모습이 안쓰럽다. 확실히 몸이 예전같지 않다. 뭔가 무거워보이고, 표정도 어둡다”고 현 상태를 설명했다.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부상에 시달리는 ‘프로야구의 거목’ 송진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남장현  yoshike3@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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